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속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헤르만 호트 『기갑작전』, 기갑부대의 작전원리 제시

입력 2019. 08. 16   17:40
업데이트 2019. 08. 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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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현대군사명저를 찾아Ⅱ <30> 헤르만 호트 『기갑작전』


독소전 바바롯사전투의 경과·전과 분석 

결정적 장면에서 부대 운용 유의사항 제시

전투지휘지침 등은 임무형 지휘 정수 보여줘


린덴 라이온즈의 영문 번역본 표지.
린덴 라이온즈의 영문 번역본 표지.

헤르만 호트 

Hermann Hoth (1885 ~ 1971)

『기갑작전 : 제3기갑집단과 1941년 하계 독일군 지휘에 대한 작전적 사고』 

『Panzer Operationen : Die panzergruppe 3 und der operative Gedanke der deutschen Fuehrung Sommer 1941』 

1956년 출간, 미 번역


전쟁을 준비하는 데는 전투 지휘를 직접 해본 지휘관의 회고록이나 전투 기록을 읽어보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전투현장에서 다가오는 기회의 창(a window of opportunity)을 포착하고, 부하의 생명을 헛되이 하지 않으면서 승리를 달성해야 하는 현장 지휘관의 고뇌가 회고록·전투기록 속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헤르만 호트(Hermann Hoth)의 『기갑작전: 제3기갑집단과 1941년 하계 독일군 지휘에 대한 작전적 사고』가 바로 그런 책이다.


기갑부대의 작전지휘 원리를 제시

본서의 기술 목적은 저자인 헤르만 호트가 밝히고 있듯, 클라우제비츠적 사고에서 작전지휘의 기본 원칙을 제안하기 위해 특정 작전을 기술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한 기갑부대의 작전지휘 원리를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저자는 전사연구를 통해 다음 전투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하게 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이 책은 이후의 군사연구에 충분히 기여했고, 저자는 집필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본서는 1956년 독일에서 최초 발간됐고, 2015년에는 영문판이 나왔다. 책에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군사작전 가운데 하나인 독소전 바바롯사 작전에 관한 경험과 객관적 분석이 담겨 있다. 호트는 바바롯사 작전의 초기 전황 관련, 현장 지휘관으로서 제3기갑집단의 전투 경과와 전과에 대한 기록을 남겨 후대에 귀중한 경험을 공유해줬다.


헤르만 호트(가운데)가 작전지휘 중인 모습. 호트는 독소전 바바롯사 작전의 초기 전황 관련, 현장지휘관으로서 3기갑집단의 전투경과와 전과에 대한 기록을 저서로 남겨 후대에 귀중한 경험을 공유해줬다.  필자 제공
헤르만 호트(가운데)가 작전지휘 중인 모습. 호트는 독소전 바바롯사 작전의 초기 전황 관련, 현장지휘관으로서 3기갑집단의 전투경과와 전과에 대한 기록을 저서로 남겨 후대에 귀중한 경험을 공유해줬다. 필자 제공


부하로부터 파파로 불린 군인

먼저 저자인 헤르만 호트에 관해 간단히 알아보자. 헤르만 호트는 독일의 소련 침공 작전 당시 구데리안의 2기갑집단과 더불어 모스크바에 이르는 통로 상의 민스크와 스몰렌스크, 비야즈마에 있던 소련군 전체를 거의 포위망 속에 가두고 포로로 잡았던 중앙집단군 예하 제3기갑집단을 지휘한 인물이다.

특히, 호트는 부하들로부터 ‘파파(Papa)’라는 애칭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자애로운 지휘 방식으로 휘하 부하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았다.

호트는 1941년 3기갑집단을 지휘해 민스크, 비테브스크를 점령하고 같은 해 10월 하인리히 스티프나겔 장군의 후임으로 17군을 지휘했다. 1942년 6월에는 훼프너 장군으로부터 제4기갑군의 지휘권을 인수해 소련 브리얀스크 전선군과 싸웠으며,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포위된 제6군 구출작전 시 4기갑군을 지휘했으나 실패했다. 1943년 7월 쿠르스크 전투에서 4기갑군을 지휘했으나 또다시 히틀러의 간섭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상급대장으로 진급한 헤르만 호트는 소련군 공세 저지에 실패해 키예프가 함락됐다는 히틀러의 지휘 문책을 받아 그해 11월에 해임돼 예비역에 편입됐다. 그러나 1945년 전세가 기울자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 호트는 독일 중북부 작센 지방에 있는 하르츠 산맥 수비대장 임무를 수행했다. 전후에는 뉘렌베르크 전범재판에 회부돼 1948년 10월 27일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6년 만인 1954년 석방돼 1971년 고슬라르에서 85세로 사망했다.


전투보고서와 재판 소송 기록을 기반으로 작성

본서는 제3기갑집단의 전투보고를 기초로 작성됐다. 이 문서는 3기갑집단의 장군 참모장교인 카를 바그너가 작성했던 보고서로 작전구상, 전반적인 작전 진행 경과를 설명하는 요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소련군 상황, 작전명령 전문과 예하 부대에서 보고한 문건은 누락됐지만, 1948년 뉘렌베르크 재판 과정에서 독일 국방군 총사령부에 관한 소송 기록을 참조해 내용이 보완됐다.

헤르만 호트는 이 책에서 소련에 대한 독일군 작전계획의 기원, 발전, 목표를 비평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독일군 지휘부뿐만 아니라 소련군까지 놀라게 했던 초기 기갑부대의 돌파를 지원할 하부구조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던 기동전을 분석하고, 군 지휘부의 리더십이 초래한 실수, 결심, 직면했던 상황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는 독일군이 전역에서 실패한 요인을 기갑부대가 전술적 목표를 위해 야전군에 작전 통제됐고 이로 인한 작전적 자유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명확한 작전적 목표의 설정 부재도 중요한 요인으로 들고 있다.

호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핵이 정치와 전략 그리고 전장에 미치는 영향, 기갑부대 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면서 대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군의 핵전하 작전 대비의 참고 사례로 삼을 만하다.


헤르만 호트(왼쪽 둘째)가 작전 토의 중인 모습. 그는 저서 『기갑작전: 제3기갑집단과 1941년 하계 독일군 지휘에 대한 작전적 사고』에서 독일군의 실패 원인과 기갑부대 운용방안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시했다.  필자 제공
헤르만 호트(왼쪽 둘째)가 작전 토의 중인 모습. 그는 저서 『기갑작전: 제3기갑집단과 1941년 하계 독일군 지휘에 대한 작전적 사고』에서 독일군의 실패 원인과 기갑부대 운용방안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시했다. 필자 제공


독일군 실패 원인과 기갑부대 운용 방안 제시

그는 독일군이 초기 독소 전역에서 거둔 압도적인 군사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한 원인으로 러시아의 정치 군사적 저항력에 대한 과소평가, 정치전략적 목표와 육군 지휘부의 작전적 목표 간의 분열, 군사지도자와 정치지도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린 군사작전 간섭을 들고 있다. 또한 기동부대의 기술장비 수준이 러시아 전장의 요구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호트는 총 13개의 독소 전역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몇 가지 사항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갑부대 집중운용의 이유를 명시했다. “기갑 및 차량화 사단은 지상군 작전의 수행자다.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이나 그 전투력이 또한 신속하게 약화되므로 집중해 운용해야 한다. 기갑부대를 선두에서 운용해야 기동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으며, 보병부대와 협조해 전선을 돌파해야 할 경우 기갑부대를 측후방이 아닌 정면에 투입하고 좁은 정면과 전진축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병을 앞세우고 기갑부대를 후속시키면 대부분 시간 손실과 적에게 전선 보강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갑부대는 대담한 작전에 이용해야 한다. 이때 위험은 피할 수 없다. 고속기동부대의 기동성에 대한 신뢰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적 종심과 후방으로의 진격은 적의 우회 및 포위, 종국에는 붕괴로 이어져 승패를 결정한다. 공간과 전투력은 통일돼야 한다. 그는 미래 기계화부대 지휘관에게 작전 성공을 위해 “자신만의 분야, 자신의 고유 계획 그리고 탁월한 야전지휘관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해 어떤 상황도 즉각 분석하고 안을 도출하는 사고의 기민성을 습득하라”고 조언한다.

헤르만 호트의 전투기록 보고서와 같은 이 책은 대부대 운용의 작전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결정적 국면에서 기갑·기계화 부대의 운용을 위해 유념해야 할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부록에 있는 기갑집단에 내린 전투지휘지침과 상황판단은 임무형 지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주 은 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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