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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6월에_홍윤숙

홍윤숙

입력 2019. 07. 15   10:19
업데이트 2022. 06. 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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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6월에

                               홍 윤 숙


보아라. 여기 한 조각 돌로

돌 밑에 하얀 백골로 누운 

한때는 질풍노도처럼 달리던 젊음 

젊음의 청동 가슴으로 막아내던 격전의 밤과 낮을 


그대들 왜 이 땅에 태어나 

한 핏줄 형제끼리 서로 가슴 겨누며 

목숨 바쳐 이 강토 지켜야 했는가 

그 길고 슬픈 이야기를 어찌 다 하랴 

청솔처럼 푸르디 푸른 꿈, 희망, 사랑이며 청춘을 

후회없이 포탄에 날려 버리며 

사라져간 한 시대 이 땅의 별들이여 

그대들 흘린 피값으로 살아남은 

숱한 홀어미와 슬픈 아들 딸이 

지난 세월 섬으로 쏟은 눈물, 가난, 외로움,뼈가 녹는 

그리움에 눈먼 날들을 

어찌 또 우리가 잊을 수 있으랴 


진실로 오늘 우리는 

그날 그대들이 흘린 피값으로 편히 잠들고 

그대들이 바친 목숨으로 자유로이 노래한다 

보이느니 강바닥 진흙구덩이 높은 산 낮은 골짜기 

지뢰 묻힌 휴전선 155마일 

조국의 소명으로 꽃잎처럼 산화해간 

가서 여기 한 조각 돌 

돌 밑에 하얀 백골로 누워 

저 강산 푸른 하늘 우러러 잠잠이 

지켜오신 영령들이여 

무슨 말 무슨 노래로 그대들 영혼 위로할까 


다시 그 무성한 녹음의 6월이 오고 

묵은 상처 신록처럼 도지는데 

이 땅의 희망은 갈수록 태산이고 

가신 이들 흘린 피 헛되이 

오늘 바람부는 벌판에 

이름없는 들풀로 돌아와 누워 

쓸쓸히 바람에 나부끼나니  


50년 쌓이고 쌓여온 불망의 이름 

통일의 길은 어디만큼 열렸을까. 

어느날 우리 꿈으로 수놓던 고향 가는 철길 다시 놓고  

경의선, 경원선 북으로 가는 길 달려가 볼까 

청천강, 대동강, 안주, 박천, 정주, 의주, 

달려가 그 고향 달래강 푸른 물에 

50년 흘린 눈물 씻어볼까 


아- 어디서 아득히 막힌 하늘 뚫어주는 

청청한 기적소리 울려 오려나 


그날이 오면 그대들 흘린 피값 

젊음, 희망, 한, 꿈, 비로소 탐스런 열매로 맺히나니 

6월의 짙푸른 녹음으로 다시 우거져 

그대들 비로소 영원한 안식 얻으리라 

비로소 영원한 안식 얻으리라 

형제들 팔다리 쓸어안고 우는구나.


** 

이 시는 1996년 강원도 화천 평화의댐(비목의 계곡)에서 열린 제1회 비목문화제에서 낭송된 시.


홍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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