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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열차 타고 자대로 가는 날…’ 연 14만여 장병 이동·안전 책임진다

서현우

입력 2019. 10. 02   17:44
업데이트 2019. 10. 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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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수송사령부 호송대대 병력 철도호송 작전


지난해 철도· 수송 등 호송작전 4400여 건
전 장병 ‘우리가 국군을 움직인다’ 자부심 가득
이상없이 자대 인계되는 병사들 보면 뿌듯
평시훈련·축적된 노하우로 임무 완수 자신

국군수송사령부 호송대대 장병들이 대전광역시 신탄진역에서 전국의 각 훈련소 및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장병들을 전국 각지의 야전부대로 인솔하는 철도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용학 기자
국군수송사령부 호송대대 장병들이 대전광역시 신탄진역에서 전국의 각 훈련소 및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장병들을 전국 각지의 야전부대로 인솔하는 철도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용학 기자

 

2일 오전 대전광역시 신탄진역. 장병 수백여 명이 흔히 ‘더플백’이라 불리는 커다란 의류대를 메고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전투복에서 이등병 계급장이 눈에 들어온다. 플랫폼 노란색 안전선 뒤에서 오와 열을 맞춰 자리에 앉은 장병들의 얼굴에서 긴장과 걱정, 기대와 설렘이 동시에 느껴진다. 대열 맨 앞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장병들은 호송병의 “열차 진입 동작 그만” 외침을 복명복창한다. 이내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열차가 지나가며 뿜어내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린다. 조금 전 호루라기를 불던 호송병이 앉아있는 장병들을 살핀다. 이등병보다 더 큰 긴장감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국군수송사령부(국수사) 호송대대의 병력 철도호송 작전 현장을 찾아 신탄진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장병이 열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 장병들은 신탄진역에 마련된 휴게장소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코레일의 협조를 얻어 TMO 지하에 설치한 휴게장소에는 테이블과 함께 간단한 음료와 도서들이 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장병들에게도, 이들을 인솔하는 국수사 호송관·호송병들에게도 긴장감이 엿보였다. 이등병의 감정이 새로운 시작을 앞둔 두근거림이라면 호송 장병의 그것은 안전하고 완전하게 이등병들을 이동시켜야 하는 책임감이었다. 열차 시간이 다가왔고 장병들은 호송병의 인솔에 일사불란하게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신탄진역은 병력 철도호송의 허브와 같다. 매주 한 차례 목요일이면 이곳에 3000여 명의 장병이 운집한다. 각지에서 모여든 장병들이 이곳을 거쳐 다시 전국 곳곳으로 흩어진다. 이날은 다음 날이 공휴일인 관계로 하루 앞서 호송작전이 펼쳐졌다. 전남 장성에서 열차를 타고 신탄진역에 도착한 장병이 기차를 갈아타고 강원도 고성으로 가며, 연무대와 자운대에서 배출된 장병이 이곳을 거쳐 의정부와 춘천, 대구와 부산으로 떠난다.


국군수송사령부 호송대대 장병들이 대전광역시 신탄진역에서 전국의 각 훈련소 및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장병들을 전국 각지의 야전부대로 인솔하는 철도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용학 기자
국군수송사령부 호송대대 장병들이 대전광역시 신탄진역에서 전국의 각 훈련소 및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장병들을 전국 각지의 야전부대로 인솔하는 철도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용학 기자


국수사에 따르면 호송대대는 지난해 4400여 건의 호송작전을 완수했다. 그중 철도작전은 약 3200건으로 병력호송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전국 각지의 훈련소와 병과학교 등 43개 부대에서 교육을 마친 장병들이 호송대대원의 구간별 인계를 통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한다. 마치 육상경기의 계주와 같다. 이렇게 이동하는 병력이 연간 14만여 명에 이른다.

호송작전은 철도호송과 육로호송으로 나뉜다. 철도호송은 훈련소와 병과학교에서 배치부대까지 배출병들을 호송하는 병력호송, 기지시설과 야전시설 간 장비·물자를 호송하는 화물호송, 부두와 탄약부대 간 탄약호송 등으로 나뉜다. 열차 이용 장병의 편의를 지원하는 승무지원도 철도호송 임무에 포함된다. 육로호송은 철도 노선이 없는 구간에서 주로 이뤄진다.

육군훈련소에서 배출된 장병을 강원도 춘천까지 열차로 이동시킨 뒤 육로를 통해 고성·삼척·양양 등 각 지역으로 호송하는 작전이 그 예다. 이때 호송대대는 병력 인솔과 안전을 책임진다. 이와 함께 화물차량을 이용해 장비·탄약을 호송하며 적재·결박·봉인상태 확인, 호송 및 정차 간 무장경계 등도 수행한다.

신탄진역에서 만난 이주혁 이병은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고 이날 육군17사단 자대로 향하는 중이었다. 자운대를 출발해 신탄진역에서 열차를 타고 안양역까지 갈 예정. 이 이병은 “자대로 향하는 길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또 다른 무리에서 만난 장재현 이병은 국군의무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조치원의 자대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장 이병은 “호송관님과 호송대대의 노력이 없다면 자대로 가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실제로 옆에서 지켜본 호송작전은 절대로 만만치 않았다. 호송대대 장병들은 사전에 호송할 장병들의 명단을 출력하고 각각의 경로를 확인해 병력인솔 계획을 수립한다. 작전 당일에는 장병들의 배치부대 미숙지, 이동노선 혼선, 거동불편 장병 확인, 환승구간 열차 안전, 악기상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화물열차와 고속열차 등이 수시로 지나가는 통에 안전사고에도 극도로 유의해야 한다. 열차 전량을 장병들이 이용하는 임시열차와 달리 전세열차는 일부 칸만 사용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쓴다. 또 열차가 신탄진역에 정차하는 시간도 길어야 3~4분이라 짧은 시간 동안 신속하게 장병들을 하차시키고 다시 탑승시킨다. 이동 중에도 늘 장병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이날 육군22사단까지 호송작전을 수행 중이던 호송대대 정지우 상병은 “강원도 고성까지 호송작전을 완료하면 자정 무렵이 되는데, 새벽부터 장시간 긴장 상태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무 이상 없이 종착지에 도착해 자대에 인계되는 병사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 모든 장병이 자대로 가는 길에 불편함이 없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사이 창원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신탄진역에 도착했다.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장병 일부가 내렸고, 이 열차를 타고 경기 지역까지 가기 위해 대기하던 장병들이 열차에 올랐다. 얼마가 지났을까. 이번에는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를 거쳐 신탄진에 도착한 열차에서 장병들이 내렸다. 그중 일부는 광주까지 가는 다음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 신탄진역에서 호송작전을 지휘한 국수사 곽호동(중령) 호송대대장은 “평시 다양한 훈련과 축적되는 지원 실적, 개선방안 토의를 통해 어떠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대대 전 장병은 ‘우리가 국군을 움직인다’는 자부심과 우리에게 부여된 호송작전은 반드시 완수한다는 자세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신탄진에서 글=서현우/사진=조용학 기자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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