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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혁 독자마당] 병영상담의 새 지평 연 ‘흑룡 리더십 훈련’

입력 2019. 09. 25   16:22
업데이트 2019. 09. 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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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혁 해병대6여단·병영생활 전문상담관
손진혁 해병대6여단·병영생활 전문상담관

“다 같이 건너가려면 이 방법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라는 대화가 계속 오고 간다. 지난여름, 백령도는 해병대원들의 열정으로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실제 전장과 같은 비장한 배경음과 효과음이 훈련장 곳곳에 퍼지면서, 어느새 참관하고 있는 사람마저 함께 훈련에 집중하면서 감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해병대6여단에 있는 ‘흑룡 리더십 훈련장’은 올해 여름 개소해 많은 해병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이지만, 내부는 4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짜임새 있는 훈련장으로 구성돼 있다. 해병들은 코스별로 해병대 정신과 관련된 중요한 인물과 전투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상기하면서, 주어진 과제를 서로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병대 정신을 함양하고 훈련 참가 장병 상호 간 관계를 향상하는 것은 물론 리더십도 기를 수 있다.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으로서 상담실에서의 정형화된 상담에서 벗어나 더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찾고 있던 필자는 ‘흑룡 리더십 훈련’이 갖는 상담 프로그램의 효과에 주목했다. 개인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과 ‘자연스러운 관찰’이다. 굳어 있는 몸과 마음을 풀고, 평소의 말투와 행동, 서로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한 후 상담 참가자들을 관찰해야 하는데,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봐도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흑룡 리더십 훈련’은 집단상담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었다. 이미 땀 흘리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1시간가량 몸과 마음을 부딪쳐 과제를 해결하고 온 해병들은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열고 상담에 임한다. 별도의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 없는 것이다. 또 ‘흑룡 리더십 훈련’ 과정을 전문상담관이 직접 관찰함으로써 이 해병들이 평소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그런 성향이 서로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누가 누구를 신뢰하고 누가 누구를 거부하는지를 여과 없이 관찰할 수 있다. 필자는 ‘흑룡 리더십 훈련’이 병영생활 상담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상담에서 정확한 관찰을 통해 내리는 진단은 정확할 수밖에 없다. ‘흑룡 리더십 훈련’과 연계한 집단상담에서 상담관인 필자는 물론, 상담에 참여했던 해병들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생활반원·분대원들 사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해병들의 관계가 점차 개선돼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서해 최북단 외딴섬에서 나라를 지키느라 밤낮없이 뜬눈으로 고생하는 해병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 것 같아 무척이나 뿌듯하다. ‘흑룡 리더십 훈련’과 ‘집단상담’을 통해 건강하고 밝은 병영문화, 해병대다운 끈끈한 전우애와 리더십으로 ‘서북도서 절대 사수’ 임무를 완수하는 해병대6여단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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