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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통해 알게 된 콜롬비아

기사입력 2019. 10. 08   16:00 최종수정 2019. 10. 09   11:04

임태경 대위 육군인사사령부

최근 2년간 콜롬비아 태권도 교관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프로그램은 콜롬비아 육군사관생도들이 태권도를 통해 일격필살의 전투무술을 습득하고 강인한 체력향상을 바탕으로 군인정신을 지닌 장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0년 방한한 콜롬비아 육군사령관이 태권도에 크게 감동해 한국군에 교관 파견을 건의해 성사된 프로그램이다.

이를 계기로 콜롬비아 육군사관학교에서는 기존의 일본 가라테 수업을 폐지하고 태권도 과목을 신설했으며, 이후 전군 사관학교에서 태권도 수업이 신설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나의 수업은 육사 생도 15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병행해 수업했다. 매 학기 첫 수업시간에는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영상 강의를 했다. 태권도의 역사와 한국의 모습을 보면 더 쉽게 태권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태권도 정신과 발차기, 겨루기, 호신술, 격파술, 심판법을 가르쳤다.

처음 한국에서 출국할 때 ‘태권도라는 단어가 익숙지 않은 사관생도들에게 어떻게 하면 무술에 흥미를 가지고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이런 나의 고민은 나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콜롬비아 육사에서는 전체 생도가 승단심사를 통해 단증을 보유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매 학기 마지막 수업에는 승단심사가 열리고, 불합격 생도들은 다음 학기에 승단 기회를 부여해 이 가운데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태권도 선수권대회’ 참가 및 한국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행사 등에서 태권도 시범을 선보여 군사외교 활동에도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선수 생도반은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교육 열의가 높았다. 이들의 태권도에 관한 수업 태도와 관심을 보면 미래 콜롬비아군 태권도 발전에 엔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도한 생도들이 참가한 태권도대회와 초청행사·기념행사 등에서 참가 선수 가족, 사관생도, 각 군 간부들 모두가 참가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에 보내준 환호와 박수 소리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내가 지도한 육사 생도들은 한 태권도대회에서 종합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대회 준비를 위해 흘린 땀방울로 ‘열심히 노력해 흘린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을 것이라 자부한다. 이러한 성취감은 앞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군인정신도 일깨워 주었을 것이다. 한국문화와 태권도 정신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 국가 기관과 한인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했으며, 야전부대에서 교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생도들을 배출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많은 선배 교관의 노력과 콜롬비아 국방무관, 육군본부 실무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당시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참전한 국가다.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두 국가가 태권도라는 매개체를 통한 군사외교 관계 발전에 태권도가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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