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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정 문화산책] 북촌 한옥마을과 꼭두

기사입력 2019. 09. 26   16:52 최종수정 2019. 09. 26   16:54

하희정 상명대학교 박물관장


어느덧 가을이다. 파란 가을 하늘과 함께 서늘한 바람이 불면 잠시 시간을 내어 북촌 한옥마을을 걸어본다. 청계천과 종로의 위쪽이라는 의미로 ‘북촌’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사랑채·행랑채·안채·사당까지 천천히 걷다가 대청마루 끝에 앉아 담 너머로 소나무와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고즈넉한 기분이 든다. 덤으로 매듭·금박·나전·단청·목공예 등 다양한 전통 공방들을 하나씩 찾아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면서 마음 한편 엉킨 실타래의 실 끝을 잡고 있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전에는 가회동 성당을 지나 마을 안쪽 골목길을 걷다 보면 ‘꼭두랑한옥’이 있었다. 대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처마에 저마다의 모습으로 형형색색 꼭두가 매달려 있고, 실내에 들어가면 역할에 따라 분류돼 장식장 안에 전시돼 있는 꼭두를 볼 수 있었다. 꼭두는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목우(木偶)에 속한다. 목우는 주로 부장품(副葬品)으로 사용되는데, 이곳에 전시돼 있는 꼭두들은 부장품보다는 주로 상여에 매달아 장식했던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정문 근처 성균관로4길 ‘꼭두박물관’에 가면 꼭두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러 형태의 인물과 동물 형상으로 만들어진 꼭두로 장식된 상여가 먼저 눈에 띈다. 상여의 정면에는 나쁜 기운을 막아 이승을 떠나는 영혼을 인도하고 위로한다는 용수판이 있고, 정면의 용수판 좌우와 뒤쪽에는 영혼을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봉황 형상의 꼭두가 달려 있다. 용수판과 봉황 사이 그리고 상여의 양쪽 측면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꼭두들이 가지런히 고정돼 있다. 이곳의 꼭두들은 김옥랑 관장님이 1970년대 후반부터 수집하기 시작해 숨결을 불어넣은 것들이다.

사람의 형상을 한 꼭두들은 그 역할이 4개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는 길을 안내해주는 꼭두로 위협적인 표정을 지으며 거북·용·봉황·기린과 같은 영수(靈獸)를 타고 있거나 말·호랑이 등을 타고 있다. 둘째는 주위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지켜준다는 꼭두로 영수나 말을 타고 창이나 몽둥이 같은 무기를 들고 호위하고 있다. 셋째는 시중을 드는 꼭두로 망자가 살아있을 때처럼 곁에서 시중을 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슬픔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거나 묘기를 부려 분위기를 띄워주는 꼭두다.

꼭두에 사용되던 나무는 주로 피나무였다고 한다. 피나무는 재질이 연해 가공하기 쉬우면서도 결이 치밀하고 곧아 트지 않고 뒤틀리지 않아서 소반과 같은 부엌 가구의 재료에 주로 사용되던 나무다. 연필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연필을 깎듯이 닮은 듯 서로 다른 형태로 친근한 모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피나무는 애환을 담은 꼭두 조각의 재료로는 최상이었을 것이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결과 색감을 드러내는 꼭두를 보고 있으면, 무탈하게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함과 외롭지 않은 정겨움을 느끼면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꾸미지 않은 소박한 마당이 있는 한옥에 해학적인 꼭두가 있던 ‘꼭두랑한옥’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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