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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 되어야 하리

이해인

입력 2019. 07. 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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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하나 되어야 하리 

                                       

                                    이 해 인


같은 하늘 아래서도 

수십 년을 헤어져 살던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남몰래 키워 온 눈물 꽃들을 

이제는 눈부신 태양 아래 

웃음꽃으로 피워내야 하리. 


분단의 현실을 비판하며 

슬픔과 원망 속에 허비했던 세월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고 불신했던 세월을 

뉘우치고 아파하며 

이제는 우리 하나가 되어야 하리

오직 희망과 믿음과 사랑 속에 

떳떳이 하나 되어야 하리 

마침내 하나되기 위한 

쓰디쓴 괴로움과 갈등 

새벽의 빛으로 가기 위한 

어둔 밤의 혼돈을 

우리는 끝까지 잘 견뎌내야 하리. 


깊이 가라앉은 그리움 

설악산 금강산의 단풍처럼 

붉게 타는 사랑을 한 겨레의 기도로 봉헌하며 

님을 찬미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 살아가는 한 민족이 되어야 하리. 


서로 먼저 용서하는 어진 마음과 

이기심을 버리는 겸허한 사랑만이 

우리를 한 데 묶어준다는 것을 

잠시도 잊지 말고 

우리는 모두 숨어서도 빛을 발하는 별이 되어야 하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큰 사랑으로 

상처받은 겨레를 끌어안으며 

온전히 타버리는 푸른 별이 되어야 하리



 『사계절의 기도』 중에서 (분도출판사)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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