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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칼럼, 이주연]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

송현숙

입력 2019. 09. 08   14:08
업데이트 2019. 09. 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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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 연

교육컨설팅 리파인 대표


이제 곧 한가위다. 명절이 되면 바쁜 일상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반면에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거나, 소통이 되지 않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편해서 피하고만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족 간의 소통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는 얼마 전 가족 간의 사랑과 소통을 주제로 다룬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에브리바디스 파인’이다. 영화는 4명의 자녀를 둔 홀로 사는 아버지가 주말에 오기로 했던 자녀들이 오지 않자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버지는 지병을 갖고 있어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버스·기차를 타고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한다. 8개월 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는 자녀들과 점점 멀어진 느낌이라 내심 속상했다.


그런데 막상 자녀를 한 명씩 만날 때마다 아버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자녀들의 진짜 속사정이 펼쳐지게 된다. 아내가 죽기 전 아버지는 아내를 통해 자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아버지가 원하는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늘 자녀들이 자랑스러웠다. 아무런 연락 없이 자식들의 집을 방문하자 그동안 아버지가 알고 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게 아닌가. 


부부가 금실 좋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큰딸은 별거 중이었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알고 있던 큰아들은 타악기 연주자였다. 유명 댄서로 활동 중이라 생각했던 둘째 딸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장 아꼈던 막내는 마약으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만다.

아버지는 왜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엄마에게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했느냐고 다그치자 자녀들은 “엄마는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아버지 말을 더 많이 했어요.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명절에 듣기 싫은 말’에 관한 설문에 따르면 남성의 1위는 취업·연봉에 대한 간섭, 여성의 1위는 연애·결혼에 관한 잔소리라 한다.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듣기 싫은 말이었다니. “너는 언제 취직할래?” 또는 “결혼은 언제 할 거니?”

걱정 어린 잔소리가 부담으로 작용해서 자리를 피하거나, 적당히 모면해야지라고 생각해서 영화의 자녀들처럼 우리의 가족도 자신의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그래서 너는 지금 행복하니?”

이번 한가위에는 가족들에게 영화의 아버지처럼 물어보면 어떨까? 가족 간 소통의 시작은 이렇게 소소한 감정을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룬 것이 무엇인지, 왜 못했는지를 묻기 전에 가족들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설령 실패하고 좌절한 상황이라도 묵묵하게 믿어주는 가족이 있다면 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 따듯한 힘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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