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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이야기 ] 장보고급 잠수함, 해외훈련 맹활약…재래식 잠수함 모범국 우뚝

신인호 기사입력 2019. 09. 20   11:17 최종수정 2019. 10. 02   15:37

림팩훈련에 참가한 나대용함이 부상하고 있는 모습. 사진 = www.navy.mil

‘한 사람이 제대로 길목을 지키면 능히 1000명을 두렵게 할 수 있다(一夫當逕 足懼千夫).’ 일찍이 충무공 이순신 제독은 명량해전을 하루 앞두고 장병들에게 이렇게 갈파했다. 해군에서는, 특히 잠수함부대에서는 이 말을 자주 인용하고는 한다. 그로부터 400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 잠수함의 특성과 전략적인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돌고래급 잠수정(SSM)이 비록 규모에 비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해도 충무공이 말한 전략적 가치를 수행하고 구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해군은 수중·수상·항공의 입체전력 확보와 함께 본격적인 잠수함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체급이 높은 중형 잠수함을 필요로 했고, 그 여망에 따라 1990년대 초반 세계 잠수함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독일 209급으로 불리는 배수량 1200톤급 잠수함을 획득, 장보고급으로 전력화했다.


독일 209급 완제 및 기술도입 건조로 확보


해군은 돌고래 건조가 추진되던 1982년 11월, 율곡사업 리스트에서 추가 잠수함 도입사업을 올리고 5년 뒤인 1987년 7월 16일, 3척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한국형잠수함사업(KSS)에 대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이 사업은 국내 연구개발(R&D)로 잠수함을 획득하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해군의 중형 잠수함 도입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잠수함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고, 그 결과 독일 HDW사(Howaldtswerke-Deutsche Werft)의 디젤 추진 209잠수함이 선정되었다.


잠수함을 독자개발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설계 기술과 기자재의 국산화, 그리고 건조 능력 면에서 완전성을 가져야 했고, 돌고래급 잠수정을 성공적으로 건조, 취역시켰다 하더라도 배수량 1000톤이 넘는 중형 잠수함 건조에는 위험 부담이 컸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돌고래 이후 후속 국내개발 사업이 단절됨에 따라 어렵게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know-how)를 독자적인 잠수함정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상당 기간 뒤로 미루게 되었다.  

209급 잠수함은 독일이 1960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13개국에 60척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최초 개발 시에는 1000톤 이었지만 수입국에서의 요구사항이 증대해 1500톤급까지 생산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제원으로는 수상배수량 1100톤, 수중배수량 1250톤, 전장 56m, 전폭 6.2m이다. 수중에서 최고 22노트(약 40㎞/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디젤-전기 추진방식으로 MTU 12V396SE 디젤엔진과 발전기를 각각 4기씩 탑재한다. 추진기는 주전동기와 보조전동기로 구성되며 7엽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1축 추진방식이다. 소나는 함수에 원통형 패시브 소나, 세일 앞에 액티브 소나, 선체 측면에 어레이 소나를 탑재한다.


첫 중형급 국산잠수함인 이천함의 진수식 장면. 사진 = 해군본부


이 같은 209급 잠수함을 획득하는 KSS사업은 1척을 독일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건조·도입하고, 나머지 2척을 기술도입(원자재 구매)해 국내에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번함은 1992년 10월 14일 독일 킬(Kiel)에 위치한 HDW조선소에서 인수, 1993년 취역했다.


해군은 209급 잠수함에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바다와 관련해 국난극복에 공이 있는(해양수호를 위해 큰 공을 세운) 역사적 인물을 함명으로 제정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1번함을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따 장보고함이라 명명했다. 이후 이천 제독의 이름으로 명명한 이천함부터는 독일에서 부품을 받아 국내 건조 파트너인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조선,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에서 조립, 건조했다. 해군은 1989년에 2차분, 1994년에 3차분 각각 3척씩을 추가로 발주해 현재 이 장보고급의 잠수함을 9척 보유하고 있다. 도입 차수에 따라 성능도 조금씩 다르다. 3차분의 경우, 사정거리 90km의 잠수함 발사 하푼 미사일을 운용한다.


장보고급 잠수함 절정의 전투력 발휘


장보고급 잠수함들은 환태평양(RIMPAC, RIM of the PACific·림팩) 훈련을 비롯한 많은 연합훈련에서 전투력을 발휘해 뚜렷한 성과를 달성했다. 1996년 10월 7일, 우리 해군 잠수함 최초로 해외파견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진해를 출항한 최무선함은 10월 18일 괌에 입항했다가, 11월 3일 진해로 귀항하면서 2000해리(약 3600km) 첫 장거리 항해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1997년 4월 15일부터 7월 21일 사이에는 1번함 장보고함이 하와이까지의 약 4500해리(약 8100km) 단독 항해에 성공했다.


이천함이 퇴역 오클라호마시티함을 SUT어뢰로 침몰시키는 장면. 사진 = 해군본부


이천함은 1999년 서태평양훈련에서 SUT어뢰로 1만2000톤급 미 해군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를 격침시켜 잠수함사령부의 ‘One Shot, One Hit, One Sink!’ 전통을 이어가는 첫 장을 열었다. 박위함은 2000년 림팩에서 황군 소속의 가장 작은 잠수함으로서 청군 함정 11척(약 9만6000톤)을 격침해 훈련사령관으로부터 ‘Small But Best’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훈련 종료 때까지 단 한 차례의 공격도 받지 않고 유일하게 생존한 기록도 세웠다. 2002년 림팩에서는 나대용함이 총 10척 1만 톤에 해당하는 함정을 가상 격침시키고 잠대함 하푼 미사일을 발사해 수십 마일 떨어진 9200톤급의 퇴역 함정을 명중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2004년 림팩에 참가한 장보고함은 가상 공격훈련 중 구축함 등에 위치가 발각되지 않은 채 30여 척을 침몰(가상)시키는 등 전투력을 과시했다. 당시 미국 해군 7항모전단장 월시(Wolsh, 해군준장)제독은 “한국은 뛰어난 자질과 기량, 군사전술을 보여 줬으며, 또한 전술정보 교환 능력이 훌륭해 한국 해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극찬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 우뚝


30여 년 전, 정규 잠수함 도입의 꿈을 안고 함 인수를 위해 낯선 독일로 출발했을 당시, 잠수함 선진국들은 한국 해군이 잠수함을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이런 의구심을 떨쳐내고 장보고급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작전 운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훈련에서 우수한 잠수함 운용능력을 알려왔다.

해군은 수중·수상·항공의 입체전력 구비가 목표였다. 장보고급 잠수함 도입은 이 목표의 달성을 의미했다. 해군은 장보고급 잠수함 운용 경험을 통해 운용술과 전술을 발전시키고, 승조원 양성과 교육훈련, 정비기술도 향상시켰다. 현재는 명실공이 재래식 잠수함 운용의 모범 국가와 해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장보고급 잠수함 2번함부터는 기술협력을 통한 국내생산으로 추진해 국내 조선소의 잠수함 건조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잠수함 전력발전의 추진동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후속 모델인 손원일급 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는 발판을 갖추었다.

더불어 우리 해군의 우수한 잠수함 운용능력이 널리 알려지면서 2013년부터 외국군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잠수함과정’을 개설하였고, 2012년 국내 조선소에서 인도네시아와 장보고급 수출 계약을 체결하여 세계 9번째 잠수함 수출국 대열에 합류했다.
신인호 기자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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