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시즌2

때로는 주인공으로… 때로는 배경으로… 미안하다 익숙해서 제대로 몰라봤다

입력 2019. 10. 24   17:13
업데이트 2019. 10.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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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헬리콥터 게임


현대전 배경에 빠지지 않는 요소
비행 시뮬 장르 한 분파로 시작
주요 이동수단·헬리본 용도 등
다목적 보조수단으로도 자주 등장 

 

‘GTA 5’에 등장하는 500MD 공격헬기. 플레이어가 돈을 모아 구매할 수 있고, 실제 탑승 후 조작이 가능한 기체로 등장한다.  필자 제공
‘GTA 5’에 등장하는 500MD 공격헬기. 플레이어가 돈을 모아 구매할 수 있고, 실제 탑승 후 조작이 가능한 기체로 등장한다. 필자 제공
현실에서는 추진이 좌절된 첨단공격헬기 RAH-66 코만치는 기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기도 하다.  필자 제공
현실에서는 추진이 좌절된 첨단공격헬기 RAH-66 코만치는 기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기도 하다. 필자 제공
초창기 비행시뮬레이션의 하위 분류였던 헬리콥터 시뮬레이션. ‘건쉽2000(왼쪽)’과 ‘코만치’는 나름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게임이다. 아쉽게도 헬리콥터 시뮬레이션은 이제는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다.  필자 제공
초창기 비행시뮬레이션의 하위 분류였던 헬리콥터 시뮬레이션. ‘건쉽2000(왼쪽)’과 ‘코만치’는 나름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게임이다. 아쉽게도 헬리콥터 시뮬레이션은 이제는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다. 필자 제공

전쟁사에서 헬리콥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점은 2차대전부터다. 이후 6·25전쟁, 베트남전쟁에서 헬리콥터는 유용성을 드러냈다. 부상병 후송, 정글이나 산지로의 빠른 보병 투입, 공중보급과 화력지원까지 헬리콥터는 이제 현대전에서 상당히 유용한 장비로 정착한 상태다.


일반 항공기와 다르게 공중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호버링이 가능하고 별도의 활주로 없이도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헬리콥터의 높은 연비를 훨씬 넘어서는 장점으로 기능했다. 공중을 이용하는 빠른 기동력을 통해 만들어진 공격헬기 교리는 한편으로는 현대 전차와 함께 고전시대의 기병이 가졌던 기동성을 이어받는 흐름 안에 있기도 하다. 여러 모로 현대전을 그려낼 때 헬리콥터는 등장 그 자체만으로도 현대전의 일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헬기 로터 바람에 인상을 찡그리며 걸어오는 군인들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헬리콥터는 현대전을 배경으로 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로 등장한다. 때로는 주인공으로, 때로는 배경으로 헬리콥터가 전장의 배경을 채우는 장면들을 살펴보자.


헬리콥터가 주인공이던 시뮬레이션 게임들


초창기 오락실 게임의 주류를 차지했던 비행슈팅액션 게임들의 기본은 공중 위를 날아가는 플레이어의 기체가 지상과 공중 전반에서 쏟아지는 적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고 적의 총알을 피하며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갤러그’나 ‘뫼비우스’처럼 우주선, 또는 ‘1942’처럼 일반 고정익 항공기가 주역 기체였던 게임들 사이에서 가끔씩 헬리콥터가 주인공인 게임들이 발견된 경우가 최초로 게임에 헬리콥터가 등장한 사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헬리콥터의 특성 자체가 게임에 녹아들었다기보다는 고정익기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본격적인 헬리콥터 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헬리콥터의 특성이 발현되기 시작한 게임은 90년대 들어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비행시뮬레이션 장르의 한 분파로서였다. PC게임들은 당시 항공기 조종석 시점에서 기체를 조종하는 비행시뮬레이션 장르가 적지 않았는데, 콘솔 게임기기나 오락실 기기와 비교하면 다양한 입력이 가능한 키보드라는 장비가 있어 항공기처럼 다양한 조작버튼을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F-15, SU-25 같은 당시 현역이던 전투기들을 조종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쏟아지는 한쪽에서 헬리콥터 게임이 탄생했다. 활주로에서 양력을 얻어 이륙하는 전투기들과 달리, 로터 출력을 올리고 토크를 조정해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헬리콥터의 개념은 비행시뮬레이션과는 또 다른 조종의 즐거움을 선보였다.

전장에서의 역할도 일반 비행시뮬레이션과는 차별점을 보였다. 주로 공중전의 매력에 집중한 전투기 시뮬레이션과 달리, 헬기 시뮬레이션 게임은 실제 운용이 그러하듯 지상작전 지원에 무게가 실렸다. 물론 수송, 지원작전보다는 공중공격이 중심이 되어 공격헬기를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고, ‘건쉽2000’, ‘썬더초퍼’와 같은 게임들은 대체로 레이더를 피해 낮은 고도를 유지하다가 치고 올라가 빠르게 적 기갑부대나 차량을 섬멸하고 빠지는 히트 앤 런의 헬기운용을 연출했다.


조연? 배경? 사실은 꽤 익숙했던 헬기 운용

비행시뮬레이션 장르의 인기가 줄어들면서부터 헬리콥터는 공격헬기 직접운용보다는 다목적의 보조수단으로 자주 등장한다. 액션게임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에서는 UH-60 헬기가 플레이어 분대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활용되며, 전략시뮬레이션 ‘워게임: 레드 드래곤’에서는 특수부대의 빠른 후방침투를 위한 헬리본 용도로, 높은 유용성을 가진 유닛으로 등장한다. 유명한 게임 ‘GTA5’에도 현용 헬기인 500MD가 등장하고 실제 조작할 수 있다.

실전에서는 폐기된 기체들도 상상의 공간인 게임에선 만나볼 수 있다. RAH-66 공격헬기 프로젝트는 실제 개발은 중지됐지만, 게임 시리즈에서는 4편까지 이어질 정도로 유지된 바 있다. 기체 자체가 주인공인 게임뿐 아니라, ‘액트 오브 워’ 같은 전략게임에서도 빌딩 옥상을 활용하는 헬리본 용도로 RAH-66이 살아 숨 쉰다.

무엇보다도 헬리콥터는 사실 인지만 못 할 뿐이지, 상당수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공중 유닛들은 말이 전투기이지 대부분 헬리콥터와 비슷한 운용을 보인다. 이착륙 개념이 없고, 출격과 보급개념 없이 공중에 뜬 채로 제자리를 유지하는 대다수 전략게임의 공중유닛 운용은 항공기라기보다는 헬리콥터의 그것을 닮았다. 테란의 레이스, 드랍십은 운용방식으로만 치자면 각각 공격헬기와 수송헬기에 훨씬 가까운 개념임을 생각한다면, 이미 많은 게임에서 헬리콥터의 운용은 모습만 다를 뿐이지 꽤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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