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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 종료를 보는 2가지 시각

기사입력 2019. 08. 29   14:23 최종수정 2019. 08. 29   15:00

KIMS Periscope 제169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INF 종료 이후 동북아의 안보>  

당분간 중거리미사일 배치 경쟁 가열 전망
북핵 문제 해결 어렵게 할 외부환경 조성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탈퇴 결정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2일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이로써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상징으로 평가되었던 INF 조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INF 조약이 종료된 배경에는 1987년 이후 발생한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첫째,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다. 푸틴 행정부가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보유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신형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이 미국과 NATO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개발한 ‘9M729’ 순항미사일이 INF에 저촉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지적하며 탈퇴를 고려했던 점에 비춰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 결정은 충분히 예측된 행보였다. 둘째, 지난 32년 간 중거리미사일을 보유한 나라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에 묶여 있는 동안 중국·인도·파키스탄·이란·북한 등 주로 미국의 적대국이 중거리미사일과 핵무장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미국은 이란이 중동에서,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에 도전하며 지역패권을 추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점증하는 중거리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중거리미사일 보유국들이 참여하는 포괄적인 다자조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INF가 종료됨으로써 당분간 중거리미사일 개발과 배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육군이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해서 2023년까지 배치하고,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지상 발사용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INF 위반의 부담에서 벗어난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미국과 강대국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도 발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INF 종료에 대해 전적으로 러시아 책임이라고 몰아붙인 NATO의 대응도 관심거리이다. NATO 차원의 새로운 미사일 개발보다는 미국이 개발할 중거리미사일을 유럽에 재배치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특히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러시아의 위협에 민감한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아시아 특히 한반도에서도 큰 문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INF가 종료된 지 하루 뒤인 8월 3일 신임 미국방장관이 지상발사용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몇 달 내를 선호한다”고 답변하면서 논란이 야기되었다. 뉴욕 타임즈는 전문가를 인용해서 일본과 한국을 배치가능 지역으로 거론해서 논란을 부채질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중국의 아시아 패권장악 기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새로운 무기체계의 배치는 동맹국들과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배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볼튼 안보보좌관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군과 동맹인 한국·일본을 방어하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는 입장이다. 러시아 외무부의 군비통제 담당 차관은 미국이 새로운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면 러시아도 균형유지 차원에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일본의 신형 이지스 요격시스템이 공격용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외교부의 군비통제 담당 국장도 미국이 아시아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련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배치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상기해보라고 주장했다.
  
INF 종료와 함께 촉발된 중거리미사일 배치 논란은 동북아에서 ‘중·러 對 미국’의 강대국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북핵문제 해결에 전력해야 할 한국에게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외부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 경쟁의 파고를 넘어 북핵폐기와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북한을 둘러싼 갈등구도를 동북아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데 불필요하고 오히려 중국의 적대감과 군사위협을 유발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핵을 억지하는데도 중국까지 타격권에 들어가는 전략자산이 아니라 작전반경이 한반도와 주변으로 제한된 전술핵 재배치가 더 효과적이다. 둘째, 동북아에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 명백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대국 경쟁이 심화되는 경우 양국이 노골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중·러의 군사적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 적대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러는 우리의 잠재적인 적대세력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동시에 중·러가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경우 우리도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히 천명해야 할 것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전성훈 박사(dr.cheon@asaninst.org)는 통일연구원장과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거쳐 현재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분야는 북핵문제·남북관계·통일정책·지역안보 및 국가전략 등이다.

  
<INF 종료 이후 동아시아 군비경쟁 전망>    

새로운 미사일 개발·배치로 군비경쟁 촉발
강대국 간 경쟁은 한반도 안보 불확실성 제고


미국은 지난 8월 2일 INF 조약을 공식 탈퇴했다. 1987년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 간에 체결된 역사적인 조약이 수명을 다하게 되었다. 2002년 부시 정부가 탄도요격미사일제한(ABM) 조약을 폐기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냉전기에 체결되었던 미소 간의 군비통제 조약이 21세기 안보상황에서 중요한 도전을 맞고 있고, 지역질서가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은 왜 INF 조약을 폐기하였을까? 무엇보다 미국은 INF 조약 폐기의 정당성을 러시아의 조약위반으로 들고 있다.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고 사정거리 500km 이상인 노바토르(Novator) 9M728 지상발사순항 미사일을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노바토르 순항미사일은 해군의 대지공격용 핵탄두 순항미사일인 사정거리 1,500-2,000km의 칼리브의 변형, 그리고 우리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스칸다르 지대지 탄도미사일의 변형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INF 조약에 무임승차하여 대규모 지상배치 중단거리 미사일을 핵심으로 하는 A2/AD 능력을 강화하여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의 A2/AD 능력을 압도하고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저비용이고 효과가 높은 지상배치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새로운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사일 개발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옵션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향후 IRM(Intermediate Range Missile) 개발 및 배치를 어떠한 전략 하에 추진할 것인가? 미국은 ‘이중적 접근 전략’(dual track approach)을 선택하고 추진할 것이다. 이중적 접근전략은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압박하기 위해 선택했던 전략으로 한편으로는 유럽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배치하여 군비경쟁을 압박하고 비용을 부과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현 상황은 1980년대 INF 협상을 할 당시와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군비통제 협상이 당장 동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의 장기적인 대중협상 전략적 옵션으로 유지될 것이다.

이보다도 미국은 가능한 빠른 시간에 IRM을 배치하여 중국의 A2/AD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고자 한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수개월 내에 태평양 지역에 재래식 IRM을 배치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가장 신속히 배치할 수 있는 IRM수단으로는 해상배치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상배치체계로 전환하는 방법과 SM-3/SM-6체계의 활용방법, 그리고 육군 전술미사일인 ATACMS의 개량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미 육군은 극초음속 비행체를 포함하는 사거리 1,000km 이상의 장거리정밀타격(Long Range Fire Program)과 1,000 km 이하의 정밀타격체계를 2023년까지 개발 완료하여 배치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IRM 배치는 지역국가들의 작용-반작용 과정을 통해서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본다. 중국은 이미 배치를 시작한 DF-21?DF-26을 대대적으로 배치하고 능력을 강화하며, 극초음속 비행체 무기를 신속히 개발하여 배치하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IRM 배치에 따른 자신의 전략적 대응옵션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해상·공중발사 IRM과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고, 해양전략과 핵전략 등을 새롭게 발전시킬 것이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여 미국을 압박하고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핵미사일 능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대의 중거리 미사일 능력 등을 강화하고 공격무기 능력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추구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IRM 배치에 따른 새로운 전략환경을 자신의 군사능력 강화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지역 각국의 IRM 능력 강화는 미사일 기술통제 레짐인 MTCR을 약화시키고 다른 지역국가들로 미사일 확산을 촉진시킬 수 있다. 미국의 IRM 배치와 지역국가들의 행보는 지역 내 힘의 대결장인 해양분쟁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위기의 확전 위험성을 크게 높일 것이다.

한국은 INF 이후 지역 각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강대국간 힘의 경쟁과 서로 간 안보적 불신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군비경쟁은 한국의 안보에도 위험과 불확실성을 높여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 군사정책과 전략무기 개발 및 배치를 역전시키기는 어렵다. 향후 미국은 기술 혁신적이고 보다 첨단의 IRM을 개발하여 배치하고자 할 것이다. INF 협정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군비통제 협상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 당분간 지역 각국은 전략무기를 기반으로 한 군사적 힘의 대결을 증대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 번영을 추진하기 위한 동맹전략과 방위전략을 새롭게 짜고 발전시킬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
  

박창권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창권 박사(chang@kida.re.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예비역 해군대령으로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지낸 뒤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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