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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람 병영칼럼] 내 나이가 어때서

기사입력 2019. 09. 10   16:55 최종수정 2019. 09. 10   17:02


한 보 람 
국방FM 작가

 
필자가 작가로 있는 ‘국방FM이 좋다’ 프로그램에는 리포터가 부대로 직접 찾아가 장병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주는 ‘우리 부대 이야기’란 코너가 있다. 부대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주제가 달라지는 이유도 있지만, 장병 부모님과의 전화 연결이 있어 더욱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이 코너를 하며 기억에 남는 분이 많지만, 지난달 만났던 한 상병의 아버님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성악을 전공하는 아들의 노래를 매일 듣고 있다는 아버님의 말씀에 진행자가 물었다.

“아버님도 웬만한 칸초네 정도는 부르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니죠. 트로트 정도죠.”

이렇게 구수하게 대답을 하시고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 곡조 뽑으셨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흥이 가득한 아버님과의 전화 연결은 유쾌하고도 즐거웠다. 그리고 정말 나이와 관계없이 하루하루를 재밌게 보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마치고도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는 온종일 귓가에 맴돌았다. 아빠와 노래방에 가면 꼭 한 번씩 부르는 곡이라서? 아니면 많은 사람이 애창하는 곡이라서 그랬나?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아마도 노랫말 때문인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곡의 노랫말엔 이런 부분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곡에서처럼 사랑에는 나이가 필요 없다. 그리고 사랑 아닌 그 무엇도 안 될 건 없다. 아니, 나이 때문에 지레 겁먹거나 포기할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금은 불편한 순간도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나이와 명절이 더해질 때면 종종 찬 공기가 만들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 올해 몇이지?”

다정함이란 탈을 쓴 문제의 한마디다. 그렇다고 오랜만에 만난 분에게 “글쎄요”라면서 내 나이를 얼버무릴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나이를 밝히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 나이에 아직 취업 준비 중이라고?” “나이 먹을수록 사람 만나기 더 어려워. 어린 나이 아니니까 얼른 아무나 만나.”….

‘그 나이’면 ‘이런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인생 시간표, 이건 대체 누가 만든 걸까? 사람마다 삶의 방향과 색깔이 다른 것처럼 시간표 역시 다르다는 걸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나 한가위나 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아닌가. 평소엔 보기도 어려운 얼굴들과 다 함께 웃고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괜히 나이 들먹이며 아픈 곳 찌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한가위 연휴를 보내고 출근하는 날, 푸념하는 사람들이 줄고 나잇값과 한참이나 남은 앞으로의 명절 때문에 부담 갖는 사람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나이 안에 담긴 오랜 길과 삶의 흔적은 존중한다. 난 그저,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 너무 많은 감정을 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다른 흔적을 그려내는 만큼 나이에 똑같은 숙제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나이가 어때서? 우리 모두의 나이는 참 좋은 나이 아닌가. 사랑해도 좋고 뭘 해도 좋을 나이, 바로 우리의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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