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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솔 국방광장] 제한된 자원으로 최선의 결과를

입력 2019. 09. 10   16:54
업데이트 2019. 09.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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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원격의료지원체계 시범사업을 보면서



이 은 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이 은 솔 메디블록 공동대표


필자는 울릉도 보건의료원에서 1년간 공중보건의로 근무했었다. 당시 도시의 의료시스템만 경험했던 필자에게 울릉도의 의료 시스템은 어설프고, 위태로워 보였다. ‘배로 2~3시간이면 연결될 수 있는 육지 병원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전문의를 장기 근무 요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1년 동안 근무하면서 바뀌었다. 파도가 잔잔할 때는 울릉도에서 배로 3시간이면 육지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그 어떤 수단으로도 이동할 수 없었다. 심할 때는 2주일 이상 섬에서 꼼짝 못 했던 적도 있었다. 그사이 응급환자는 꾸준히 생겨났고,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울릉도에서 수술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었다.

한편 경기도 성남 의무사령부 내에 있는 의료종합상황센터는 군 응급환자 발생 시 병원에 도착해 인계되기까지의 모든 응급처치, 후송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군의관이 없는 격오지의 경우 응급 여부 판단 등을 해주기 위한 원격진료 역시 함께 제공한다. 하나의 컨트롤 타워에서 응급환자의 진단·후송 등을 모두 관리함으로써 치료를 위한 골든 타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군부대는 그 특성상 접경지대, 주변에 민간 시설이 드문 곳 등에 많이 위치하다 보니 교통 인프라 등의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개별 초소의 경우는 상황이 더 어렵다.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부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거미줄처럼 전국·국외에 넓게 흩어져 있는 부대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 관리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하는 것이 최선일까에 대한 고민이 2007년 수도병원에 설립된 응급환자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의료종합상황센터에서는 격오지의 응급성 질환 환자를 관리해 개인의 건강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으로 서해 최전방 말도에서 근무 중인 한 해병이 갑작스러운 흉부와 등 부위 통증을 호소해 원격진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대동맥 박리가 의심돼 신속히 군 의무후송헬기로 후송했고, 수도병원에서 실제로 대동맥 박리로 진단돼 응급수술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살짝 스친 커터칼에 의해 안구에 생긴 상처를 의료용 카메라를 통해 종합상황센터에서 접근해 안구액이 새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 안구 파열 위험을 판단하고 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해 실명을 예방한 사례도 있다. 격오지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군 장병들이 건강 걱정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원은 언제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할 수 있다면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의료종합상황센터는 장병들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격의료체계 시범사업이 전국의 격오지에서 군 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적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좋은 대안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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