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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훈 종교와 삶] 무엇이 중헌디?

입력 2019. 08. 20   15:46
업데이트 2019. 08. 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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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 훈 
공군2방공유도탄여단 군종신부·대위
박 기 훈 공군2방공유도탄여단 군종신부·대위

우리 가족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참 크다. 그러나 가족 모두 소심해서 작은 일에도 서로 서운할 때가 많고 상처를 잘 받는 편이다.

어느 날 가족끼리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운전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와 동생이 빠른 길을 알려주겠다고 나섰다.

나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으니, 내가 원하는 길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기서 우회전을 했어야지”, 동생은 “형! 저쪽으로 가는 게 더 빨라!”라며 옆에서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말대로 갔다. 그런데 차가 막히기 시작했고, 동생은 자신의 말대로 가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며 구시렁댔다.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지만, 동생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서운함을 얘기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누구의 말대로 갔다 하더라도 도착 시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 많은 다툼이 당시에는 엄청나게 큰 이유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니었던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크고 작은 다툼이 계속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별생각 없이 내뱉었던 말들로 인해 주고받게 되는 상처 때문일 것이다.

처음 자전거를 샀을 때가 생각난다.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의 제품을 찾기 위해 여러 웹사이트를 검색했고,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자전거를 조금 더 싸게 구매하기 위해 매장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사고 싶은 것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어디서 사야 좀 더 싸게 잘 살 수 있을지 찾아보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과 그랬는데도 얻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말(언행)’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을 쏟지만, 매일 만나는 내 가족과 이웃들에게도 과연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가며 언어를 선택하고, 대화해 나가는가?

목적지에 정확하고 빨리 가기 위해 우리는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그러나 목적지에 빨리 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서 우리 가족의 일화에서처럼 목적지로서 집에 빨리 가는 길은 서로 알고 있었지만, 행복한 가정으로 가는 길은 서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우리 삶 속에서 ‘말’은 참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목적지에 빨리 가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오고 가는 것과 조금은 늦게 가더라도 서로 더 많이 격려하고 사랑하는 말을 하는 것, 물건을 사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는 것과 상대방과의 대화를 위해 신중하게 언어를 선택하는 것,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할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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