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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문화산책] 내 머릿속 대원군을 몰아내자

기사입력 2019. 08. 29   16:26 최종수정 2019. 08. 29   16:28

최 재 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은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다. 사실 조선 멸망의 시작은 19세기 중반 서구 과학기술에 기반한 기계문명의 강국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조선은 흥선대원군을 중심으로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했고 이로 인해 거의 모든 국력을 외세를 막아내는 데 소진하고 말았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이때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유럽의 국가체제를 그대로 도입하는 메이지 유신을 실천했다. 입헌군주제를 도입하고 신분제도를 철폐하면서 유럽식 국가운영체제를 확립하고 1870년 근대 국가를 출범시켰다.

쇄국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외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행동인 만큼 당연한 선택이고 그만큼 모든 국민이 힘을 모으기도 쉽다. 조선은 500년간 외세의 침략에 대응해 사직을 지켜왔던 만큼 쇄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임금은 왕위를 내려놓고 신분제도를 철폐한다. 기득권의 모든 권한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걸 주도한 것은 당시 기득권 세력이 아닌 신흥 유럽 유학파 지식인들이었다. 신문명 도입 후 40년, 일본은 세계열강으로 성장하며 아시아의 최강국이 됐고 대한제국은 결국 멸망해버렸다. 수천 년 아시아 역사의 대반전은 바로 이때 일어났다. 우리에게는 천추의 한이 되는 세월이지만, 일본에는 오래도록 기억할 역사적 순간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또다시 새로운 혁명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

스마트폰 등장 10년 만에 인류 문명은 급격하게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TV 대신 유튜브를 보고 은행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 뱅킹을 하고, 마트에 가는 대신 앱으로 쇼핑하는 시대로 진입 중이다. 바야흐로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문명시대를 창조하고 있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대표하는 애플·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 같은 플랫폼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6200조 원에 달하고, 우버·에어비앤비·넷플릭스·유튜브 같은 스마트폰이 존재해야 가능한 벤처기업들이 불과 10년 사이 수십, 수백 조 원 가치로 급성장하고 있다.

가장 빠르다는 미디어 산업 변화는 무섭기조차 하다. 6살 꼬마 보람이의 유튜브 방송 수입이 지상파 방송사 광고수입과 맞먹는 시대가 됐다니 시장의 파괴, 충격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청년들에게 이런 신산업의 대부분은 그림의 떡이다. 철통같은 규제 탓이다.

물론 규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존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 논리도 정연하고 설득력도 있다. 그런데 인류 전체의 표준이 바뀌는 혁명이라면 혹시 우리가 흥선대원군의 생각을 규제로 만들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혁명의 본질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인류 문명의 변화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은 우리 생각의 근본을 바꾸는 것뿐이다. 인류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오늘 하루 나부터 점검해보자. 내 생각은 대륙의 신문명과 얼마나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고 있는가. 내 머릿속에서 대원군을 몰아내는 일, 혁명시대 준비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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