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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방북과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 분석 및 평가

입력 2019. 07. 15   13:57
업데이트 2019. 07. 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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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단 제1763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전재우 junjw@kida.re.kr
이영학 rongxue@kida.re.kr
이상국 korpia@kida.re.kr

(이상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심화하고 국정운영 경험 교류 및 고위급·실무급의 협력을 확대·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양국은 사회주의 이념적 유대와 전통적 우의 관계를 확인·강조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상호 긴밀한 공조를 표명했다. 북·중 양국 간의 이번 만남은 당분간 북한의 재 도발 가능성을 낮추고 하노이 회담 이후 소실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미·중 간 갈등과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견인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이 6월 20~21일 북한을 방문하여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5년 후진타오의 방북 이래 14년 만의 일이다. 중국의 외교 형식상 최상급에 해당하는 국사(國事) 방문이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미·중 간 첨예한 갈등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황 아래,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 정상회담 등 연쇄적인 정상회담을 앞둔 관건적 시기에 개최됐다.

시진핑 주석은 20일 금수산 영빈관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나는 중조 우의를 공고히 하고,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진전을 추동하기 위해 왔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이번 방문의 의제와 목적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본고는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과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을 크게 북·중 양자관계의 측면과 한반도 문제와의 관련성 측면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 5차 북.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분석-북·중 양자관계의 측면에서

이번 시 주석의 방북과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협의내용과 성격은 크게 다음 네 항목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이전 김정은 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에 대한 시 주석의 답방, 둘째,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 및 사회주의 이념적 유대 강조, 셋째, 북·중 상호의 노선지지 및 전략적 소통 강화, 넷째, 국정운영 경험 공유 및 전방위 교류·협력 확대가 그것이다.

먼저 6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루어진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래 처음 성사된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이었다. 이번 만남까지 포함하여 양국 지도자는 불과 15개월 동안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발전,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또 이번 방북은 작년 3, 5, 6월과 올해 1월에 걸쳐 김정은 위원장이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의 성격을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9절’에 시진핑 주석의 답방을 강력히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중 간 무역갈등 등의 여파로 성사되지 못했다. 올해 1월 제4차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의 답방을 요청한 바 있다. 중국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입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뒤 시 주석이 답방을 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미뤄두었던 숙제를 해결하게 됐다.

둘째, 올해는 양국관계의 계승 및 발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 북·중 수교 70주년이었다. 양국은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례적인 수준의 의전과 형식을 선보임으로써 사회주의 이념의 유대와 전통적 우의를 확인, 강조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선 시진핑 주석은 방북 직전 중국 국가주석의 명의로 북측 노동신문에 “중조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창을 아로새기자”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기고문을 통해 시진핑 주석은 중.조 친선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20일 금수산태양궁전 광장 환영 행사에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박광호, 김평해, 오수용 당 부위원장, 박태성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능호 평양시당 위원장 등이 ‘시진핑 주석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20일 저녁 북한은 5.1 경기장에서 열린 ‘불패의 사회주의’ 대규모 집단체조 및 공연을 위해 10만 명을 동원하고 카드섹션으로 시 주석 얼굴을 펼쳐보였다.

21일에는 양국 정상이 모란봉에 위치한 ‘북·중우의탑’을 참배함으로써 북·중 양국 간 전통적 우의를 부각시키고 우호협력관계를 확인했다. 일찍이 김정은 위원장이 2015년 북한의 평안남도 회창군에 위치한 ‘중국인민지원군열사묘’에 화환을 보냈고, 작년에는 이곳을 대대적으로 단장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북한은 이번 70주년 행사를 상당히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고 준비했을 개연성이 크다.

셋째, 이번 방문 중, 시진핑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지 무관하게 북한의 새로운 전략 노선을 확고하게 지지할 것을 표명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여 한반도에 ‘장기적인 안정(長治久安)’을 추구하는 북측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북측의 노선을 중국측이 지지하고, 나아가 귀중한 도움을 준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이는 제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세 가지 불변의 약속’과 제4차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네 개의 지지 표명’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노선의 지지 위에서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중시하면서 전방위적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시 주석은 “북·중관계가 이미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방침으로서 고위층 교류를 강화해 북·중관계 발전 방향을 인도하고, 전략적 소통 강화를 통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적시에 의견을 교환하는 등, 양국 발전을 위해 양호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밝히면서, 북·중이 전략적 소통을 한층 더 강화하고 각 영역의 우호적 교류를 심화하여 북·중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 노선에 대한 중국측의 지지는 북한의 대내적 총화와 대내외적 추진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으로서는 ‘중국책임론’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비핵화 협상의 전개가 북한이라는 ‘완충지역’의 상실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국가관리 경험을 교류하고 상호 학습을 심화하겠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측 방북 인사에 허리펑 국무원 국가발전(및)개혁위원회 주임과 중산 상무부장, 먀오화 당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가발전(및)개혁위원회는 국가 경제발전 계획 및 현안을 조정하는 기구인데, 허리펑 주임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북·중 간 중장기적 시각에서 일대일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먀오화 주임의 경우 군 내 당 조직 및 군 인력 자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군사교류 재개 관련 논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북·중간 군사적 결속이 당장 본격화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군사 관련 행사 참관 정도의 낮은 단계의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모색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있다.

상호 교류 심화 노력의 일환으로 북.중 양국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경제적 지원 확대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두었다. 중국인의 개별적 북한 관광과 관련된 관광여건 완화, 식량과 제약 분야 등 민생 영역의 지원 확대 및 교육, 위생, 체육, 문화·예술, 언론매체, 청년, 지방 등의 분야에서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양국 발전 사업을 실시하고 양국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간부 교육을 비롯한 다방면의 인적 교류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통상적으로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 시, 상당한 규모의 대북 경제 지원이 수반됐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시 주석의 방북에도 상당한 규모의 식량 및 비료 등의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 5차 북·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분석 - 한반도 문제의 측면에서

시진핑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5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비핵화 관련 발언들은 기존 4차 북·중 정상회담까지의 발언보다 크게 진일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비핵화 관련 발언들은 양국 정상 모두로부터 상당히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다루어졌다. 우선 북·중 양국 정상은 중·장기적 정세변화를 함께 고려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고도의 전략적 접근 및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 이와 더불어 ‘정치적 수단’을 통해 제반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통 인식과 “국제사회의 현재 정세 하에서 긴밀한 공조를 하자”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 인식과 유관국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발언들은 기존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미 누차 나온 내용을 재천명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 해결’이라는 표현도 그 내용이 대화를 통한 단계적 접근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하기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중국측의 발언은 이미 제4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북한의 비핵화 방향 견지, 남북관계 개선, 북미 정상회담 및 그 성과, 대화와 협상을 통한 유관국들의 관심사 해결이라는 ‘네 개의 (원칙에 대한) 지지’를 반복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북측도 중국측의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계속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 새로운 진전을 보일 수 있도록 함께 추동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중국의 능력이 닿는 만큼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전과 발전 관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지원을 제공할 것(提供力所能及的.助)”이라는 중국측의 적극적인 표현 정도가 추가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유관국(미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고, 중국측 역시 “유관국들의 협력 강화와 한반도 비핵화 및 장기적 안정 실현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유관국’이라는 간접적인 용어의 선택에서 알 수 있듯이 북·중 양국 모두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조심스럽게 촉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최소한 연말까지 재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즉, 기본적으로 양국 모두 현재 비핵화 협상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거나 미국을 명시적으로 비난하기보다 절제된 발언을 통해 대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 평가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제5차 북·중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양국이 수교 70주년을 함께 기념함으로써 양국의 전통적 우의를 확인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과 중장기적 전략 공조에 합의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대외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자신의 대북 레버리지를 과시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다. 북한은 자신의 새로운 전략 노선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재확인함으로써 최소한 대내적으로 하노이 미합의 이후 손상된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을 제고하고 전략적 노선을 견지하기 위한 동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북.중 간 만남은 비핵화 국면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가 북측의 대미협상 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주도하고 있는 대북제재 아래 중국의 대북지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양국 간의 비대칭적 성격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는 중국측 일방에 의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도 볼 수 없다.

이번 북·중 간 만남은 북한의 재도발 가능성을 낮추고 하노이 미합의 이후 북미 간 대화를 재개시키는 동력을 일정 부분 제공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듯이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과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평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무역 갈등을 포함하여 미·중 경쟁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하여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역할론’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이 미국에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 견인을 위한 입장 변화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대북 레버리지를 직접적으로 카드화하기보다는 김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하여 이번 북·중 만남에서의 양국 간 공조와 합의에도 불구하고 각각이 거둔 성과의 방점에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중국 관영 매체인 CCTV의 보도가 전반적으로 장기적인 안정에 관련된 중국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다룬 반면,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전반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전략 노선과 관련한 시진핑의 지지와 북·중 간 협력을 강조했다. 나아가 북측 해외 매체인 조선신보는 북·중 정상회담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외교적 공세라는 점을 명시하면서 “미·중정상회담에서 코리아반도 문제가 논의될 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이고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의 입장과, 대·내외 추동력을 중시하는 북측의 입장이 유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중국을 대내외 노선의 지지자로 활용하는 대가로 중국을 ‘합리적 관심사 해결을 돕는’ 존재로 인정했다. 중국은 미국식 ‘중국역할론’의 전략적 함의와 중국에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대북 영향력을 확인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화의 동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해 노력 중인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조성의 차원에서 중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파악하고 한·중 간 소통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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