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이스라엘의 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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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국방부는 여군 창설 69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우리나라의 발전된 양성평등 정책과 여군 1만 명 시대에 군 주요 직위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군의 활약상을 홍보했다. 앞으로 여군의 군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바, 일찍부터 여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용해온 이스라엘의 여군 운영 실태를 비교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1948년 독립전쟁 당시부터 아랍국과의 전쟁에 투입됐던 여군은 심지에 전투부대에도 배속돼 맹활약했다. 하지만 독립 이후인 1949년 병역법(징병법)이 제정돼 여군의 의무복무가 시작되면서부터 전투 임무보다는 ‘여성의 특성에 맞는’ 일부 업무에 국한돼 근무했다. 하지만 전쟁 양상이 기존의 단순한 전투에서 여러 분야로 다양해지면서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 이후 벌어진 소모전(1969년부터 2년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협력해 이스라엘과 대치한 제한적 전투 상황)부터 전투훈련, 정보 및 기술 분야에 여군의 능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여군의 능력을 확인한 이스라엘군은 지속적으로 활용 분야를 늘리다가 1995년 이후 전투 분야에 여군을 받아들였다. 현재는 이스라엘군의 약 34%가 여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든 보직의 88%에 여군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그렇다면 여군의 근무 기간은 남군의 그것과 차이가 있을까? 이스라엘 독립을 주도한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는 “진정한 평등이란 동일한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무는 국방의 의무다. 여성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국방의 의무를 법에 명시했고, 이에 따라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2년간의 군 복무를 동일하게 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계속된 전쟁에 군 자원이 더 필요하게 돼 임시방편으로 남군만 1년을 추가한 3년의 복무 기간을 지속하다가 2014년 국회 평등의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15년부터 남군의 복무 기간은 32개월로 줄었고, 2020년부터는 30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평등의무위원회가 이런 조치를 한 사유가 남녀평등을 위해 남군은 현재보다 6개월 단축하고, 여군은 6개월 연장한 30개월로 통일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으나 여자의 출산·육아 문제 등이 논란이 돼 여군은 현재와 같이 24개월로 유지됐다는 점이며, 여군 복무 기간 연장 건의가 여성계에서 나왔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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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에서 언급한 여군 복무 기간 24개월은 참모 병과에 국한되며, 정보·전투 병과에서 근무하길 자원한다면 복무 기간은 남군과 같이 32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필자가 지난 기고에서 밝혔듯이 이스라엘 사회는 군 복무를 어느 부대에서 마쳤는지가 미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여군 자원들이 자원해 정보·전투 병과에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군 의무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각 병과에서 요구되는 신체적·생리적 한계를 정확히 측정하고 여군 복무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주요 고려사항은 다루는 장비의 무게, 이동 거리 등에 따른 필요 근육량, 골밀도, 부상 시 저항능력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처럼 여군 활용을 계속 늘리는 이유는 남군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에 따른 것이다. 최근 5년간 전투 병과 입대 여군이 약 4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전투 병과에서 근무하는 여군보다는 일반적인 참모 병과나 교육훈련·홍보 분야 등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여군이 주류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교육이나 상담 분야에서 근무하는 여군들은 후배 남군들의 군 적응에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일례로 부적응 병사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MAKAM 프로그램의 대부분 교관이 여군으로 구성돼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입대를 앞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및 심리상담 등도 여군의 장점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군 관리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총참모부 내의 성평등 정책보좌관(Gender Advisor) 제도다. 여군 준장이 보임된 총참모장 직할 부서로 타 부서의 간섭 없이 총참모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여성 정책과 성평등 정책 등을 관할하고 있다. 특히 성폭력 사고 발생 시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 격리 및 대응을 실시하는 전담반을 둬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부대에는 성평등 담당관이 정해져 있어 지휘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황을 보고할 수 있으며 관련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휘관의 경우 6개월에 1회 이상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교육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와 즉시 격리하되 피해자가 정상근무를 하면서도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의료팀으로 구성된 성범죄 전문조사 및 지원센터(MAHUT)에서 전문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모성보호제도는 병사의 경우 임신하면 전역할 수 있다. 장교 등 직업군인의 경우 임신 중에도 당직근무를 포함해 모든 근무를 동일하게 수행하다가 대략 출산예정일 일주일 전부터 3개월간의 유급 출산휴가를 나간다. 개인의 희망에 따라 6개월간의 무급휴가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에도 많은 여군 장교들이 만삭의 상태로 근무하다가 출산 하루 전에 휴가를 나가 3개월 만에 복귀하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육아지원의 경우 부대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여군이 원하는 대로 탄력근무를 지원해주는 부대가 대부분이어서 부부 군인이 유아를 키우며 복무하는 모습도 수차례 확인했다.
[무관노트]
입대 자원 부족한 우리도 다양한 활용 가능성 검토를
이스라엘 여군을 보고 느낀 점은 그들이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똑같은 군복을 입은 전우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여군 스스로 진정한 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점이 군대에 이어 사회로까지 확산해 있다는 점이다. 레스토랑 여점원이 군복을 입은 남군 병사들과 자신의 군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 정보 병과 여군이 전역해 사이버 회사로 스카우트되는 모습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럽게 느껴졌었다. 최근 입대 자원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도 여군 자원을 활용해 군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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