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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고]청와대 초청강연과 남북군사합의 1주년

입력 2019. 09. 19   16:43
업데이트 2019. 09. 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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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준 국방대 교수·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김 영 준 국방대 교수·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이 청와대 안에서 업무만 하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며,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들을 모셔서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청와대 공부 모임이 상춘포럼이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춘포럼이 다시 시작됐다.

2017년 10월부터 아나운서 이금희, 소통전문가 김창옥 강사,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청와대 모든 직원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엔 필자가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 1주년을 앞두고 청와대에 초청돼 강연하게 됐다. 강기정 정무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 청와대 주요 공직자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해 강연 후에도 함께 많은 소감을 나눈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냉전의 마지막 유산과 잊혀진 영웅들의 랩소디: 9·19 군사합의가 가져올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였다. 강연 중 눈물을 글썽이며 주목하던 분이 여럿 떠오른다. 아마 이번 강연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가 갖는 세계사적 의미라는 거대 담론도 포함했지만, 무엇보다도 강연자로서 필자가 지금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노력은 역사 속에서 잊혔던 평범한 사람들을 치유와 화해를 통해 기억해주는 과정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고(故) 남궁선 이등중사 유해가 가족 품에 66년 만에 안겨 현충원에 안장된 것이 그러했고, 강연 중 언급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원빈 형제의 이야기가 좋은 예일 것이다.

가끔 역사의 중심에서 밤새 일에 매여 있는 이들은 본인들이 어떠한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일상의 피로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헌신하는 일을 대안 없이 매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당장 아프기 때문이다. 2시간여 동안 청와대에 근무 중인 모든 분께 이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매진하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여러분의 노력은 역사 속 거인들에 가려져 잊혔던 평범한 사람들을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통해 기억하고 소환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소중한 헌신임을 강조했다.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대안 없이 매일 비판에만 매달리는,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 있다며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들에 그만 아파해도 된다고 했다. 대신,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노력인지 자긍심을 느끼라고 강조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지막에서 형 장동건의 유해를 발견하고 할아버지가 된 동생 원빈이 울부짖는 1분 남짓의 장면은, 우리가 왜 지난 전쟁의 상처를 분노와 복수심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치유와 화해의 과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어떠한 논리적 설명보다도 더 강렬한 이유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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