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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타이완·티베트를 주시해야 할까?

기사입력 2019. 09. 20   16:58 최종수정 2019. 09. 22   15:54

국방대학교 미래안보전략과정 지상중계 <2>

● 미·중 전략적 경쟁의 본질과 전망 그리고 한국의 대응 

 
주권·영토 문제 직결된 타이완·티베트… 中 지도부 협상 불가 대상
미국이 홍콩 시위·타이완 선거 문제 삼는다면 패권 충돌 불가피
한국, 中 대응 주의 깊게 살피고 정책적 방향성 조정·선제대응 해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은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회의 중 양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미·중 사이의 전략적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충돌할 때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았다. 지금의 상황 역시 군사·안보적 동맹국인 미국도, 무역 1위 대상국인 중국도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에 대한 요구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중 전략적 경쟁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중 관계를 전망해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의 패권 변화와 중국의 부상


현재까지 나타난 미·중 전략적 경쟁의 본질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의 전환 과정에 미·중 사이 패권 경쟁의 요소가 혼합된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전후 질서를 확립했고, 탈냉전 시기 초강대국의 위치를 차지했다. 그런 미국이 21세기 들어와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바꾸려고 한다. 그 이유는 기존의 규범과 질서 아래서 미국의 패권적 리더십에 도전이 가능한 국가들이 미국과의 종합국력 격차를 계속 줄여오는 데 있다. 나아가 중국을 위시한 일부 강대국에는 종합국력의 발전 속도에 불균등한 차이를 허용하고 있어 미국의 패권적 리더십과 영향력은 계속 줄거나 혹은 ‘추월’되는 것까지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지금의 국제질서와 규범에 대해 불만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중심에 바로 중국이 있다. 마오쩌둥 혁명·사상의 시대와 문화대혁명(1966~1976)의 암울한 10년 세월을 지나 중국은 1978년 말부터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며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나타난 ‘중국의 부상’에서 미국 및 서구 국가들의 인식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이 보여준 1990년대의 부상(浮上)은 단지 지표상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협의(狹義)의 정의였던 데 비해 21세기 중국의 부상은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성장은 물론 정치적, 군사·안보적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광의(廣義)의 정의로 인식됐다.

미국은 중국이 부상할 수 있었던 동력에 중국 자체의 노력도 있었지만, 현재의 규범과 질서가 미국이 아닌 중국에 ‘상대적 이익’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인식했다. 브루스 크로닌 등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패권 국가들은 자국에 가장 유리한 규범과 질서를 확립하고 이에 대한 수용을 국제사회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패권국의 종합국력이 가장 강할 것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강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니코 크리시 등의 연구에서 보여주듯 어느 순간 상황이 바뀌어 자국이 아닌 다른 강대국이 가장 큰 상대적 이익을 가져가고 또 조만간 추월이 예상된다면, 패권국들은 비록 자신이 세운 규범과 질서일지라도 이를 무시, 철회 또는 수정을 시도해왔다. 미국 또한 규범과 질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향후 ‘도전국가’로서의 중국이 가지는 대미 패권 경쟁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밀한 자구의 원칙 확립이 필요한 때


이런 배경을 가진 미·중 전략적 경쟁의 결과를 현 상황에서는 전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힘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대중 정책 방향은 ①중국 부상의 좌절 유도 ②중국 부상의 속도 조절 및 지연 ③중국 부상의 수용과 이익 공유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미국은 현재 중국 부상의 좌절 유도를 정책적 목표로 삼아 중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대미 정책은 ①장기적인 협력과 갈등의 관리 ②미국의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협력 ③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충돌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미·중 간 협력과 갈등 관계의 장기화를 통해 원만한 미·중 관계의 회복과 자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향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전망, 특히 중국의 대미 정책적 대응 방향은 타이완과 티베트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제도적 접근의 결과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후진타오와 시진핑 주석이 각각 2011년과 2012년 타이완과 티베트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대표한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핵심이익인 타이완과 티베트 관련 현안은 주권, 영토, 통일과 직결된 문제로 협상불가 대상이다. 만약 이들과 관련된 현안에서 중국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지 시진핑 주석의 권위 손상을 넘어 중국 공산당 자체의 리더십과 정통성이 흔들리는 심각한 국내정치적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017, 2018, 2019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타이완에 무기를 수출했으며, 2018년에는 ‘타이완 여행법’이 발효돼 미국과 타이완 사이 정부 고위관료들의 만남이 이어졌다. 또 2018년과 2019년 ‘국방수권법(NDAA)’이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되며 양측 간 군사·안보적 협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2018년에 ‘아시아 안심법안(the 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 그다음 해인 2019년에 ‘타이완 보증법(Taiwan Assurance Act of 2019)’을 통해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제도적 접근을 계속 강화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미 의회는 2018년 11월 ‘위구르족 인권 정책법’을 초당적으로 발의했으며, 2019년 6월에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상정하고 심의 중이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는 중국의 또 다른 핵심이익인 티베트 지역으로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범죄자 송환법’ 반대로 인해 2019년 3월 말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와 2020년 1월로 예정된 타이완의 총통선거를 연계해 타이완, 신장 위구르, 홍콩, 티베트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중국의 공산당 리더십과 정통성 수호라는 국내정치적인 요인이 한층 강해지며 대미 정책 방향성이 물러설 수 없는 미·중 패권 충돌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타이완 정책은 물론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현안에 대한 접근, 중국의 대응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현재 힘의 우위를 보이는 미국이 모색하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분석하며, 이를 중심으로 우리의 정책적 방향성을 조정해야 한다. 만약 미국의 정책적 목표가 우리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중의 전략적 경쟁 사이에서 한국의 국익과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세밀한 자구(字句)의 ‘원칙’ 확립이 필요한 때이다. 만약 미·중의 경쟁이 장기화하는 경우 한국이 확고한 원칙 없이 현안에 대한 임기응변식 대응만 나타낸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나, 향후 미·중 모두로부터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은 물론 전략적 불신이 증가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욱 큰 국익 손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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