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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기술의 국방 응용 가능성 탐색

기사입력 2019. 09. 04   11:00 최종수정 2019. 09. 05   13:45

국방논단 제1770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정희태
KAIST 나노융합연구소 소장
heetae@kaist.ac.kr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정책개발실
jeonk@kida.re.kr



이 글은 산업 분야에서의 활발한 개발과 군사적 활용의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군이 나노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진단하고, 나노 기술의 국방 활용을 위한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나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 중 하나로서, 국방 전반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가스를 감지하고 걸러내는 센서, 인공 근육, 군사장비 경량화, 방탄, 변색성, 투명망토, 로봇, 스텔스 기능, 인공 스파이더맨, 사이버와 우주와 같은 새로운 전장 영역에서의 활용 등 열거하기도 벅차다. 이제부터라도 나노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다.

 

■ 나노 기술이란 무엇인가?

대체로 나노(nano)는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1 정도의 아주 미세하게 작은 단위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노 크기로 자르게 되면 비표면 적(부피대비 표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예를 들어 1cm 지름의 구형 모양의 은(Ag) 10g은 6㎠ 표면적을 갖는데, 이를 1㎚(나노미터)로 자르면 6 x 107㎠로 축구장만큼 표면적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은 나노 물질을 사용하게 되면 살균 효과가 일반적인 은 보다 크게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노에 있어 작은 것보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작아짐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노 크기로 자르게 되면 다양한 색으로 바뀌는 등 본연의 물리적인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는 원자의 핵이 있고 그 주변을 전자가 도는데, 크기를 굉장히 줄이게 되면 전자의 흐름에 제약을 받아 양자역학적인 특성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나노의 본질은 작아짐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들의 집합체이다.

예를 들면 알루미늄(Al) 호일(foil)은 불에 잘 타지 않지만, 이것을 나노미터 크기의 분말로 제작하면 표면적이 증가하면서 급격한 산화반응으로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성질을 띠게 된다.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graphite)은 탄소(carbon)가 적층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쉽게 부러지곤 한다. 반면, 탄소를 이용하여 나노미터 크기로 제작한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 tube)와 그래핀(graphene)은 철(iron)보다 강하면서 유연하여 구조재나 방탄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3D 프린트, 로봇 기술과 함께 미래 경제성장을 이끌 3대 기술로 지목된 기술답게, 나노 기술의 영역은 아주 방대하다. 나노 기술은 크게 나노공정, 나노소재, 나노기능, 나노부품 및 시스템, 나노 기반으로 나눌 수 있다. 구체적인 분류는 <표 1>과 같다.


■ 나노 기술의 산업 분야 활용

이미 나노 기술은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미래 사회를 규정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이글에서는 고령화, 기후변화,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 사회라는 몇 가지 키워드들로 미래 사회를 규정하고, 나노기술의 긍정적인 역할을 찾아보고자 했다. 이는 우리가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이미 정해진 미래 사회의 방향이다. 이를 어떻게 대비하는가에 따라,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더욱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삶이 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나노기술의 대표적인 예로써 자성나노입자(magnetic nano particle)나 나노와이어(nano wire) 등을 이용한 인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real-time monitoring) 기술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노입자가 들어있는 패치를 몸에 부착하면 이것이 혈액 세포에 붙어 튼튼한 근육을 계속 유지하거나,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생체 실시간 모니터링 센서를 이용하면 당뇨병 및 심혈관 등 정밀 검사를 필요로 하는 질환에 대해 간편하게 진단 및 처방을 할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면역을 유도하는 엑스(X)형 DNA 물질을 나노입자로 포집한 신개념 복합체가 개발되어 불치병이라 여겨졌던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기후 변화 사회에는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더디게 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태양열 자동차 등이 개발되고 있고, 해수를 담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 미세먼지를 걸러줄 수 있는 필터 등도 개발되고 있다. ‘인류는 1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예측처럼, 기후변화를 도저히 막을 수 없어 인류가 지구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될 경우를 대비해, 엘론 머스크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와 지구를 오가는 엘리베이터의 개발을 구상하기도 했다.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나노기술이 그 실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나노 기술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에도 상당히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핵심인 고집적 반도체, 고용량 배터리 기술뿐만 아니라, 유해한 가스를 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는 인공후각과 같은 인공센서, 온도와 압력을 느낄 수 있는 인공 피부도 개발되었다. 인공심장, 심지어 인공 뇌까지 개발 중에 있다. 또 이러한 지능화와 무인화를 가능하게 하는 저전력형의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위하여, 에너지 효율 및 감도를 대폭 향상하는 데에 나노 기술이 활용된다.
 

■ 더디기만 한 국방분야에의 응용

2001년, 정부는 선진 5대국의 기술을 추격하는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처음 수립했고, 현재는 실제 적용에 중점을 두고 나노산업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제4기(2016~2025)에 해당하는 단계에 와있다. 그간 축적된 한국의 나노 기술 역량은 세계적 수준에 접근해 있다. 2014년 기준, 나노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1%로 평가되었다. 2017년에는 나노 분야 SCI급 논문 게재 수가 세계 4위이며, 미국 공개 특허 등록 건수는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나노 기술의 국방 분야 잠재성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탐색되어왔다. 나노 기술의 적용이 군의 첨단화 및 과학화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임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나노기술을 적용한 전투복은 전장의 위험한 상황에서 전투원의 생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둘째,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소규모 및 경량 플랫폼을 이용해 신체적 및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특수기능을 가질 수 있다. 셋째, 나노기술은 은폐(stealth) 기능을 갖는 최첨단 무기 혹은 폭발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 분야에서 나노기술의 적용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08년, 국방나노응용특화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나노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해당 센터는 연세대를 비롯한 복수의 주요 대학 관련 교수진이 참여한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었고, 5개의 연구실 그리고 연구실별 3∼4개의 연구과제를 수행하여 20여 분야 이상의 매우 광범위한 분야를 다뤘다. 그러나 2016년 이래 운영이 종료된 상태이다.

방위사업청은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과 연간 시행계획의 대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KIST, 재료 연구소와 함께 나노 기술 기반으로 기존 성능을 향상시키고 신기능을 창출하여 스텔스 재료, 정보. 전자용 소재, 창의·융합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참여하는 10개 정부 기관 중 투자 규모가 뒤에서 세 번째로 작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 교류 플랫폼을 만들고, 나노 그래핀을 혁신적 국방과학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여 관련 정부 부처와 연구소, 산업체 간의 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방 분야에 대한 나노기술 적용, 또 이를 위한 민간과의 협력은 별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나노 기술이 국방에 응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전이 더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중 나노 기술 전공자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그 영향력도 미미하다. 현재의 국방 분야 연구 인력과 예산 편성은 주로 컴퓨터, 전자, 기계, 항공 분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나노재료 기술을 직접 적용하고 활용할 연구 인력과 담당 부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노재료 기반 분야 등 나노기술의 축적이 많은 분야에 군에서 필요한 ‘경량화·고강성’ 기술이 상당히 개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그 적용을 정책화할만한 인적·재정적 동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둘째, 기초 연구를 실제 활용과 연결시키는 ‘적용’ 연구가 사실상 없었다. 연세대 특화연구센터는 주로 소재 국방에 기반이 될 수 있는 광범위한 나노 기술 분야의 기초 연구를 수행했으나, 주로 재료공학을 전공하는 교수진들이 방대한 기초 분야를 다룬 것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을 국방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노 관련 기초 기반 기술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이를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연구는 진행되어 오지 못했다.

셋째, 군과 민간의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비단 나노 기술뿐 아니라 군사 기술 혁신을 추진할 때마다 나타나는 뿌리 깊은 문제다. 보안이 생명인 국방의 특성 탓에 민간에 대한 정보공개가 어려운 까닭도 있고, 방위산업이 우리 산업 분야에서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안이 취약해지지 않으면서도 민간에게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넷째, 나노 기술은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등의 나노 기술의 무기체계 적용에 관한 로드맵이 필요하고, 나노 기술 영역별 혹은 무기체계별로 기획된 연구가 필요한데, 이러한 노력이 미흡했다. 나노 기술을 백화점식으로 적용하는 연구는 의미가 없다. 무기체계마다 각각 적합한 나노 기술의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또는 나노 기술영역별로 어떠한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하는데, 이처럼 세분화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 이제라도 속도를 내자

이상에서 식별된 문제점들 중 본고에서는 마지막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노 기술을 활용한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고, 기술에 따라 현재 실용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다르다. 따라서 어떤 기술이 현재 적용 가능하고, 어떤 기술은 좀 더 장기적인 계획하에 적용 가능성을 타진해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국방에 적용할 수 있는 나노 기술에 대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표 2>와 같이 3단계로 실용화 시기가 구분 가능하다.


단기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의 경우에는 이미 산업체에서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하여 상용화시킨 기술을 국방의 용도에 맞게 약간의 변형만 시키면 가능한 경우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소재와 관련하여 나노 복합체 혹은 나노 복합재료(composite materials)를 활용하는 것이다.

나노 복합체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소재, 예를 들면, 고분자 및 금속 등의 모재(matrix) 물질에 나노 물질을 잘 분산하여 혼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노카본 복합재료이며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CNT)는 강철의 100배에 해당하는 강도를 가지고 있으며, 구리의 1,000배에 달하는 전기전도율을 가진다.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보다 2배 높다. 따라서 고분자 (혹은 금속)에 탄소나노튜브를 보강재, 강화재 등으로 사용하여 기존 재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나노복합체 기술은 상용화가 많이 이루어진 기술로서, 이미 자동차,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화된 나노기술이다. 이를 국방에 적용하면 경량화, 고강도와 내구성을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 및 군수자원의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나노 입자기술은 무기체계를 강화하는 데에 잠재성은 매우 높고, 상대적으로 쉬운 기술이다. 예를 들어 티타늄(Ti)이나 구리(Cu)를 나노 사이즈로 합금하면, 충격을 가하는 정도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무기체계의 개발이 가능할 수도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맞추어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은 이미 보건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를 국방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은 예산에 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의사결정만 있으면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기술을 이미 실용화하여 공급하고 있는 업체와 군과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중기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의 경우에는 현재 상용화가 일부 진행되었거나, 거의 직전의 단계에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나노 정수기의 경우, 오염된 지역에서 식수가 필요한 군인들에게 나노 필터를 이용한 물병을 공급할 수 있다. 한국군이 향후 해외 혹은 장기 해상 작전이 많아질 경우, 활용할 수 있을만한 기술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수기에 나노 필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을 군 특수성에 맞는 물질을 분리하고, 휴대로 간편하게 활용 가능하게끔 하는 기술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장기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의 경우에는 실용화에 앞서 기초 분야에서의 연구도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이다. 아직 국방이 기술 분야를 선도하기보다는, 산업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들을 주로 도입하는 우리 방위 산업의 특성상, 산업 분야에서의 적용과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인 나노 로봇이나 투명 망토는 장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기술로 분류 가능하다.

 
■ 마치며

이 글은 국방 전문가가 아닌 나노 과학자의 관점에서 쓴 글이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 발전되어온 나노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나노 기술이 방위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 가능할 수 있을 것인지, 활용한다면 무엇부터 응용을 시작할 수 있을지를 대략적으로 탐색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국방의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국방전문가와 과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고민해야 한다.

기술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이미 그 기술이 상당히 상용화될 정도로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국방에 활용할 때에 드는 비용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 나노 기술이 여전히 국방에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필요성 부족이나 예산의 부족 문제가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문제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국방 기술의 첨단화 및 과학화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나노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잠재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다변화된 위협 하에서 국방에서 구체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능력을 나노 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지,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인지 세세하게 따져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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