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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먹고도 살 안 찌는 아이스크림 있다면… 달콤한 상상을 현실로

기사입력 2019. 07. 31   15:39 최종수정 2019. 07. 31   15:42

<53>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헤일로 탑(HALO TOP)’

변호사로 일하던 창업자 울버턴
단맛 디저트 즐기다 당뇨 초기 증상
아이스크림 키트 사서 직접 만들어
천연 감미료 사용하고 지방 함유량 낮춰
다이어트 체험기사 후 주문 폭주
미국 파인트 사이즈 부문 매출 1위


세계적인 샌드위치 체인 브랜드 서브웨이와 합작한 헤일로 탑 셰이크. 기존의 밀크셰이크보다 덜 달면서 단백질을 20g 늘렸다.   헤일로 탑 제공


남성잡지 GQ에 연재됐던 ‘헤일로 탑’으로 다이어트하기 기사. 해당 기자는 10일간 헤일로 탑 아이스크림으로 다이어트를 했고 체중은 무려 4.5㎏이 감소했다. 이 기사가 2016년 나간 후 헤일로 탑은 그해 116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GQ 웹사이트 캡처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에게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디저트는 ‘쥐약’이다. 그럴 땐 언제나 먹고도 살이 안 찌는 음식을 꿈꾸게 된다. 누군가에겐 단지 꿈으로 간직될, 살 안 찌는 디저트를 사업화해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낸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매번 지쳐가는 야근 속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밤을 보내던 변호사, 저스틴 울버턴이다. 


헤일로 탑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저스틴 울버턴. 단맛 마니아였던 그는 당뇨병 초기 증상까지 왔고 결국 저칼로리의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변호사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다. 헤일로 탑 제공 

30대 초반의 저스틴 울버턴은 유명한 법정 소설가 존 그리샴의 팬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을 꿈꾸며 UCLA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최상위 순위인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누구나 선망하는 로펌의 변호사로 입사해 뉴욕과 LA를 오가며 살았다. 하지만 현실은 매달 날아오는 로스쿨 학자금 35만 달러(약 4억1000만 원) 청구서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객사를 방문해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는 삶의 반복이었다.

지친 업무 속 그나마 자신을 채워주는 건 디저트였고, 결국 그는 당뇨 초기 증상에까지 다다른다. 계속된 체중조절에 결국 지쳐버린 울버턴은 시중에 파는 아이스크림 대신 아마존에서 20달러짜리 ‘아이스크림 키트’를 주문해 직접 만들어 먹었다. 인근 마트를 돌며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분명 많을 것이라 확신했고, 2011년부터 ‘살찌지 않는 아이스크림’ 개발에 들어갔다. 낮에는 변호사로 살고 밤에는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연구하며 시간을 보냈다. 1년이 넘는 개발 끝에 드디어 네 가지 맛 개발에 성공한다.

울버턴은 파머스 마켓, 즉 우리나라로 치면 ‘장터’ 같은 곳에서 저칼로리 아이스크림을 팔기 시작했다. 살찌지 않는 아이스크림이란 소문에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다. 또 다른 변호사 출신의 친구인 더글러스 부턴도 합류했고, 2013년엔 둘 다 변호사 업무도 그만두고 아이스크림 사업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법에 능통했던 둘이었지만 사업엔 서툴렀다. 판매처 확보도 쉽지 않았고 매출도 평범했다. 카드사 대출로 끌어쓴 돈만 2억 원 넘게 불었고 대출도 막혔다. 사채까지 손댈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모든 걸 바꿀 때라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맛이 평범하다는 지적에 레시피를 바꿨다. 천연 감미료를 사용해 설탕 없이도 달콤하게 했고, 지방 함유량을 확 낮추면서 단백질 함유량은 높였다. 그 결과 파인트(작은 크기) 한 통에 240~360㎉ 정도의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10가지가 넘는 맛으로 재탄생했다. 칼로리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25% 수준으로 날씬한 아이스크림을 강조하기 위해 용기 디자인엔 칼로리 수치를 대문짝만하게 새겨넣었다.

칼로리가 극히 적은 아이스크림은 남성전문잡지 GQ의 기자 눈에 들어왔다. 그는 즉시 10일간 오직 헤일로 탑 아이스크림만 먹고 다이어트를 했고, 그 체험기를 2016년에 기사화했다. 4.5㎏ 감량, 체지방 감소, 근육량 유지라는 경이적인 결과가 나오자 헤일로 탑은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매출 연 2억 원가량에서 맴돌던 회사는 기사가 나간 그해 116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파산을 고민하던 회사는 순식간에 시장점유율을 독식하기 시작했고, 미국 전통의 하겐다즈와 벤엔제리 등 대형 아이스크림 회사를 제치고 파인트 사이즈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헤일로 탑의 아이스크림 바 상품. 컵 단위의 아이스크림에서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요청으로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바’형 아이스크림도 출시했다. 헤일로 탑 제공 

헤일로 탑은 현재 캐나다·멕시코는 물론 호주·뉴질랜드·영국·독일·네덜란드 등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가 됐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에 진출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의 요청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업자들은 변호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한 채 파산 문턱까지 가면서도 사업을 지켜냈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두웠던 시기를 통과한 헤일로 탑의 기업가치는 현재 2조 원을 넘겼다. 전 세계 다이어트인 혹은 당뇨를 앓고 있는 ‘달콤함 마니아’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준 헤일로 탑의 날씬한 디저트 상품들이 더욱 확대되면 좋을 듯하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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