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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구매 대행해 드려요” 틈새 공략 20번 실패 딛고 ‘성공 신화’

입력 2019. 08. 07   15:58
업데이트 2019. 08. 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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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대신 장보기’ 서비스 인스타카트(instacart)


아마존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메타
2년간 창업·폐업 거듭하며 아이디어
전문 쇼퍼가 직접 마트서 장 대신 봐 배달
창업 2년 반 만에 투자금 2000억 원 몰려
월마트와도 파트너십… 기업가치 9조 원 

 



주문하면   인스타카트 앱 화면 모습. 과일 등 신선식품을 고르면 ‘사람이 직접 고른’ 신선한 상태의 식료품들이 배송된다.
주문하면 인스타카트 앱 화면 모습. 과일 등 신선식품을 고르면 ‘사람이 직접 고른’ 신선한 상태의 식료품들이 배송된다.

장 봐서   마트에서 장 보고 있는 인스타카트 쇼퍼. 티셔츠에는 ‘식료품은 가급적 1시간 안에 배달된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장 봐서 마트에서 장 보고 있는 인스타카트 쇼퍼. 티셔츠에는 ‘식료품은 가급적 1시간 안에 배달된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집까지 배달   배달하고 있는 인스타카트 쇼퍼. 이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뒤 인스타카트의 ‘쇼퍼’로 투입돼 마치 고객이 직접 장을 보는 듯한 세심함으로 꼼꼼하게 장을 본다.
집까지 배달 배달하고 있는 인스타카트 쇼퍼. 이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뒤 인스타카트의 ‘쇼퍼’로 투입돼 마치 고객이 직접 장을 보는 듯한 세심함으로 꼼꼼하게 장을 본다.

이젠 온라인에서 원하는 물건 대부분을 살 수 있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트로 직접 발걸음을 옮긴다. 특히 식품류의 경우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게 정확할 때도 있고, 또 이러한 신선식품류의 경우 온라인 배송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업체가 일찌감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에 뛰어들었을 때, 그 틈새를 공략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물건을 골라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나 대신 전문 쇼퍼가 마트에 직접 가서 장을 봐주는 방식으로 투자금만 2조 원을 넘게 마련한 ‘인스타카트’다. 

 
소비자들은 인스타카트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고른다. 자체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소비자들에게 배송해주는 타 회사들과 달리, 인스타카트는 직원들이 직접 소비자가 고른 마트를 방문해서 꼼꼼히 식료품 등을 고른다. 직접 고르는 것 같은 꼼꼼함은 필수. 특히 물건 상태에 민감한 ‘식료품’의 경우 사람의 눈을 통해 고르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쇼퍼들은 대부분 파트타임 직원으로,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좋은 물건을 고르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대중화된 온라인 마트의 포화 속에서도 인스타카트는 틈새를 찾아냈고 성공했다. 그 비결엔 창업자의 스무 번이 넘는 실패 사례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창업자 아푸바 메타는 인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소년의 눈에는 컴퓨터를 사용해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또 그러한 검색창이 구동되는 방식이 신기해 보였다. 공학도로 성장한 메타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블랙베리·퀄컴 등에서 일하며 어린 시절 자신의 궁금증에 조금씩 다가갔다. 졸업 후에는 아마존에 입사해 공급망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에게 아마존의 거대한 물류 창고 관리는 물론 물건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전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메타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마존에서의 경험이 2년을 갓 채웠을 무렵,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향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감히 사표를 쓴 그에게 긴 창업 여정이 시작됐다.

2년간 무려 20번이 넘는 창업을 거듭했다. 변호사들을 위한 페이스북 서비스를 론칭했다가 망했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영역의 사람들을, 자신의 생각대로 판단한 게 오판이었다. 이들은 오프라인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시하고 무엇보다도 SNS 사용에 익숙지 않았다. 메타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남들이 좋아할 것 같은 혹은 필요할 것 같은’ 사업이 아니라 나에게도 진정으로 필요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메타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중이었다. 매번 나가는 월세도 부담이었던 그에게 자동차는 사치였다. 하지만 마트는 먼 곳에 있었고 요리를 즐기던 그에게 신선식품 장보기는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미 아마존 프레시를 비롯한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 아쉬움을 직접 극복하기로 한다.

바로 코딩을 시작해 앱을 만들었다. 인근 마트에서 사람이 대신 장을 봐주고 갖다 주는 시스템. 주변 작은 마트를 시작으로 사람들에게 ‘장을 대신 봐주는 아르바이트’가 있음을 알리며 확장해 나갔다. 사람들의 필요와 동떨어진 앱을 개발해 외면받았던 이전과 달리 사람들이 알아서 몰렸고, 알아서 사용했다. 미국 내 대형 체인과 계약도 속속 체결하며 2012년 창업 이후 2년 반 만에 투자금이 2000억 원 넘게 몰렸다. 월마트 같은 온·오프라인 종합회사와는 오히려 파트너십을 맺고 ‘월마트를 대신 장 봐준다’는 콘셉트로 확장하며 세를 불려 나갔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인기몰이 중인 인스타카트의 기업가치는 80억 달러, 9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큰 성공 뒤엔 돈이 없어 하루하루가 절망이었던 메타의 지난 세월이 녹아들었다. 그는 스무 번이 넘는 실패 끝에 성공의 법칙을 체득해 그대로 적용했다. 벽에 부딪히더라도 반드시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으며 도전을 이어왔다. 그야말로 스스로 ‘유니콘’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창업자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된 듯하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사진=인스타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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