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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망라 ‘국가안보 이론·정책 대안 연구’ 절실

기사입력 2019. 09. 06   17:37 최종수정 2019. 09. 08   10:58

국방대학교 미래안보전략과정 지상강의

국방대학교가 지난 6일 시작해 오는 11월 29일까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2019년 후반기 미래안보전략과정’의 주요 강의 내용을 매주 1회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1> 국가안보 이론들에 비춰본 한국 안보정책 평가와 방향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력 도발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억제능력을 현시하는 현실주의 방책을 병행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동해안에서 진행된 공지 미사일 합동 실사격훈련 중 현무-2A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  국방일보DB


국가안보란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내외의 위협요소를 식별하고 군사력과 경제력, 외교력 등 안보역량을 동원해 이를 배제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만 위협 요인이 무엇이고, 어떤 역량을 기반으로 위협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등 국가안보 관련 이론들이 나누어진다.


국가안보 관련 이론들의 전개

현실주의란 고대 서양의 투키디데스, 마키아벨리, 홉스, 그리고 동양의 한비자와 같은 사상가들의 세계관에 기인하는 인식체계다. 이들은 국제정치의 세계가 무정부상태와 다름없다고 보고, 타국에 의한 군사력 증강과 그로 인한 위협을 국가안보의 가장 큰 도전요인으로 간주했다.

현실주의자들은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자체적인 군사력 강화, 자국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동맹의 확보, 지도자의 군사적 식견과 리더십을 국가안보정책의 요체로 강조한다. 이 같은 현실주의 안보이론은 현대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케네스 왈츠, 존 미어셰이머 등에 의해 계승됐고,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그러나 현실주의 안보이론이 진정한 국가안보에는 맹점을 지닌다는 안보딜레마 이론이 냉전기에 제기됐다. 즉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상대국가도 군사력을 증강하게 되고, 결국 군비경쟁의 악순환 속에서 오히려 자국의 안보에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안보딜레마 이론의 문제 제기에 따라, 1980년대 이후 유럽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공동안보, 혹은 협력안보의 이론들이 제기됐다. 이 같은 비전통 안보이론들은 공통적으로 잠재적 적대국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국제기구나 규범의 형성, 혹은 상호 교역의 증진 등을 통해 대화를 확대하고 신뢰구축을 도모하는 것이 안보위협을 배제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안보이론에 따라 냉전기 유럽을 중심으로 당시 나토 및 바르샤바 조약기구들이 참가해 상호 대화를 촉진하고, 군사훈련 관련 정보도 공유하는 공동안보의 관행이 형성된 바 있다. 또한 자유주의 안보이론은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인간안보 같은 측면도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안보이슈로 제기한 바 있다.


한국 역대 정부의 국가안보정책 평가

이론적 기준에 따라 한국 역대 정부가 실시해온 안보정책을 평가할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부 수립 이후 일련의 연설을 통해 한국의 안보정책으로서 국군의 건설,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아시아 지역 반공국가들과의 태평양 동맹조약 체결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정책구상 가운데 결국 태평양 반공동맹은 성사되지 못했으나, 전체적으로 이승만 정부는 북한과 전쟁을 치르는 상황 속에서 현실주의적 안보정책을 실시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 정부도 1960~1970년대 시기에 한미동맹 강화, 예비군 조직, 핵무기 개발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국력 우위를 달성하려는 현실주의적 안보정책을 실시했다. 다만 1970년대 들어와 7·4 남북공동성명 및 6·23 평화통일외교선언에서 볼 수 있듯 남북대화 실시 및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문호개방 정책 등 자유주의적 성향의 안보정책도 병행했다.

이후 전두환, 김영삼, 이명박 정부 등은 기본적으로 현실주의적 성향의 대북 안보정책을 펼쳤고,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은 자유주의적 성향의 안보정책을 전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두환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대북 대결적 자세를 보이면서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한 것처럼, 보수 성향의 정권도 자유주의적 안보정책을 도외시하지는 않았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자유주의적 성향의 햇볕정책을 선언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도, 보수성향의 인사들을 주요 안보관련 부서에 배치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임 초기의 공약을 거듭 확인하는 현실주의적 대비 태세를 병행했던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안보과제와 정책 방향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와 현실주의를 병용하는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를 일관되게 추진하며 판문점과 평양에서 연이어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군사적 긴장완화를 추진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동시에 취임 초기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 때마다, 동해상으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거나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괌으로부터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키는 등 강력한 억제능력을 현시하는 현실주의적 방책을 병행했다. 지난 2년간 한반도 안보상황을 관리하면서 긴장완화의 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강온 양면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은 녹록지 않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첫째, 거듭된 남북/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대화와 신뢰구축을 통해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하려 하지만, 북한은 자신의 국방력 강화만이 안전을 확보해 준다는 현실주의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북한의 안보정책 기조를 어떻게 변화시켜 갈 수 있는가가 한국 안보 정책결정자 및 연구자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둘째, 한반도 안보는 남북한 간 관계 개선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과의 양호한 관계 설정에 의해 가능하다. 그런데 미·중 간에는 전략적 경쟁이 구조화되고 있고, 한·일 간에는 역사 문제에 더해 경제와 안보이익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현실주의적 성향 고수로 인한 한반도 차원의 안보적 도전과,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신냉전적 상황 도래라는 구조적 안보 도전이 현재의 한국에 중첩적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 같은 국가안보상의 복잡한 난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박정희 정부나 김대중 정부 시기에서처럼 보수와 진보, 현실주의자와 자유주의자를 망라한 국가안보이론과 정책대안 연구가 절실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대학교가 우리 정부의 주요 안보 부처 관계자들과 언론, 경제계 등의 중견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재경지역에 미래안보전략과정을 개설해 국내 최고의 안보전문가들과 국가안보의 이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박 영 준 국방대 교수부장 안보대학원 교수

박 영 준 

국방대 교수부장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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