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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로 보는 국군 변천사] 예산 50조 시대 새 도약 꿈꾸다

맹수열 기사입력 2019. 09. 27   17:25 최종수정 2019. 10. 01   17:02

"한국 육군은 애국심 하나만 빼고는 1775년 독립전쟁 당시 미군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 1949년 주한 미 군사고문단 보고서 


1945년 그토록 염원하던 광복을 맞았지만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신생아 수준’ 그 자체였다. 해군은 미군으로부터 소규모 함정을 인수한 뒤 이를 보수해 사용했고 함정 건조를 위한 모금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PC-701함을 구입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당시 해군은 29척의 경비정과 7000여 명이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기간 육군항공대에서 독립한 공군은 주로 경비행기인 연락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공군은 ‘애국기 헌납 운동’을 통해 미국 항공기를 구입하려 했지만 무산되자 캐나다에서 AT-10형 훈련기 10기를 도입, ‘건국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쟁 당시 공군은 22대의 연락기와 연습기만으로 북한의 YAK 전투기에 맞서 싸워야 했다.


1949년 10월 미국으로부터 도입된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의 모습.  국방일보 DB


60여 년이 지난 지금 해군은 다목적 대형수송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중형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진수한 데 이어 후속함 건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공군 역시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F-35A를 도입, 막강한 화력으로 영공 수호에 나서고 있다.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놀라운 성장세가 있다. 특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은 국방·안보의 핵심인 국방예산의 증가를 뒷받침했다.


‘1970’ - 자주국방의 시작


예산은 국가가 처한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데이터다. 국방예산 역시 당시 우리가 처한 안보환경과 이를 헤쳐나가려는 정부의 노력을 축약해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이 국방예산, 즉 ‘국방비’라고 부를 수 있는 금액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처음으로 국방비가 집계된 해는 1970년이다. 국방비는 ‘자주국방’과 맞닿아 있다. 국군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즉 국방비를 우리가 부담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시점이 바로 1970년대인 셈이다. ‘원조경제 시대’인 1950년대와 ‘차관경제 시대’인 1960년대를 지나 스스로 자주국방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1970년은 큰 의미를 갖는다. 당시 배정된 국방비는 1024억 원. ‘조 단위’의 굵직한 사업이 즐비한 지금으로선 초라해 보일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때부터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국군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75년 12월 12일 국민의 방위성금으로 구매한 F-4D 팬텀전폭기 헌납식이 거행되고 있다. 국방일보 DB

1974년 정부는 이른바 ‘율곡사업’이라는 이름의 전력증강사업을 펼쳤다. ‘십만양병설’을 주창한 율곡 이이의 호에서 이름을 딴 이 사업은 당시 국제정세에 따라 방위전력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이듬해 857억 원을 시작으로 1차 사업이 진행된 1981년까지 3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해 방위전력 확보에 나섰다. 1995년 전력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기까지 정부는 1981~1986년 2차 율곡사업 등을 통해 육·해·공군, 해병대의 전력 증강을 위해 다양한 무기체계를 도입했다.


‘1989 그리고 2006’ - 새로운 국제질서와 3군 군형 


199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널드가 들어섰다. 기나긴 냉전의 끝을 알리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냉전 종식은 우리 국방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방비가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점차 줄어든 점이다. 1988년 정부 재정의 30.0%를 차지했던 국방비의 비중은 1989년 27.3%로 줄어든 뒤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렸다. 


한 예산 전문가는 “냉전체제에서는 북한의 위협이 분명하고 우리의 군사력이 열세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국가의 최우선 목표를 안보에 뒀고 국가재원이 국방 분야에 우선적으로 할당됐다”며 “하지만 탈냉전 시대가 찾아오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완화되는 동시에 경제발전이 국가 정책에서 우선시되면서 국방 부문에 대한 재정 비율이 점점 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국방비의 상승은 계속됐다.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였던 ‘IMF 사태’의 여파로 1999년 국방비가 전년(14조6275억 원)에서 1조 원 가까이 삭감된 13조7490억 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국방비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또 한 번의 전환점은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에서 비롯됐다. 방사청 개청으로 국방예산은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의 명확한 구분이 생겼다. 2006년은 전년 정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예산이 크게 증가한 해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육·해·공군 전력은 물론 미사일, 정보전 전력 등 모든 분야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국방비도 매년 1조 원대 상승폭을 기록하던 것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조5000억~2조 원대의 증액이 이뤄졌다. 예산에 정통한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3군 전력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해·공군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며 “‘보라매 사업(KFX)’으로 대표되는 항공 전력 확충과 대형 함정 건조 등으로 국방비가 상당한 폭으로 늘게 됐다”고 말했다.


해군제주기지 장병들이 조국 해양 수호를 다짐하며 경례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2019’-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지난 3일 정부는 2020년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7.4% 증가한 50조1527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삭감 없이 심의를 통과하면 한국은 ‘국방예산 50조 원 시대’를 열게 된다. 이영빈 국방부 계획예산관은 “복지예산 급증, 경제 활성화 등 산적한 과제 속에서 국방예산을 이런 규모로 증액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게 늘어난 방위력개선비다. 정부는 2020년 방위력개선비를 전년 대비 8.6% 늘린 16조691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정부는 이 예산을 30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Batch-I, 군 정찰위성, 전술지대지 유도무기, 다목적 대형수송함, K2 전차, 한국형 전투기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군사력 건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육군의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국방부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방위력개선비는 평균 11.0% 증가했다. 이는 앞선 두 정부(2009~2017)의 연 평균 증가율인 5.3%의 2배 수준이다. 또 전체 국방예산에서 방위력개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3.3%로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당시 25.8%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산에 정통한 국방부 관계자는 “정부의 성향에 따라 국방비 증가율은 약간 차이를 보인다”며 “정부의 전체적인 재정투자 방향에 따라 예산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방부는 늘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힘을 갖추기 위해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 1000억 원에 불과했던 우리 국방비는 이제 5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 10위권 군사력을 갖춘 우리 군은 이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도약의 발판에는 국방예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점이 변화하는 미래 안보환경에 대응할 내년, 내후년의 국방예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다. 


■ 인터뷰-이영빈 국방부 계획예산관

방위력 개선비 확충으로 ‘전방위 안보위협’ 맞선다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이영빈 국방부 계획예산관이 국방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년대 중반에는 우리 국방예산 규모가 사실상 일본에 거의 상응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50조 원을 넘어서는 2020년은 국방예산 역사에 남을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전통적 군사강국 국방비는 60조 원 이상

우리 군의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이영빈 국방부 계획예산관은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는 2020년도 국방예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500조 원 정도 되는 전 세계 총 국방비 가운데 각각 800조 원과 300조 원을 투자하는 미국과 중국, 3위 사우디아라비아와 4위 인도(70조~80조 원)를 제외하면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전통적 군사강국의 투자 수준이 대략 60조 원 이상”이라며 “우리가 내년에 50조1527억 원(정부안 기준)을 기록하면 50조 원 후반대인 8위 독일, 9위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예산관은 “특히 일본 경제의 초저성장세에 따라 방위비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2020년대 중반에는 우리 국방예산 규모가 사실상 일본에 거의 상응하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위력 개선비, 예산의 3분의 1 차지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도 국방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리 군사력 건설에 투입되는 방위력 개선비를 크게 늘린 것이다. 이는 ‘강한 군대, 책임국방’이라는 우리 군의 소명이 반영됐다는 풀이다.

이 예산관은 “방위력개선비는 2018년 10.8%, 2019년 13.7%, 2020년 8.6% 등 3개년에 걸쳐 고증가율이 거듭돼 어느새 그 비중도 국방예산의 3분의 1을 점유하게 됐다”며 “방위력개선비에 힘을 실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 사이버, 테러, 재해재난 등 초국가적이고 비군사적인 위협의 고조 등 안보 상황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핵심 군사능력 확보·국방 R&D 등 대폭 지원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방력을 가장 확실히 강화할 수 있는 핵·WMD 대응능력 및 전작권 전환 관련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는 데 14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한편 해외무기도입 중심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방 R&D를 3조9000억 원으로 비약적으로 늘린 것, 국내 방위산업을 수출중심형으로 전환하는 데 대폭 지원한 것 등이 이번 방위력개선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예산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국방예산이 20조 원에서 30조 원을 돌파하는 데 6년(2005~2011), 30조 원에서 40조 원 시대를 여는 데 다시 6년(2011~2017)이 걸렸다. 하지만 50조 원 시대는 이의 절반인 3년 만에 다가왔다. 이 예산관은 이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국방 분야에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내용적으로도 과거와는 상이한 안보환경, 사회의 요구, 제도 개선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위력개선비를 통해 추진하는 전력증강은 당면한 위협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협,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을 망라한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효과성 높은 사업 책정 중요

50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금액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 예산관은 ‘예산이 정책을 선도한다’라는 문구를 소개하면서 “예산이 모든 국가정책의 품격과 질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50조 원’이라는 규모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 이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사업을 양질의 효과성 높은 것으로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집행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한 군대, 첨단무기 아닌 사람이 가장 중요

해군중위로 전역한 이 예산관은 국군의 날을 맞아 선배로서 장병들에 대한 격려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후방 각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는 말로 시작한 이 예산관은 “‘강한 군대’는 첨단무기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군 간부와 병사가 오로지 교육훈련에 전념하면 후생복지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체계로 운영되는 부대를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해 장병 및 그 가족들의 기본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국방부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드리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사진 < 조용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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