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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대서양 파트너십 ‘삐끗’…EU, 방위력 증대 총력

기사입력 2019. 10. 15   16:45 최종수정 2019. 10. 15   16:47

유럽연합(EU)의 독자적 방위기구

러시아의 위협 증대·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압박 등에 EU 자체 방위력 강화
마크롱 ‘EU 자주 국방’ 강조하자 트럼프 “NATO 분담금 공정하게 내라” 일축

 

지난달 1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이 조직개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EU 산하에 방위 및 우주 분과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군사방위기구를 설립하는 등 독자적 방위태세를 강화한다면 유럽과 미국 간 대서양 파트너십에 어떤 영향을 줄까? 9월 1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이 발표한 조직개편 계획에는 EU 산하에 방위 및 우주 분과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진정한 EU 군대’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처럼 EU가 군사방위기구 설립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안보적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유럽은 이미 1990년대 중반, 발칸지역 안보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위해 독자적 군사력 확보가 필요함을 인식했다. 1998년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방위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해 유럽안보방위정책(ESDP·European Security and Defense Policy) 도입을 결정하고 EU의 독자적인 군사력과 무력 사용을 위한 의사결정 체제 구축의 필요성에 합의했다. 2009년 발효된 리스본 조약에서는 이를 공동안보방위정책(CSDP·Common Security and Defense Policy)으로 개칭하고 EU가 공동방위기구로 활동할 기초를 마련했다.

2016년 6월 EU는 13년 만에 두 번째 전략서인 『유럽의 외교안보정책을 위한 글로벌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서는 유럽의 방어 능력을 향상해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2017년 3월 EU는 해외군사활동지휘부(MPCC·Military Planning and Conduct Capability)를 설립해 EU 역외 지역에서 민군훈련 임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또한 2017년 6월 유럽방위기금(EDF·European Defense Fund)을 출범시켜 최초로 EU 예산으로 공동의 방위협력을 지원하게 됐다. 개별국가의 투자활동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공동연구개발, 무기획득을 위한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2021~2027년 동안 130억 유로가 편성됐다.

EU는 2017년 12월 항구적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Permanent Structured Cooperation)도 출범시켰다. 회원국 중 덴마크와 몰타, 영국을 제외한 25개국이 참가했고 무기체계의 공동연구개발과 생산, 전력 획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지상·해상·항공·우주·합동·사이버·훈련 등 7개 분야 34개 협력 과제를 식별한 상태다. 이런 노력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17년 유로바로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75%가 EU 공동 방위와 안보 정책을 지지하고, 55%가 EU 독자 군대 설립을 찬성했다.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68%의 유럽인들이 EU가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U 자체 방위력 강화 노력의 배경

최근 EU의 자체 방위력과 회원국 간 협력 강화 노력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위협 증대,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압박과 일방주의적 외교노선 가시화, NATO의 유럽 방위 공약에 대한 신뢰 약화라는 촉진 요인이 있다.

우선 러시아는 2008년 8월 조지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해 점령하는 데 성공했고 2014년 3월에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면서 경제제재로 무장한 미국·서방과의 대치는 장기화하고 있다. 과거 공산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NATO가 동진하는 데 맞서 러시아가 자국 영토는 물론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적 군사 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시연함으로서 유럽은 사실상 방어해야 할 전선이 확대됐다. 러시아는 자파트(Zapad-2017)라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발트해에서 실시했고 중국과 정기적인 연합군사훈련을 단행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파트너십이 예사롭지 않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NATO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NATO가 2014년에 약속한 GDP의 2% 달성 목표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2018년 7월에는 방위비 분담을 GDP의 4%까지 인상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주의적 외교정책 노선을 추구하면서 유럽과 주요 외교정책 이슈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IS) 격퇴를 주장하고 시리아 철군을 선언했을 때, 그리고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결정했을 때 유럽 국가들은 반대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서방 국가들과 이란이 체결한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할 때도 유럽 국가들은 반대했지만 미국의 뜻을 굽히지 못했다.


불협화음, 미 공약의 신뢰성 약화로

이런 불협화음은 유럽 방위에 대한 미국 공약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맹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일관성 있게 강조하며 공정하고 상호호혜적 동맹을 지향하는 국가안보 및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별 동맹국의 국방력 강화는 물론 동맹국 및 우방국을 연계한 동맹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면서 의지뿐만 아니라 역량 때문에 미국이 축소지향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역설적으로 미국은 EU가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자국 동맹체제 내에 있기를 바라고 기능 면에서 NATO와 중복되는 기구 창설은 반대한다. 1998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유럽안보정책이 NATO의 자원과 중첩되지 않고 NATO의 비EU 회원국을 차별하지 않으며 대서양 안보 구조에서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3D’s: not to Duplicate, not to Discriminate against, not to Decouple from)고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독일 연방의회에서 EU의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유럽은 NATO 분담금이나 공정하게 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EDF·PESCO를 통해 일종의 보호주의적 무역장벽을 세워 미국의 방위산업 관련 기업들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공식 지적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동맹유지 비용은 절감하되 NATO를 통해 유럽에 대한 군사적·외교적·경제적 영향력은 유지하고자 하는 셈법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견제와 더불어 개별적인 유럽 국가들의 입장 차이 때문에 향후 독자적인 EU 군사방위기구 설립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 초기에 반대했던 영국이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한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유럽국가들은 대체로 중·러의 위협이 부활하는 가운데 유럽이 장기적으로 지역 안보를 책임지기에는 군사적·재정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NATO 국방 지출의 80%를 비EU 국가들이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EU가 NATO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의 현실적 평가다.

이처럼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을 계기로 강력한 대서양 동맹이 미래에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을 직시하면서 EU의 방위력 증대 및 역내 국방협력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 한미동맹도 크고 작은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만, 장기적 국가 이익을 직시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고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격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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