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김정은 시대, 노동당·경제·외교 분야 엘리트 영향력 높아졌다

입력 2019. 10. 11   17:54
업데이트 2019. 10. 13   09:55
0 댓글

[기획] 국방대 미래안보과정 중계


<5> 김정은 시대 북한 권력체계와 파워 엘리트
독단적 결정보다 집체적 협의기구 역할 중시
중앙위 정무국에 경제 관료 중용
군부 위상 과거 비해 현저히 낮아져 

첨단무기 무장 정예군대 전환 관심


북한 지도부에서 노동당·경제·외교 분야 엘리트의 영향력 확대와 군부의 위상 하락은 긍정적 요소지만, 그렇다고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닌 만큼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한 대북 안보 전략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지도부에서 노동당·경제·외교 분야 엘리트의 영향력 확대와 군부의 위상 하락은 긍정적 요소지만, 그렇다고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닌 만큼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에 대비한 대북 안보 전략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전,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절대 권력자인 그가 갑자기 사망하면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들어가는 ‘급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을 김정일과 동일시하는 좁은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북한에서는 노동당(핵심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안기관(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군대가 주민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김정일 사망에도 심각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과 안정성, 한반도 통일의 조건에 대해 과학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주요 권력기관의 컨트롤 타워인 노동당과 억압기구를 누가 움직이고 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체적 협의 기구 역할 중시

김정은은 현재 북한 권력체계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스탈린식 ‘수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수령으로서 당의 최고 직책 ‘노동당 위원장’, 국가(기구)의 최고 직책 ‘국무위원회 위원장’, 군대의 최고 직책 ‘공화국 무력 총사령관(또는 최고사령관)’직을 겸하고 있다. 이들 세 직책이 모두 김정은의 절대 권력을 위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는 당이 모든 권력기관을 영도·지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당 최고 직책이 국가와 군대의 최고 직책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북한은 김정은의 대표적인 세 직책 중 ‘노동당 위원장’직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주요 5대 권력기관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당중앙위원회),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당중앙군사위원회),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순으로 호명되고 있다. 당중앙위원회는 군사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이고, 당중앙군사위원회는 군사 분야에서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이다. 북한은 그동안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여러 차례 개최해 중요한 정책을 결정·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국무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적은 없다. 이는 당이 국가(기구)를 영도하는 당 국가체제에서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가 핵심 정책결정기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집체적 협의기구(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노동당 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 확대회의, 국가안전 및 대외 부문 일군 협의회 등)를 통해 중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이 집체적 협의기구의 역할을 중시하는 이유는 그가 김정일처럼 소수 측근 의견에만 의존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김일성처럼 간부들을 모아놓고 토론을 거친 후 결정을 내리는 방식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집체적 협의기구들의 역할을 중시함에 따라 올해 당중앙위원회 정책 결정·집행 기구인 정치국과 정무국의 구성원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늘어났다. 특히 김정은의 정책 결정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당중앙위원회 정무국의 구성원은 집권 초기 10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는데 추가된 인원은 모두 경제 분야 간부들이다.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데에는 2018년 김정은의 방중을 통한 북·중 관계 개선 외에도 이처럼 김정은의 경제 관료 중용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노동당 간부들과 경제·외교·교육·군수 분야 엘리트들의 위상이 높아진 반면 전통적인 군부 엘리트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전까지만 해도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내각 엘리트는 2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명으로 늘어났다. 또 당시부터 당중앙군사위원회에 내각 총리가 포함돼 내각의 영향력이 군사정책 분야로 확대됐다. 더불어 제7차 당대회를 계기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 내각 외무상이 포함되고, 2016년 6월 폐지된 국방위원회를 대체해 신설된 국무위원회에 당과 국가기구의 외교 엘리트들이 대거 진입함으로써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북 비핵화 위해 한·미 공조 강화·대비 필요

김정일 사후 북한 지도부는 서서히 김정은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2019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같은 해 8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의 당과 국가 지도부 개편으로 북한 핵심 엘리트들의 세대교체가 거의 완성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91세의 김영남에서 69세의 최용해로 바뀌면서 나이가 22살이나 젊어졌다. 두 명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중 94세의 양형섭이 2019년 4월 소환(해임)되고, 66세의 태형철 전 고등교육상이 선출됐다. 그리고 그해 8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직에 82세의 김영대 전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소환되고 53세로 추정되는 박용일 신임 사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보선됐다.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89세의 최태복에서 64세의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교체되면서 나이가 25살이나 젊어졌다. 김재룡 신임 내각 총리의 나이는 80세의 박봉주 전 내각 총리보다는 훨씬 젊은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집권 직후 최고위 정책결정기관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체 5명 중 2명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으로, 지도부에서 군부의 위상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현재 군부의 1인자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직 이상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 총참모장과 인민무력상은 과거보다 낮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지위에 머무르는 등 군부 인사들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하락했다.

반면 군수·공업 분야 엘리트들은 비교적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에 선군정치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군대를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정예 군대로 전환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북·미 협상의 진전과 무관하게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지도부에서 노동당·경제·외교 분야 엘리트의 영향력 확대와 군부의 위상 하락은 긍정적인 요소지만 그렇다고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함으로써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더 많다는 기대감과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 간 북한 비핵화의 대상, 방법, 일정표 및 상응 조치에 대해 큰 틀에서 먼저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어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대북 안보 전략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