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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은 답을 못 찾은 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이 장면을 본인의 생각을 크게 바꾼 명장면으로 손꼽는다.
틀린 질문을 하면 맞는 답이 나올 수 없다는 유지태의 말에서 김범수 의장은 무엇을 보았을까? 나 자신도 내 생각이 크게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꼽으라면 김 의장과 이 이야기를 나눈 그 시점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우리 앞에는 수많은 질문이 던져지고, 앞에 놓인 수많은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애쓰며 산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주어진 질문의 답을 찾느냐가 인생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러한 생각 패턴은 우리가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부터 생긴 것은 아닐까? 학교에 다니면서 했던 ‘공부’라는 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잘 찾아내는 방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수많은 시험을 보며 시험지 위에 제시된 것들 가운데 정답이라고 정해진 것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남들과 경쟁하며 살아왔다. 아는 미국 친구가 “한국은 철학도 객관식으로 만드는 나라”라는 농담을 했을 때 마음이 씁쓸했던 기억도 있다. 정답을 많이 맞힌 사람은 우등생이라는 이름으로 꼭짓점으로 향하고, 정답을 맞히지 못한 사람은 뒤처지게 되는 생태계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정답을 찾는 것에 많은 열정을 바쳤는지도 모른다.
나는 답 찾기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문이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고, 생각을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질문을 ‘생각의 리허설’이라고도 부른다.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살펴보자. “전역하고 무엇을 할까? 이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때울까? 점심에는 무엇을 먹지?” 식사메뉴를 고르는 아주 간단한 일부터,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결정하는 것까지 생각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항상 질문이 존재한다. 결국, 질문이 생각의 시작점이고, 생각의 수준을 결정한다. 사회가 던져준, 상황이 던져준 질문,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에 대해 바로 답 찾기 모드로 진입하게 되면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의 흐름이 만들어져도 잘못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군 생활을 잘 때우고 전역할까?”라고 질문하면 잘 때우는 방법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내 인생의 군 생활은 어떤 의미일까?”라고 질문하면 군 생활이 주는 의미를 찾으려는 생각이 시작된다. 생각의 출발점에는 항상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생각의 방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그저 남이 던져준 질문에 대한 답만 찾으려고 한다면 내가 주인이 되는 생각은 시작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폴 부르제는 이런 말을 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살아온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남의 질문대로 생각하면 남의 질문의 답만 찾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나의 질문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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