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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인간탄환’…10초 벽 깨기 “느낌이 좋다”

노성수

입력 2019. 09. 18   16:20
업데이트 2019. 09. 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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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 <2> 육상 김국영 일병


19세에 31년 묵은 100m 한국신 깨며 화려한 등장
지난 2월 입대 후 정신력 업그레이드 ‘컨디션 최상’
군인체육대회 앞서 세계선수권·전국체전 기량 점검

국군체육부대 김국영 일병이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 육상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양동욱 기자
국군체육부대 김국영 일병이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 육상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양동욱 기자

10초. 숨 한 번 크게 몰아 쉬면 지나가는 이 짧은 시간에 인생을 건 사나이가 있다. 이 사나이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10초의 벽’을 깨기 위해 질주 중이다. 그는 바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로 활약해온 김국영 일병이다.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김 일병을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 육상훈련장에서 만났다.

부족한 신체 조건, 스타트로 승부수

100m 경기는 ‘육상의 꽃’으로 불릴 만큼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다. 그러나 찰나의 레이스를 위한 준비 과정은 가혹하다. 일단 신체 조건부터 갖춰야 한다. 한때 트랙을 풍미했던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은퇴)의 신장은 무려 196㎝. 긴 다리로 남들보다 몇 발 덜 뛰고 결승점 통과가 가능하다. 여기에 터질 듯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으로 상대를 따돌린다. 반면 김 일병의 신장은 176㎝다. 평균 남성 신장을 웃돌지만, 스프린터로서는 다소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타트 라인에 서면 상대 선수들이 대부분 저보다 큽니다. 부족한 신장은 빠른 스타트로 극복하죠. 스타트에서 실수하면 저는 만회할 길이 없거든요. 체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연습하고 완벽한 레이스를 위해 집중합니다.”

스타트 훈련에 한창인 김 일병의 눈빛이 실전처럼 매섭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김 일병은 일찍부터 주목받은 스타 플레이어였다. 2010년 당시 19살이던 그는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로 결승선을 통과해 31년 묵은 한국신기록(10초34)을 깼다. 침체기에 있던 육상계는 김 일병의 출현에 흥분했다. 이후 그는 경쟁자들이 단 한 번도 세우지 못한 한국신기록을 무려 다섯 차례나 경신하며 외로운 질주를 펼쳐왔다. 현재 그가 보유한 한국신기록은 2017년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 당시 세운 10초07.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김 일병은 올 2월 입대했다.

“사실 입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만약 훈련의 제약이 있으면 기량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를 괴롭혔던 허벅지 부상도 거의 털어냈고요. 이 기세대로라면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도 자신 있게 레이스를 펼칠 것 같습니다.”

함께 입대한 박태건 일병의 존재도 든든하다. 김 일병은 100m 한국기록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10초30)을 보유한 박 일병과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부대 환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메달·9초대 기록 모두 잡겠다”

국내에서는 더는 오를 곳이 없는 김 일병이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번번이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의 국제대회 경력은 2년 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준결승에 오른 것이 최고 성과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는 김 일병에게 더욱 간절한 무대다.

“저는 대회에 참가하기 전 반드시 이룰 수 있는 목표만 세웁니다. 이번 세계군인체육대회에는 금메달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동안 신기록도 세워보고 슬럼프에도 빠지며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요즘 일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큽니다”

금메달 못잖게 간절한 것은 ‘마의 10초대’ 기록을 깨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함께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에서 9초대 선수들이 잇따라 등장하자 큰 자극을 받았다.

“스프린터로서 최종목표는 9초대 기록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그 꿈을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일단 그는 오는 27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100m는 강함 속에서 부드러움을 연출해야 하는 경기입니다. 그래서 출발선에 서면 항상 ‘힘을 빼자’라는 생각뿐이죠. 몸이 경직되면 원하는 레이스를 펼칠 수 없거든요. 강해진 제가 펼치는 부드럽고 완벽한 질주를 지켜봐 주십시오. 충성!” 진천=노성수 기자 nss1234@dema.mil.kr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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