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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병영칼럼] 상상력을 발휘하는 군대

입력 2019. 09. 18   16:50
업데이트 2019. 09. 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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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진 경향신문 부국장·안보전문기자
박 성 진 경향신문 부국장·안보전문기자


상상력은 역사를 진전시키는 힘이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도 기존 외교 문법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이 만든 세계적 사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 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실로 어려운 역사적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끊임없는 상상력의 발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력은 군의 훈련에도 적용된다. 군은 지난달 말 독도와 그 주변 바다를 지키기 위한 역대 최대 규모 육·해·공군 훈련을 했다. 명칭은 과거에 사용하던 ‘독도 방어훈련’이 아니라 ‘동해 영토수호훈련’이었다. 사실 독도 방어훈련이란 명칭은 국제사회에서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있었다. 제3국에서는 1849년 서양권에서 독도를 최초로 발견한 프랑스 선박인 ‘리앙쿠르호’의 이름을 딴 ‘리앙쿠르 암초’라고 부르고 있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번에는 군이 상상력을 발휘했다. 독도라는 작은 범위를 벗어나 독도를 동해 속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는 명칭에서 독도가 드러나지 않는 만큼 일본이 시비를 걸더라도 국제사회가 일본에 동조할 만한 소지가 확 줄어든 것이다. 또 동해 영토수호훈련이라는 큰 그림을 통해 국제사회에는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도 됐다.

군의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도 상상력이 반영됐다. 군은 우주작전 능력 확대를 위해 이번 중기계획에 고출력 위성 감시·추적체계 구축사업 등을 반영했다. 이를 놓고 북한이 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위성 감시·추적체계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우주작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실에서 북한의 위성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으면 그것은 상상력 빈곤의 결과다. 나아가 한반도 우주 상공을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우주작전 능력 확대를 위한 군의 예산 반영은 적절한 조치였다.

국방부가 3만 톤급 경항공모함(사업명 대형수송함-Ⅱ) 건조를 공식화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우리 군의 형편으로 경항모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경항모 건조는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포함한 ‘전방위 안보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안보 상황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적절하다.

군은 대형수송함 1, 2번 함의 명칭을 각각 한반도 가장 동쪽인 독도의 이름을 빌린 독도함,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함으로 지었다. 대형수송함 3번 함이기도 한 경항모 명칭은 한반도 최서단을 상징하는 섬 이름을 붙일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경항모는 ‘신도함’이어야 한다. 한반도 최서단 섬은 평안북도 용천군에 있는 신도이기 때문이다. 압록강 하구에서 약 12㎞ 떨어진 신도는 동경 124° 10′ 47″로 한반도 최서단이다. 최서단 섬이 백령도라고 여기는 것은 한반도를 휴전선 이남으로 국한한 상상력의 빈곤에서 나온 것이다. 신도함이 한반도 바다를 떠다니고, 독도함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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