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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천 종교와 삶] 비가 내립니다 마음이 자라납니다

기사입력 2019. 07. 09   16:03 최종수정 2019. 07. 09   16:11

    
정 효 천 
육군3사관학교 신앙선도장교·대위·교무

혹한 속에 날씨가 어서 풀리기를 기대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덧 덥다 못해 뜨거움을 느끼고 다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는 제 마음을 바라보면서 남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밖에는 올해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너무 가물어 교당(원불교 종교시설) 앞에 있는 잔디와 봄날 새로 심은 나무들이 말라 있는 걸 보고 비가 오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니 그 고마움은 어느덧 당연함이 됐고, 내 마음 한편에 ‘비가 저렇게 많이 내리면 또 풀이 엄청 자라나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제초 작업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남들이 내 마음을 영화나 만화의 자막처럼 볼 수 있다면 참으로 이기적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나만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누군가는 이 비에 원망을 느끼고, 누군가는 감사를 느낄 것입니다. 결국 자신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환경을 원망하기도 하고, 감사하게 여기기도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중심이 있습니다. 바로 하늘은 단지 자신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엄청난 비가 내려서 호우 피해를 걱정하고 예방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잠시 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날씨가 맑아지며 밝은 햇살을 내리 비치는 하늘을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런 당황스러움까지도 하늘은 개의치 않습니다. 그저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생각이 여전히 내 마음의 깊이와 크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겠죠. 이처럼 우리는 상대의 생각을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단정 지으며 아전인수(我田引水)격 기준으로 살아가는 나를 보게 됩니다. 그 일로 인해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고 불편함을 경험합니다.

어떤 책에서는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수많은 좋았던 기억보다 단 한 번의 서운함에 오해하고 실망하며 틀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서운함보다 함께한 좋은 기억을 먼저 떠올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우리는 더 나아가 상황에 따라 좋아지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환경에 기대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하늘처럼 옳음과 그름, 이익과 손해, 기쁨과 슬픔마저 초월한 진리를 깨닫는 지혜 있는 사람이 돼야 하겠습니다.

도움을 줬던 상대가 화내고 나를 억울하게 한다 해도 같이 감정을 부딪치지 마세요. 참으면 내가 진다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비가 온 뒤 하늘이 맑아지듯 결국 옳은 방향, 진실로 반드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진리가 우리를 일깨워주며, 그렇게 내 몸과 마음은 자라납니다. 지금의 시간을 통해 성장할 당신의 모습은 비 온 뒤 햇살보다 더욱 싱그럽고 빛나며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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