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우리 잠수함 운용 노하우로 외국군 승조원의 꿈 키운다

안승회

입력 2019. 09. 09   17:07
업데이트 2019. 09. 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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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잠수함사령부, 국제잠수함과정 현장을 가다


2013년부터 ‘국제잠수함과정’ 운영
외국군 대상으로 군사 전문 보수교육

 
출항 준비부터 손상통제·입항까지…
실전처럼 잠수함 운용 모든 것 훈련

 
해외 훈련서 입증된 운용력 우수성  
국가 위상·방산 협력 확대 등 효과  

지난 5일 해군잠수함사령부 909잠수함교육훈련전대 장보고급 잠수함 조종훈련장에서 국제잠수함과정 중 하나인 잠수함 조종실습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민석(가운데) 원사가 임란(Imran·왼쪽) 방글라데시 해군 대위와 함단(Hamdan) UAE 해군 중위에게 타기 운용에 따른 잠수함 기동 특성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5일 해군잠수함사령부 909잠수함교육훈련전대 장보고급 잠수함 조종훈련장에서 국제잠수함과정 중 하나인 잠수함 조종실습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민석(가운데) 원사가 임란(Imran·왼쪽) 방글라데시 해군 대위와 함단(Hamdan) UAE 해군 중위에게 타기 운용에 따른 잠수함 기동 특성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지난 5일 경남 창원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잠수함사) 909잠수함교육훈련전대 장보고급 잠수함 조종훈련장. 잠수함 조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곳에선 외국 해군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잠수함과정 중 하나인 잠수함 조종실습이 한창이었다.  



“이 계기판을 통해 RPM(Revolution Per Minute)과 잠수함 속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수함이 자동으로 침로를 정해서 항해하게 하려면 여기 보이는 자동침로 결정장치를 조작하면 됩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6개국 10여 명의 외국 해군 교육생들은 909전대 김민석(원사) 전기관찰관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김 원사는 “조종훈련장에선 출항준비부터 출항, 잠항, 심도 변경, 긴급부상, 손상통제, 입항에 이르기까지 잠수함 운용의 모든 절차를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사 909전대 청음훈련장에서 구스티(왼쪽) 인도네시아 해군 중위와 이브라힘 UAE 해군 대위가 수중 소음식별을 실습하고 있다.  부대 제공
잠수함사 909전대 청음훈련장에서 구스티(왼쪽) 인도네시아 해군 중위와 이브라힘 UAE 해군 대위가 수중 소음식별을 실습하고 있다. 부대 제공


총 76명의 외국군 장교·부사관 수료생 배출

잠수함사는 2013년부터 매년 ‘국제잠수함과정(ISETP·International Submarine Education and Training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디젤 잠수함을 운용하거나 도입을 준비하는 국가의 해군 간부들에게 대한민국 해군의 잠수함 운용기술을 전수하는 군사 전문 보수교육이다. 올해로 7회째인 이 과정에는 가까운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동, 유럽, 중남미 등에서 매년 10여 명의 해군 장교가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잠수함사는 총 76명의 외국군 장교와 부사관 수료생을 배출했다.

현장을 안내한 909전대 유장권(중령) 1훈련대대장은 “우리 해군은 1992년 장보고함을 도입한 이후 발전을 거듭해온 결과 잠수함 운용 기술과 경험을 외국군에 전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외국군을 대상으로 하는 해군 유일의 국제교육 프로그램인 국제잠수함과정은 우리 잠수함부대의 높은 수준이 국제적으로 증명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교육생들은 8주 동안 진행되는 이 과정을 통해 잠수함 운용 개념을 이해하고 주요 장비 운용법을 숙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아민(Amin) 말레이시아 해군 대위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 잠수함 운용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다”며 “말레이시아 해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본국으로 돌아가 이 프로그램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플라타(Plata) 필리핀 해군 소위는 “잠수함 도입을 앞둔 필리핀에서 1세대 잠수함 승조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 해군에게 잠수함 작동 원리를 배울 수 있었다.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이 과정은 잠수함사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기도 한다. 909전대 권기덕(소령 진) 기관학과장은 “우리나라 해군 최초, 유일의 외국군 대상 군사 보수교육인 국제잠수함과정은 국제적으로 신뢰성과 지속성이 높은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는 우리 잠수함 부대원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사 909전대 기관체계실습장에서 윤철민 원사가 국제잠수함과정에 참가한 
외국 해군 교육생들에게 잠수함 보조배전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잠수함사 909전대 기관체계실습장에서 윤철민 원사가 국제잠수함과정에 참가한 외국 해군 교육생들에게 잠수함 보조배전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이론·실습 연계한 교육으로 실전 대비

국제잠수함 과정은 단기간 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 잠수함부대에 관심을 갖는 외국 해군이 늘어나면서 개설됐다. 한국 잠수함부대는 각종 해외 훈련에서 우수한 능력과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보였고, 이에 잠수함 운용을 준비하거나 운용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들이 위탁교육을 의뢰해 왔다. 잠수함사는 외국군을 대상으로 교육 수준을 정립하고, 원활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잠수함부대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증명할 기회라는 생각에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국제잠수함 과정은 이론과 실습 교육, 친(親)한국해군화 활동으로 이뤄진다. 디젤잠수함 운용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실습을 통해 실제 임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습을 연계해 진행한다.

이론교육은 수중음향학, 소나체계, 잠수함 전사·발전사를 다루는 ‘일반학’과 잠수함 운용 일반, 장비/계통 일반을 다루는 ‘특기 기초학’, 항해·작전·무장·기관의 장비/계통, 안전 및 구조장비에 관해 배우는 ‘특기 전문학’ 등으로 구성된다. 실습교육은 전술·조종·소화방수·조함훈련, 기관체계실습, 견학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잠수함사는 실제 잠수함 구조와 장비를 모사한 전술·조종·조함훈련장에서 교육생들의 실전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친한국해군화 활동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의 산업시설 견학과 통영·경주·부산 문화탐방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잠수함사는 교육 기간 교육생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익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후원인 배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후원인으로 지정된 한국 해군 장교들은 교육생들의 영내 생활을 돕고 학습을 지도한다.



배움 받는 부대서 배움 주는 부대로…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잠수함부대는 외국으로부터 배움을 받는 부대에서 배움을 주는 부대로 변모해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제잠수함과정이 단순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의미를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과정은 한국 해군 잠수함부대의 잠수함 운용능력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에 참여하려는 외국 해군 수요가 이어지면서 우리 잠수함부대 교육훈련의 우수성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이 과정은 인적교류 기회 확대의 장이 되기도 한다. 교육생들은 장차 해당국 잠수함부대를 이끌어갈 핵심 인력으로,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군사외교에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게 잠수함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교육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잠수함부대 건설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와 방산협력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최종필(대령) 909교육훈련전대장은 “지금 잠수함사에서는 외국 해군이 잠수함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며 “앞으로도 잠수함사는 외국군 대상 교육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부대가 더욱 발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안승회/  사진=조종원 기자 


인터뷰- 투안 (베트남 해군 소령)제7차 과정 교육생 대표
“한국 안전항해 비결 배워 본국 돌아가 적용하고파”



 
“국제잠수함과정을 통해 미래 작전 환경에서 잠수함 장교로 근무할 수 있는 필수 역량을 갖추게 됐습니다.”

베트남 국방부로부터 국제잠수함과정 참가를 권유받았다는 투안(Tuan·사진) 소령은 “한국 해군잠수함사령부의 교육 프로그램을 알아보면서 한국 해군에 긍정적인 호기심이 생겼고, 무엇보다 우수한 능력을 갖춘 한국 해군의 잠수함 안전 운용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이 과정에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안 소령은 2001년 해군에 입대해 베트남 잠수함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국제잠수함과정에 입교했다.

투안 소령은 “국제잠수함과정은 한 군인을 훌륭한 잠수함 승조원으로 육성할 수 있을 만큼 알찬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 잠수함 운용법과 특수 작전분야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투안 소령은 가장 인상 깊었던 교육으로 ‘소음식별’을 꼽았다. 그는 “수중에서 작전하는 잠수함은 수상함처럼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승조원의 소음식별 능력은 항해 안전과 직결된다”며 “한국 잠수함부대는 승조원 소음식별 능력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해서 훈련에 힘쓰고 있었다. 이는 한국 잠수함부대가 안전 항해의 역사를 쓰고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안 소령은 또 “한국에서 교육받은 승조원의 역량은 다른 어느 국가 승조원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잠수함과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훌륭했지만, 지금보다 실습 시간이 더 주어지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무력화된 잠수함에서 탈출하는 교육이 추가됐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투안 소령은 “본국으로 돌아가 국제잠수함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지식을 베트남 해군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안승회/사진=조종원 기자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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