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문화산책

[하희정 문화산책] BTS 랩몬스터가 다녀간 부산시립미술관

기사입력 2019. 07. 25   15:45 최종수정 2019. 07. 25   15:46

하희정 상명대학교 박물관장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의 랩몬스터(RM)가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부산시립미술관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후 이 미술관의 관람객 수가 평소의 4배 이상을 웃돌아 개관 이래 최고의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에 가면 이우환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랩몬스터가 좋아한다는 ‘바람’을 포함해 ‘대화’ ‘조응’ ‘관계항’의 연작이 전시돼 있다. 별관 1층 야외 전시공간에도 ‘관계항’ 연작이 있어서 지나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우환 작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돌, 철판 그리고 캔버스에 그려진 굵은 귀얄(풀이나 옻을 칠할 때 쓰는 솔의 하나)의 선일 것이다. 나의 경우, 이우환 작가라 하면 2015년 여름에 방문했던 예술의 섬, 나오시마가 생각난다. 항구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구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빨간 호박이었다. 크고 작은 검은 점이 있고, 몇 군데 구멍이 뚫린, 흡사 무당벌레를 연상시키는 빨간 호박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3분의 2 정도 몸체를 드러내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버스가 있었지만, 우리 일행은 나오시마 전경을 보기 위해 도보로 이동했다.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장소로 설립된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을 관람한 후, 베네세하우스로 천천히 내려오는 도중에 또 하나의 지추미술관을 봤다. 산기슭 안쪽에 동굴처럼 자리 잡고 있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야외 공간에 오벨리스크를 상징하는 듯한 긴 수직 기둥과 커다란 자연석, 눕혀져 있거나 돌과 함께 세워진 철판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전시된 것을 보고 이우환 미술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은 단지 작품을 전시하는 곳에서 벗어나 사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이우환 작가와 함께 전체 콘셉트를 세우고 설계한 곳으로 유명하다.

야외 전시장에서 통로를 따라 좀 걸으니 노출 콘크리트 벽이 나타났다. 그 벽을 돌아 안쪽에 하나의 자연석과 모서리 한쪽이 살짝 들린 철판(관계항-신호)이 들어가는 우리에게 인사하는 듯했다. 주제별로 만들어진 방에는 이우환 작가의 철학이 담긴, 대표적인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 안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교하고 완벽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의 작품을 보면 가슴속에 많은 감동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의 오브제는 왜 돌과 철판인지, 돌을 찾는 기준은 무엇인지, 작품 안에서 여백과 공간은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관한 의문점들이 있었다. 그다음 해에 부산시립미술관을 다녀오고, 그가 쓴 『시간의 여울』과 심은록의 『양의(兩儀)의 예술』을 읽으면서 그의 글과 함께 그의 작품을 비로소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존재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여백과 공간에서 점·선·면이 서로 대화하고, 조응하고, 관계를 만들면서 무심한 듯 차갑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공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을 살피고 사물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