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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블록체인 민주주의

입력 2019. 09. 27   17:04
업데이트 2019. 09. 2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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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경 상명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과 상호작용이 변화함에 따라 국가운영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새로 제시되고 있는 국정관리 모델들은 시민사회와 정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함께 국정운영에 협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국가와 사회 간의 관계 변화, 특히 국민의 참여에 관심을 가진다.

참여의 주창자들은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최소한 국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 완벽하지 못하며, 직접민주주의에 근접하면 할수록 복잡한 현대사회가 더 잘 작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품질 좋은 공공정책을 만들어내려면 국민이 의견을 말하고 들을 줄 알고, 서로 협력해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호관련성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민관협치의 과정과 구조가 국가운영에 내재해야 한다.

요즘 세계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가진 탈중앙화 기술을 정치 플랫폼에 결합해 정책 제안과 결정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표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블록체인을 정치과정에 이용해 현재 대의제 정치의 대안이나 보완으로 국민의 삶이 바뀔 수 있을까?

데이비드 차움은 “암호화폐로 기존 화폐의 영향력이 줄고 중앙집권적인 경제권력이 분산된다면 고대 그리스처럼 직접민주주의까지 가능할 것이다”라면서 블록체인과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호주에서 플럭스(Flux)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슈 기반 직접민주주의(IBDD: Issue Based Direct Democracy)’를 운영한다. IBDD에서 유권자들은 모든 이슈에 대해 직접 투표하거나 자신의 투표권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의 투표권을 다른 투표에 이용하거나 이미 행사한 표를 철회하는 것은 현재의 선거관리체계에서 불가능하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 그중에서도 중앙에서 관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이용한 시스템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게 플럭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변화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지역주민 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따복 공동체’에 대한 주민 제안을 블록체인 투표로 심사했다. 서울시 노원구청은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노원화폐’를 출시했다. 노원화폐는 지역회원끼리 법정 화폐 없이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도록 구성했다.

과연 블록체인 민주주의의 연착륙이 가능할까? 기술적 기반의 완성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수용과 같은 변화관리가 선행돼야 하지 싶다. 왜냐하면 달라질 세상이 한편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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