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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의무

입력 2019. 09. 20   16:55
업데이트 2019. 09.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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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호영 대위 육군1포병여단
염호영 대위 육군1포병여단

나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이중국적자였다. 이런 나에게 부모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너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민의 의무를 반드시 다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마 그때부터 부모님은 내가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 주신 것 같다.

어렸을 적 나는 이중국적자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었다. 일본에서 출생한 이후 줄곧 대한민국에서 지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던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동양권 국가이기에 겉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출생지가 일본이라 하면 언제나 일본인 취급을 받으며 놀림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성인이 된 후에는 독도 문제나 한·일전 등과 같은 대중적인 질문을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단 한 순간도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그런 질문과 놀림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님께서도 나에게 국민의 4대 의무 중 병역의 의무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나 역시 군 복무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큰아버지는 장교로 예편하셨는데, 지적이고 신사적인 모습을 보면서 군 복무는 반드시 장교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와 비슷한 조건의 사람 중 이중국적을 유지하기 위해 용사로 의무복무를 마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장교들은 용사들과 달리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 없다. 군 복무라는 숭고한 사명 앞에 나 자신이 더욱 뿌듯했었다. 솔직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용사로 의무복무하거나 군 복무를 회피하는 것과 비교해 내가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국가가 자신에게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모습이 아닐까?

나에게 국가란 나를 품어주고 있는 큰 집이다. 내게는 다른 집도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집이 가장 소중하다. 이러한 집을 위해 나는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어머니와 일본대사관에서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소위로 임관한 그날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어느덧 6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장교로 임관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으며 국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선택한 군인이라는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나 자신이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이자 군인으로서 자랑스럽다. 내 오른쪽 어깨에 부착된 태극기는 오늘도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수호자로서 나를 한층 더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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