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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안보협력 흔들기 미국 견제 본격화 신호

입력 2019. 07. 30   16:12
업데이트 2019. 07. 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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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중·러, 한·일 갈등 장기화 노림수


중·러 군용기 동해 상공서 합동비행훈련 매우 이례적
한·일 경제 갈등 상황서 독도 영공 침범 의도된 전략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러시아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주변 안보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 내 IT체험관 딜라이트숍 모습.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러시아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주변 안보 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 내 IT체험관 딜라이트숍 모습. 연합뉴스

  

한반도 안보정세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 중·러의 합동훈련과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이어 외교 안보 현안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안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야 한다.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강화 조치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한·일 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수출규제제도는 국가 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운용되는 것인데, 한·일 간에 이러한 제도를 운용할 만큼의 신뢰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둘째, 한국과 관련된 수출규제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째,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다. 국제사회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바세나르 협정(WA), 핵공급국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의 4대 수출통제체제를 갖추고 있다. 개별국가들은 이러한 체제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효과적인 수출통제 규범 이행을 위한 캐치올(catch-all) 제도 등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4대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하고 국내적으로 제도를 통해 철저하게 수출통제를 이행하는 국가에 수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별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러한 조치 중의 하나가 일본의 ‘백색 국가’ 지정이다. 일본은 2003년 한국이 4대 수출통제체제에 참가하고 국내에서 수출 관리도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백색 국가’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2019년 7월 이러한 두 요건에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뢰관계’를 이유로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지정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둘째, 특정품목에 대해 포괄수출허가제에서 개별수출허가제로 바꾸는 조치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개별수출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4일까지 이러한 조치에 대한 의견을 3만여 건 이상 수렴했으며, 오는 8월 2일 각의를 통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처리하고 8월 하순 이후 거의 모든 품목에 개별수출허가제를 시행하는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이미 정체된 한·일 관계를 한층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즉,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신뢰관계’라는 정치적 수사(修辭)에 의해 좌우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일본이 2018년 11월 강제동원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경색된 한·일 관계를 이유로 신뢰관계를 언급하고 이를 수출규제에 확대 적용하려고 한 것이라면 이는 설득력 없는 궁색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가 미비하다고 판단됐다면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고 다자체제의 틀 안에서 해결 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했다.

그러나 일본은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 폐막 이후, 한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미·중 간 무역을 둘러싼 갈등이 재발과 봉합을 반복하면서 장기화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지역 정세에 있어 일본의 이러한 조치는 ‘한국 때리기’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수출통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보면, 향후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 조치 철회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일본이 동북아 지역 갈등 요인의 제공자가 됐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도 둘러싼 중·러 도발과 지역 안보 불안정

이렇게 한·일 갈등이 노골화된 정세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3일 동해 상공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서 합동비행을 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러 간 합동훈련이 단순한 훈련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훈련 도중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했으며, 이러한 영공 침범은 6·25전쟁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러시아, 독도 영공 침범 전쟁 이후 처음

이번 중·러의 도발은 중국 군용기(H-6) 2대, 러시아 군용기(TU-95) 2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총 5대의 합동비행에 의해 이뤄졌다. 중국 군용기 2대가 남서 방면에서 북쪽으로 향하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과 이탈을 반복했다. 북방한계선 북방에서 중국 군용기는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남쪽으로 이동하며 KADIZ 진입과 이탈을 반복했다. 심각한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군은 F-15K,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차단 기동에 나섰다. 이러던 와중에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한국군은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다시 말해 중·러의 합동비행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전환된 것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 장기화 의도

이러한 중·러 도발의 이유는 무엇일까? 미시적으로 보면 경색된 한·일 관계를 장기화하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부러 동해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심지어 독도 영공에 침범해 한국과 일본의 반응을 유도했다. 이 사건으로 한·일 간 갈등 범위는 심화되고, 협력의 공간은 제한될 것임을 인지했던 것이다. 즉,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일 갈등을 경제에서 영토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켜 관계 악화를 장기화하고자 한 의도임을 알 수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 고리 느슨해지지 않게 해야

거시적으로 보면 한·일 갈등으로 느슨해진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틈새를 노리고 미국 견제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월 1일에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 러시아를 부활한 악성국가(revitalized malign actor)로 규정했다.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인도태평양전략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중·러의 도발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전략적 견제라고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5일 북한은 두 차례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중·러의 도발과 함께 북한의 무력 행위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을 높였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는 한편, 한·미·일 안보 협력의 고리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이유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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