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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습 대신 해킹… 국제법 지키고 실리 챙겨

입력 2019. 07. 16   15:56
업데이트 2019. 07. 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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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이란 군사적 긴장 고조와 국제법적 해석


무인기 격추 대응 미사일 기지 타격
‘불필요한 희생’ 국내외 비난 불보듯
비례·필요의 원칙에도 어긋나
美 국방부 전쟁법 매뉴얼 의거
사이버 공격 통해 무력 충돌 피해
호르무즈에 美 군사력 증원 계기로
  

이란이 미군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잔해.  연합뉴스
이란이 미군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잔해. 연합뉴스

       
지난 6월 20일,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비행하던 미국의 무인기 ‘RQ-4 글로벌 호크’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 정찰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으므로, 이란의 격추는 자위권 (right of self-defense)에 기초한 조치로서 국제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자국 무인정찰기가 이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이란이 무인기를 격추한 장소가 호르무즈 해협 공역(international airspace)이라고 주장하며,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본고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촉발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국제법적 관점에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해 미 무인기를 격추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보복 공격을 할 예정이었음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공습 강행 시 사망자가 150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공격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9년 6월 21일 자 트위터 내용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이란에 대한 미측 보복 조치의 목표물이 세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 곳은 이란 미사일 기지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를 통해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조치 옵션 중 하나로 원점 타격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이란 공습을 중단했다고 분석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물리적(kinetic) 타격을 통해 이란 공습을 강행했다면, 그와 같은 무력 사용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도 국제법적 논의에 앞서 사실관계 확정의 측면에서 타격 지점이 영공인지 공역인지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증 없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미국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여지가 있다. 만약 미국의 무인기가 이란 영공을 침범한 상황을 가정한다면, 이란의 조치는 자위권의 행사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무력 행사가 명분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보복공격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법상 판단 기준으로 비례의 원칙(proportionality principle)과 필요의 원칙(necessity principle)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법상 무력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자위권에 기초한 무력 사용은 급박하고 현존하는 위법한 무력공격에 대응하는 조치로서 국가 또는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비례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여기서 ‘비례적으로’라고 함은 적의 공격에 의해 침해된 이익과 적에 대한 공격으로 침해될 이익을 비교 및 형량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란이 미국의 드론 격추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호르다드-3’.  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의 드론 격추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호르다드-3’.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확인되듯, 미국이 이란에 대해 보복 조치를 강행했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 및 필요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치로서 불필요한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낳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의 공습이 자위권에 기초했다는 설득력을 얻으려면, 미국의 무력 사용이 국제법상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격추된 무인기 1대가 이란인 150명의 희생과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고, 무인기 1대가 타격받아 격추된 상황이었음에 비춰 미국이 한때 고려했던 무력 사용이 급박하고 현존하는 무력공격에 대응해 국가 또는 국민을 보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기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은 2018년 발표된 이스라엘 안보전문가 코엔 아미차이 교수의 그레이 존(grey zone) 관련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저서에서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타격 시 피해 규모에 대한 예측이 더 정교해짐에 따라 무력 공격을 명령하는 지휘관들의 심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지휘관들에게 특정 공격이 국제법상 비례의 원칙 등에 부합하는지 고민할 시간이 많이 주어질수록 그들이 물리적 타격을 보복수단으로 활용할 확률은 줄어든다고 전망한 것이다.

한편 관점을 약간 달리해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물리적 공습을 중단시켰다고 해서, 국가 간 사이버 작전이 24시간 가능한 현 시대에 과연 미국이 이란에 대해 정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2015년 발표된 미 국방부의 전쟁법 매뉴얼(Law of War Manual)은 미래 미국이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사이버 작전을 수행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매뉴얼에 명시된 “폭격 혹은 미사일 공격 시 적용되는 전통 전쟁법의 규칙이 사이버 공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내용이 그것으로, 이 같은 매뉴얼의 존재는 미측이 이란의 무인기 타격 즉 물리적 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로 사이버 작전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존재함을 암시한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에 의해 침해받은 이익의 정도(무인기라는 물적 설비)에 비춰 적의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국제법상 비례의 원칙과 필요의 원칙을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 6월 22일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가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명령했고, 이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번 사건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증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권하에서 전 세계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는 미국의 현 상황에 비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동맹국의 원조를 통한 견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발생한 이란의 미 무인기 격추로 고조된 미·이란 갈등이 전장을 옮겨 지속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국제정치의 특성상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이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백민정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백민정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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