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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태평양전략 견제 위해 ‘준동맹 협력’ 가속

입력 2019. 08. 27   16:47
업데이트 2019. 08. 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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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안보협력 강화 배경과 전망


美, 中·러 수정주의 강대국으로 규정
안보 위협 대응 최우선 과제로 설정
동·남중국해 등서 압박 수위 높여
中, 러와 잇단 합동훈련 무력 시위
러는 강대국 위상 회복 존재감 과시
양국 협력 관계 상당기간 지속 예상


지난 4월 29일 중국 해군이 ‘해상연합-2019’ 군사훈련을 위해 중국 칭다오항 다강 부두로 입항하는 러시아 해군 잠수함을 지원하고 있다. 중·러는 ‘해상연합-2019’ 외에도 오는 9월 16일부터 러시아에서 ‘첸트르-2019’ 전략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준동맹 수준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9일 중국 해군이 ‘해상연합-2019’ 군사훈련을 위해 중국 칭다오항 다강 부두로 입항하는 러시아 해군 잠수함을 지원하고 있다. 중·러는 ‘해상연합-2019’ 외에도 오는 9월 16일부터 러시아에서 ‘첸트르-2019’ 전략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준동맹 수준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 전인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하던 중 두 나라의 군용기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통보 진입하고,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타국 항공기가 최초로 우리 영공을 침범한 첫 사례로 주목 받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지역 배치 전력 및 동맹 네트워크 강화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중·러의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서도 국내외의 이목을 끌었다.


이렇듯 중·러가 합동훈련을 통해 군사적 협력 수준을 과시한 것이 올해 들어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넉 달 전인 4월 29일에는 중·러 양국 해군이 ‘해상연합-2019’ 군사훈련을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상과 상공에서 6일간 실시한 바 있다. 다음달인 9월 16일부터는 러시아 중부 및 남부 지역에서 ‘첸트르-2019’ 전략 군사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압박이 커져 가면서 중·러 두 나라가 준동맹 수준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러가 준동맹 수준으로 안보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안보 측면에서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NSS)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고 하는 수정주의 강대국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미국과 동맹 및 우방의 안보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인 2018년 초 미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전략서(NDS)는 이들 수정주의 세력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9·11 사태 이후 줄곧 미국 안보전략의 주요 목표는 테러집단의 공격을 예방하고 이들을 격퇴하는 것이었지만,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강대국 간 경쟁에 대한 대응이 미국 안보·국방 전략의 전면에 다시금 등장하게 된 것이다. 중·러가 미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휴해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전략적 목표 변화가 두 국가 간 안보협력의 심화를 새롭게 추동하고 있다.

동·남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른 포위와 압박에 대응해 균형을 맞춰야 하는 중국에게 러시아와의 안보협력 강화는 아시아 지역의 국제관계 구조상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지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을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구단선(九段線)을 근거로 해당 해역 대부분을 자국 영해로 주장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분쟁을 겪고 있다. 하지만 중·일 간 분쟁이 재점화된 2010년 이후 2014년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열도가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임을 확인해주며 미국의 방어의무를 공식화해 해당 해역에서 미·일동맹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또한 최근 대만에 대한 미국의 연이은 무기 판매 승인과 미 군함의 잇따른 대만해협 통과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대만 문제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대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당시에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가 서해로 파견되기도 했다. 자국 주변 해역에서 미국이 여러 기회를 빌려 압박 수위를 높이거나 전력 투사의 존재감을 높여나갈수록 중국 또한 러시아와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실제 미국과 동맹국의 압박에 대응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사태 이후 지속되는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응하고, 소련 해체와 냉전 종식 이후 낮아진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중국과의 안보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러시아에 비교적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러 관계 개선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미국 국내 정치를 휩쓴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2018년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됐고, 냉전 시대에 맺어진 미국과의 대표적인 핵군축조약인 중거리핵전력(INF) 조약도 2019년 8월 2일 공식 파기돼 새로운 군비경쟁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미국,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용이하지 않고, 금융 및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아시아 지역이고, 그중에서도 중국은 1990년대부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온 협력국가다. 중국에 자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첨단 무기체계들을 제공하고, 반대 급부로 중국으로부터 판매 수익과 대규모 차관을 받는 협력 관계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미·러 관계 침체 및 악화 국면에서 러시아에 소중한 레버리지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전략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미국의 안보전략상 기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중·러 간 안보협력은 대미(對美) 항쟁 준비 차원에서 계속 심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안보협력 강화로 군사작전 및 합동작전 능력을 배양할 수 있고, 러시아의 첨단 해·공군 장비를 도입해 미국의 아태지역 배치 전력에 대한 대응능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동해 해역에서의 훈련과 같이 러시아와의 합동작전 능력을 현시함으로써 미국 및 동맹국과의 분쟁 상황에서 러시아 또한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전략적 차원에서 억제 능력을 높일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안보협력 심화를 통해 유럽 지역에서 유지되고 있는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압력을 상쇄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중·러의 안보협력 강화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도전요소로 작용해 미국과 동맹국이 느낄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국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동맹 및 우방국에 역할 및 비용 분담 증가를 요구하며 자국 부담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의 후퇴(retrenchment)에 따른 지역 내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러가 향후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협력 태세를 시험하고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기 위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러 간 전략경쟁에 따른 우리 안보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와 군은 중·러 안보협력의 추세를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김 기 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김 기 범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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