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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에 어지럽다면 의심 체온 낮추고 수분 채워라

입력 2019. 08. 20   17:02
업데이트 2019. 08.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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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 박사의 야전병원 - 온열질환


훈련 중 규칙적으로 물 마셔야…훈련 후에는 영양소·염분 보충 

 


지난해 여름 40℃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온열질환 환자들이 속출했다.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더위에 오래 노출되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피로를 느끼다가 심한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열발진(땀띠)·열부종부터 증상이 심해지는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일사병), 열사병 등을 온열질환이라고 한다.


폭염특보 땐 외부활동 자제해야


2018년 한 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연령에 따른 특징이 있었다. 19세 이하는 학생이 많았고 주로 운동장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차 안에 있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20~59세의 경우 기능직 종사자가 많았고 주로 실내외 작업장에서 환자가 생겼다. 사망자는 주로 실외 작업장과 집에서 발생했다. 60세 이상은 무직이거나 농업 또는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주로 집 또는 주거지 주변, 논밭에서 환자가 생겼으며 이 연령대에서 열사병·열실신 등 위독한 경우가 많았다.

기상청은 폭염 특보를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구분해 발표한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이고, 폭염경보는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다. 폭염 특보가 발표되면 될 수 있는 대로 무더운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 외출한다면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가리도록 한다.


119 신고 후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더위 속에 두통이 심한 경우, 의식이 떨어지는 경우,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운 경우 온열질환이 의심되므로 119에 신고한 뒤 환자를 시원하거나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 환자의 옷을 느슨하게 하고 몸에 시원한 물을 뿌리고 부채나 선풍기로 몸을 식힌다. 시원한 물로 샤워하는 것도 좋다. 얼음이 있으면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목·겨드랑이·사타구니에 갖다 대 체온을 낮춘다. 다만,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시원한 물이나 음료를 마시게 하지만, 의식이 없으면 질식할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야외활동이 많은 군 장병들도 온열질환의 위험에 놓여 있다. 부대에서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면 개인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 손실로 이어진다. 온열질환에 관한 데이터가 축적된 미군의 사례를 통해 온열질환에 대비해 보자.


미군 해병대>육군>해군>공군 순 발생


2018년 한 해 미국 본토의 미군과 미국 외 지역에 진출한 미군 가운데 열사병은 578명, 열탈진은 2214명이 진단됐다. 연령으로는 20세 미만, 아시아·태평양의 섬에 있는 미군, 훈련병, 전투병과의 비율이 높았다. 열사병 환자의 절대 수는 육군이 가장 많았지만, 각 군의 장병 숫자를 고려해 환자 발생률을 따져보면 해병대, 육군, 해군, 공군 순이었다. 즉 육군에서 열사병 환자 발생률은 해군의 7배, 공군의 9배 이상이었는데, 해병대는 육군보다도 20.9% 더 많았다. 남군이 여군보다 26.5% 많았다.

2014~2018년 동안 전 세계 250개 이상의 미군 시설에 근무하는 군인 가운데 온열질환으로 1만1452건이 진단됐다. 대부분 미국 내에서 환자가 생겼으며, 환자가 가장 많았던 10개 지역 중 7개 지역이 미국 남동부에 있었다. 미국 외 지역 환자는 8% 미만인 831명으로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299명이 발생했다. 2018년 미군에서 열탈진 환자 발생률은 2016~2017년 대비 18.7% 증가했다.


무리하게 임무 수행하다 걸리기도


젊고 건강한 군인에게도 온열질환이 생기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군사 작전과 훈련 중 신체활동이 많고 보호장구나 무기를 착용하는 상황에서는 땀을 발산해 체온을 낮추기가 어렵다. 따라서 조금만 더운 환경이 되면 우리 몸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보상 한계를 넘어 열탈진·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군 생활 경험이 적은 훈련병이나 해병대처럼 악조건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온열질환이 생기기 쉽다.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운 환경도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 바람이 잘 불지 않고 햇볕이 내리쬐는 곳, 운동강도가 높거나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상황, 비만, 탈수, 특정 약물(항히스타민제, 혈압약 등)을 복용 중인 경우, 음주, 수면부족 등이다. 의욕이 너무 앞서면 무리하게 임무를 수행하다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


● 예방법



부대원 예방·처치법 교육
꾸준히 수분·영양 보충을

미군은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바로 대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부대원 스스로 해야 할 일

훈련을 앞두었을 때 잘 자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영양을 보충한다. 규칙적으로 물과 음식을 섭취해 수분을 유지한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훈련 중 시간당 1L, 매우 격렬한 활동에서는 시간당 1.5L 이내를 마신다. 자기 자신과 동료에게서 온열질환의 초기 증상과 징후를 알아챈다. 훈련 후 서서히, 꾸준히 수분을 섭취하고 음식을 통해 염분과 영양소를 보충한다.


지휘관이 해야 할 일

더위 속 훈련을 계획한다면 위험관리 지침을 활용한다. 부대원들이 온열질환의 예방·인지·기본처치법에 관한 교육을 받도록 한다. 훈련장에서 체온을 빨리 낮추는 방안(찬물·얼음 등)을 마련한다. 기온을 측정해 필요시 활동범위를 조정한다. 음식과 수분 섭취를 독려하되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감독한다. 부대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한다. 온열질환에 걸렸었던 부대원이 수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지, 온열질환의 증상 또는 징후가 생기는지를 면밀히 관찰한다.


의료진이 해야 할 일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부대원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가장 효과적인 처치는 체온을 빨리 낮추는 것이다. 수분을 보충하기 전, 보충하는 동안 나트륨 수치를 확인한다. 관련 육군규정에 따라 시행하면 온열질환이 재발하기 쉬운 부대원에게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온열질환 환자 발생을 보고한다. (열탈진과 열사병은 인터넷 질병 보고 시스템에도 입력한다.)


아침 첫 소변 색 보며
수분·음식 섭취량 조절 


아침 첫 소변 색으로 가늠하는 수분 섭취량.
아침 첫 소변 색으로 가늠하는 수분 섭취량.

여기에 유용한 팁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수분을 적절히 보충하는 방법이다. 탈수되면 전투력이 떨어지고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실제로 온열질환에서 탈수가 동반될 때가 많다. 미 육군환경의학연구소는 스스로 소변 색을 통해 수분을 얼마나 섭취해야 하는지 가늠하는 방법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아침 첫 소변을 보면서 그림의 색깔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관찰한다. 소변 색은 지난 24시간 동안 체내 수분 상태를 알려준다. 용변기에 떨어진 소변 색 말고 소변 줄기의 색을 보도록 한다. 소변 색이 그림의 점선 아래쪽에 해당하는 경우, 즉 소변 색이 짙으면 수분과 음식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소변 색이 그림의 점선 위쪽에 해당하면 수분 섭취량을 유지한다. 아침 첫 소변 외의 소변은 수분 보충 상태를 가늠하는 데 덜 믿을 만하다.

이 방법은 진료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 스스로 아침 첫 소변을 통해 수분이 부족한지 가늠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므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야외활동을 하면 가급적 매시간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커피처럼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음료, 과당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 술의 경우 수면을 방해하거나 탈수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한다.


안지현 의학박사(KMI한국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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