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가 행위자의 군사력 증강 가능성 보여준 사건
첨단군사기술, 선진 군사강국의 전유물 아냐
적대세력과의 군사력 격차 유지 방안 모색해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석유 시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는 모습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무엇을 남겼는가? 드론 병기의 위협 확산과 대비의 문제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은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는 드론의 군사적 잠재성을 활용한 군사 도발의 실현이다. 피터 싱어를 위시한 전문가들은 드론의 핵심 특성에 대해 ‘무인(인간 탑승의 배제)’이 가져오는 군사적 이점을 들고 있다. 이에 더해 필자는 드론을 비롯한 무인병기의 활용도를 1회용 종이컵에 비유하곤 한다. 인간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쓰고 폐기할 수 있는 1회용 저가 드론의 개발 및 활용이 가능하다. 존 아키야와 데이비드 론펠트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이러한 드론의 특성을 활용, ‘작고 많은 단위(small and many unit)’를 활용한 벌떼 전술(swarming)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사태에서는 예멘 반군이 미사일을 포함한 다른 무기체계도 동원해 드론만의 파괴력을 충분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다수의 드론을 활용한 군사도발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공격은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력 증강 가능성을 보여줬다. 도발 주체라고 주장한 예멘 반군은 주권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9·11 테러를 통해 주권국가 이외의 다양한 주체가 국가에 치명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9·11 테러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민간 항공기 등 문명의 이기를 대량살상의 도구로 활용하는 발상과 이러한 발상이 국제적 테러조직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9·11 테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도발 능력이 강화될 가능성을 보여 줬다. 비국가 행위자라도 드론 같은 첨단무기체계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국가 기간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첨단 군사기술이 선진 군사강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군사기술의 확산으로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 역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비대칭 도발에 대한 국가의 취약성도 보여줬다.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개별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을 위시한 경제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산업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시설들은 군사시설과 달리 방호에 취약하다. 취약한 산업시설은 적성국뿐만 아니라 국제적 범죄조직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일례로 국제 범죄조직이 폭약을 탑재한 다수의 드론을 활용, 산업시설에 1차 공격을 감행하고 2차 공격을 예고하면서 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사태는 국가의 소중한 경제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당국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주요 산업시설에 대한 방호력 증대와 민방위를 비롯한 공격흡수능력 제고 방안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래 안보 환경 및 차기 국방 개혁 관련 시사점
드론을 이용한 공격은 미래 안보 환경 및 차기 국방 개혁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육군 미래연구그룹이 지난 2017년 발간한 『The Character of Warfare 2030 to 2050: Technological Change, International System and the State(2030~2050년의 전쟁 양상: 기술변화, 국제체제 그리고 국가)』의 핵심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기술변화 속도, 국제체제의 변화 그리고 국가 거버넌스의 변화를 변수로 2030년 이후 미래 작전 환경의 변화를 전망했다. 특히 2030년 이후의 미래에 기술발전 속도가 둔화하는 반면, 확산 속도가 증가하고 국가 거버넌스 쇠퇴로 군사력 건설 및 사용에 대한 제약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한 내용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먼저 기술발전 속도 둔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만약 미 육군 연구보고서의 전망대로 기존 군사 선진국의 차세대 첨단 기술 개발 속도는 더뎌지는 반면 드론을 위시한 기존 첨단 군사 기술은 더 빠르게 확산할 경우 국방 당국의 중요한 과제는 도전세력과의 상대적 군사력 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 모색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의 첨단기술 획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세력 및 도전세력으로 기존의 첨단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드론을 위시한 전장무인화 기술의 관리는 군사력 격차 유지·확대에 핵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국가 거버넌스의 쇠퇴와 첨단 군사기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미 육군 미래연구그룹의 보고서는 2030년 이후에는 소셜미디어의 발전 및 확산으로 군사력 건설 및 사용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저항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저항으로 인해 완전 자율화된 드론 부대의 실전배치가 요원해지고, 미국에 도전하는 권위주의 국가가 먼저 실전배치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정치적 의견 개진이 가장 활발한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국방 당국도 국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세력은 우리보다 먼저 완전 자율화된 살상용 드론을 실전 배치해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 거버넌스를 고려한 국방개혁 추진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은 차기 국방개혁을 준비하는 국방 실무자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드론 같은 군사기술의 확산으로 초래될 미래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 적대세력과의 군사력 격차를 유지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동시에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획득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거버넌스 요인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앞으로의 군사혁신은 혁신 추진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하겠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다수의 드론과 미사일에 의해 공격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사르 알라 예멘 반군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공격에 동원된 드론과 미사일들은 석유 시설 내 17개소를 타격했고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정유량의 70%에 해당하는 석유가 불타버렸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 상승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 향후 걸프 지역에서 추가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번 피격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드론을 활용한 군사도발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이는 향후 한반도에서 드론과 관련한 다양한 도발에 대비하고 드론을 활용한 우리의 군사혁신을 계획함에 있어 한 번 생각해 볼 사안이다.
이 글은 이번 드론 공격이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필자 나름의 대답이다.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력 증강 가능성 보여준 사건
첨단군사기술, 선진 군사강국의 전유물 아냐
적대세력과의 군사력 격차 유지 방안 모색해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석유 시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는 모습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무엇을 남겼는가? 드론 병기의 위협 확산과 대비의 문제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은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는 드론의 군사적 잠재성을 활용한 군사 도발의 실현이다. 피터 싱어를 위시한 전문가들은 드론의 핵심 특성에 대해 ‘무인(인간 탑승의 배제)’이 가져오는 군사적 이점을 들고 있다. 이에 더해 필자는 드론을 비롯한 무인병기의 활용도를 1회용 종이컵에 비유하곤 한다. 인간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쓰고 폐기할 수 있는 1회용 저가 드론의 개발 및 활용이 가능하다. 존 아키야와 데이비드 론펠트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이러한 드론의 특성을 활용, ‘작고 많은 단위(small and many unit)’를 활용한 벌떼 전술(swarming)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사태에서는 예멘 반군이 미사일을 포함한 다른 무기체계도 동원해 드론만의 파괴력을 충분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다수의 드론을 활용한 군사도발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공격은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력 증강 가능성을 보여줬다. 도발 주체라고 주장한 예멘 반군은 주권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9·11 테러를 통해 주권국가 이외의 다양한 주체가 국가에 치명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9·11 테러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민간 항공기 등 문명의 이기를 대량살상의 도구로 활용하는 발상과 이러한 발상이 국제적 테러조직 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9·11 테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도발 능력이 강화될 가능성을 보여 줬다. 비국가 행위자라도 드론 같은 첨단무기체계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국가 기간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첨단 군사기술이 선진 군사강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군사기술의 확산으로 비국가 행위자의 군사 역량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비대칭 도발에 대한 국가의 취약성도 보여줬다.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개별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을 위시한 경제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산업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시설들은 군사시설과 달리 방호에 취약하다. 취약한 산업시설은 적성국뿐만 아니라 국제적 범죄조직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일례로 국제 범죄조직이 폭약을 탑재한 다수의 드론을 활용, 산업시설에 1차 공격을 감행하고 2차 공격을 예고하면서 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사태는 국가의 소중한 경제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당국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주요 산업시설에 대한 방호력 증대와 민방위를 비롯한 공격흡수능력 제고 방안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래 안보 환경 및 차기 국방 개혁 관련 시사점
드론을 이용한 공격은 미래 안보 환경 및 차기 국방 개혁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육군 미래연구그룹이 지난 2017년 발간한 『The Character of Warfare 2030 to 2050: Technological Change, International System and the State(2030~2050년의 전쟁 양상: 기술변화, 국제체제 그리고 국가)』의 핵심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기술변화 속도, 국제체제의 변화 그리고 국가 거버넌스의 변화를 변수로 2030년 이후 미래 작전 환경의 변화를 전망했다. 특히 2030년 이후의 미래에 기술발전 속도가 둔화하는 반면, 확산 속도가 증가하고 국가 거버넌스 쇠퇴로 군사력 건설 및 사용에 대한 제약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한 내용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먼저 기술발전 속도 둔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만약 미 육군 연구보고서의 전망대로 기존 군사 선진국의 차세대 첨단 기술 개발 속도는 더뎌지는 반면 드론을 위시한 기존 첨단 군사 기술은 더 빠르게 확산할 경우 국방 당국의 중요한 과제는 도전세력과의 상대적 군사력 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안 모색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의 첨단기술 획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세력 및 도전세력으로 기존의 첨단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드론을 위시한 전장무인화 기술의 관리는 군사력 격차 유지·확대에 핵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국가 거버넌스의 쇠퇴와 첨단 군사기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미 육군 미래연구그룹의 보고서는 2030년 이후에는 소셜미디어의 발전 및 확산으로 군사력 건설 및 사용에 대한 다양한 주체의 저항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저항으로 인해 완전 자율화된 드론 부대의 실전배치가 요원해지고, 미국에 도전하는 권위주의 국가가 먼저 실전배치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정치적 의견 개진이 가장 활발한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국방 당국도 국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세력은 우리보다 먼저 완전 자율화된 살상용 드론을 실전 배치해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 거버넌스를 고려한 국방개혁 추진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이번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은 차기 국방개혁을 준비하는 국방 실무자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드론 같은 군사기술의 확산으로 초래될 미래 안보환경 변화를 고려, 적대세력과의 군사력 격차를 유지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동시에 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획득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거버넌스 요인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앞으로의 군사혁신은 혁신 추진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하겠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다수의 드론과 미사일에 의해 공격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사르 알라 예멘 반군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공격에 동원된 드론과 미사일들은 석유 시설 내 17개소를 타격했고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정유량의 70%에 해당하는 석유가 불타버렸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 상승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 향후 걸프 지역에서 추가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번 피격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드론을 활용한 군사도발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이는 향후 한반도에서 드론과 관련한 다양한 도발에 대비하고 드론을 활용한 우리의 군사혁신을 계획함에 있어 한 번 생각해 볼 사안이다.
이 글은 이번 드론 공격이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필자 나름의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