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용어로 다시 읽는 미술사

인상파 기법·색채에 개성과 독창성을 더하다

입력 2019. 07. 24   15:17
업데이트 2019. 07. 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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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신인상주의 또는 후기 인상주의; 종합주의, 클루아조니즘, 원시주의, 무정부주의, 분리주의


과학에 바탕 둔 인상파로 출발
자연의 객관적 기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 추구
세잔·고갱·고흐 등 대표적
당시 세상으로부터 비웃음 샀지만
훗날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추앙
20세기 초 모더니즘 기초 형성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린 인상주의자들과 달리 후기 인상주의자들은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사진은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서 홀로 그림을 그린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나,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나’. 1897-1898, 유화, 139x375cm, 보스턴미술관.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린 인상주의자들과 달리 후기 인상주의자들은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사진은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서 홀로 그림을 그린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나,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나’. 1897-1898, 유화, 139x375cm, 보스턴미술관.

     
과학에 바탕을 둔 그림을 그렸던 인상파로 출발했지만 이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화가들이 나타났다. 인상주의가 색과 빛의 순간적인 효과에 기초한 자연의 객관적인 기록을 중시했지만,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신만의 표현을 위해 이런 인상파의 강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인상주의의 밝고 맑은 색과 풍경이라는 주제 그리고 산란하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 끊어치는 듯한 단속적인 붓 터치는 계승했다.


로트레크의 ‘물랑루즈’, 1893-1895, 유화, 시카고아트인스티튜드.
로트레크의 ‘물랑루즈’, 1893-1895, 유화, 시카고아트인스티튜드.


새로운 흐름에 이끌린 화가들

새로운 흐름에 이끌린 화가들은 폴 세잔(1839~1906), 폴 고갱(1848~1903), 반 고흐(1853~1890), 로트레크(1864~1901) 등이었으며 점묘파로 분류되는 쇠라와 시냐크 등도 후기 인상주의 범주에 들어간다. 대부분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기초를 형성했다. 후기 인상주의라는 말은 영국의 미술 평론가 로저 프라이가 1877년 과학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인상주의와 구별하고자 명명했다. 그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개인적인 감정과 세계관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엄청난 가치를 발견하고 이해한 당대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비웃음을 사던 그들이 이제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후기 인상주의는 이름을 얻고 12년이 지난 1889년 고갱과 에밀 슈페네케르(1851~1934)가 파리만국박람회장 근처 카페 볼피니에서 연 ‘인상파와 종합주의 화가들의 전시회’를 통해 2차원적 평면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이면서 뿌리를 내렸다.

고흐의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밀밭’, 1889, 유화, 국립미술관 런던.
고흐의 ‘사이프러스나무가 있는 밀밭’, 1889, 유화, 국립미술관 런던.


세잔, 사물의 구조 묘사에 집중

세잔은 인상주의자들과 불화를 겪으면서 빛이 산란하는 순간을 포착하기보다는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처럼 견고하고 내구성 있는 미술을 위해 1878년 인상파들의 아지트 카페 게르부아를 나와 마치 돌처럼 변함없고 견고한 형태의 근원을 추적한다.

그는 인상파 화가들이 빛에 의존해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형태와 색채를 표현하면서 형태가 사라지고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대상을 가장 기본적인 일련의 평면으로 환원시켰다. 나무를 그리면서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원통으로, 이들을 덩어리로 묶어 하나의 면으로 그렸다. 그리고 각각의 평면은 색채의 변화로 채웠다. 인상파가 색을 중시하고 형태를 무시한 데 반해 세잔은 형태와 색을 동등하게 취급했으며 자연의 형상을 최대한 기본적인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해 존재 자체의 근본 형태를 찾고자 했다. 따라서 그의 화면은 색채로 뒤덮인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는 자연 형태의 기본 구조와 깊이 있는 공간, 그리고 화면의 표면 즉 질감을 통합하는 일에 몰두했다. 실제로 그는 주로 사물의 구조를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1884년 개최된 앙데팡당(Independants)에서 세잔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쇠라를 발견했다. 그는 화면의 구성과 과학적으로 색을 분석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인상주의자들은 함께 모여 운동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후기 인상주의, 신인상주의자들은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활동했다. 세잔은 파리에 적응하지 못해 고향인 프랑스 남부의 액상 프로방스에 칩거해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을 남미에서 보낸 후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다 화가의 길로 들어선 고갱은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서 홀로 그림을 그렸고, 남프랑스의 시골 마을 아를에서는 고흐가 고독을 가슴에 끌어안고 그림을 그렸다. 고갱과 고흐는 인상주의를 거부하고 개인적이며 영적인 표현을 지지했다.

세잔의 ‘빅토와르 산’, 1892-1895, 유화, 73x92cm, 반즈컬렉션.
세잔의 ‘빅토와르 산’, 1892-1895, 유화, 73x92cm, 반즈컬렉션.


타히티섬에서 홀로 그림 그린 고갱

고갱은 1886년 인상파와 함께 전시를 연 후 ‘자연주의의 가증스러운 오류’의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젊은 화가 에밀 베르나르(1868~1941)와 함께 더 단순한 진리와 순수한 미학을 추구하고자 도시를 벗어나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농촌 지역 브르타뉴의 퐁타방에 자리 잡고 그곳에서 영감을 찾았다. 그는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의 순수하고 평면적인 색상, 굵은 외곽선, 그리고 장식적인 것을 취했다. 또 고갱은 이국적이며 감각적인 색의 하모니를 이용해 타히티 사람들을 시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그는 루이 앙크텐(1861~1932)과 함께 스테인드글라스의 평면적인 색채가 강한 청색이나 검은색의 윤곽선을 특징으로 하는 클루아조니즘(Cloisonnism)과 결합해 자연의 외관과 주제에 대한 작가의 감정, 선, 색상 및 형태의 미적 고려를 종합하는 종합주의(Synthetism)를 완성한다.

1886년 파리에 도착한 반 고흐는 자연에서 받는 인상 깊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인상파의 기법과 색채를 재빠르게 습득했다. 하지만 이내 인상주의의 짧고 밝으며 단속적인 붓놀림을 자기화해서 인상파의 광채를 넘어서는 과장되게 꿈틀대는 색, 생생한 선으로 감정을 격정적으로 화면에 쏟아낸다.



꿈틀대는 색과 선으로 감정 쏟아낸 고흐

인상주의자들과는 일정 거리를 뒀던 로트레크는 포스터와 장식적인 효과, 소외된 사람들을 그렸고, 르동(1840~1916)은 보다 자유스러운 상상의 세계를 평면적으로 그렸다. 또 회상적이며 신비로운 주제를 다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따라서 이들의 작업은 좀 더 선형적이며 상징주의에 가깝다. 이러한 후기 인상주의의 변화는 20세기 초 예술의 두 가지 큰 변화의 흐름을 견인했다. 하나는 이지적이며 관념적인 입체파(Cubism)이고 또 하나는 감정적이며 격정적인 야수파(Fauvism)다.

가위 혁명적인 미술운동인 후기 인상주의는 프랑스 예술계에 기반을 둔 무정부주의 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페릭스는 젊은 화가들을 지원하며 전위적인 문화예술의 선봉에 섰던 ‘라 르뷔 블랑슈’의 미술 평론가가 되기 전에 이미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했다. 그는 1894년 프랑스 대통령 사디 카르노(1837~1894) 암살 사건으로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회적 권위에 도전하는 지식인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비평가로서 후기 인상파를 지원해 힘이 됐다. 사실 후기 인상파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자유를 조화롭게 연결하려 했고 과학에 대한 이해 또한 부르주아지보다 자유로운 무정부주의자들의 견해와 닮았다.



자유로운 무정부주의자 견해와 닮아

이러한 후기 인상주의는 이후 마티스(1869~1954), 앙리 망갱(1874~1949), 장 메챙제(1863~1956), 들로네(1885~1941), 앙드레 드랭(1880~1954) 같은 다음 세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런 변화는 오스트리아의 분리주의와 독일 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미술은 후기 인상주의자들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표현, 독창성, 개성이라는 단어들과 처음 만나게 됐다. 그리고 이제 미술은 외부보다 내부, 형태보다 내용에 더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사진=필자 제공

<정준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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