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국민에게 먼저 듣는다…미세먼지 新 만민공동회

입력 2019. 07. 08   16:07
업데이트 2019. 07. 08   16:14
0 댓글

<75> 미세먼지 국민정책참여단과 국민대토론회


지난 6월 1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을 열고 6월 9일 국민대토론회를 마련했다.  필자 제공
지난 6월 1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을 열고 6월 9일 국민대토론회를 마련했다. 필자 제공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게 될 수도 있고, 적지 않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수반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갈등이 이익집단 간의 비타협적 대결이나 정치권의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우리는 많이 대화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의 말이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해결정책은 정부의 일방적 주도였다. 정부와 소통이 없는 국민은 정부정책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신뢰하지 않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직접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논의하고 정부에 정책 의견을 제시할 국민정책참여단을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2019년 6월 1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을 열었다. 성, 연령, 지역의 인구 구성비 등을 고려해 희망자 중 500명을 국민참여단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날 반기문 위원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시고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주시면서 대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국민정책참여단에 당부했다.

그러면 국민정책참여단은 무엇을 하게 되는가? 국민정책참여단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정책 아이디어, 저감 실천방안 등을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참여단은 6월 9일 열린 제1차 국민대토론회에 참가했고, 9월 초 열리는 제2차 국민대토론회에 참여한다. 또 워크숍, 온·오프라인 학습, 권역별 공개토론회 등에도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책참여단 토론회 등에서 제시된 의견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심의를 거쳐 9월 중 정부에 제안될 예정이다.

6월 9일 국민대토론회가 KBS 공개홀에서 열렸다. 정책참여단·시민제안단 등 국민 약 300명과 전문가 패널 6명,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토론회였다. 이날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정책참여단이나 시민제안단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들으면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환기하고 싶어서 창문을 열면 1~2시간 만에 마룻바닥에 검은 먼지가 깔려요. 집값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명이 단축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천시 서구에 살며 택시기사로 일하는 김영환 씨의 말이다. 이분이 사는 곳은 인근에 쓰레기 매립지와 함께 화력발전소가 있어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한다. 중국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닌가? 고등학교 2학년생인 서수현 양은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면) 입안이 거칠고 눈이 따가운 느낌이 든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부모님이 (거리에서) 떡볶이도 못 먹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시인 박승연 씨는 “장독대 위에 뿌연 먼지가 쌓인다”며 “건강을 위해 채소를 키워서 먹는데, 중금속 먼지 때문에 몸에 오히려 해롭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유성원 씨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유동인구가 줄어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까지 줄어든다”며 “주변 노점 상인의 경우 심할 때는 매출의 50%까지 하락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민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도 제시했다. 주부 김연진 씨는 “경유차 생산을 최소화하고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고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대학생 장연준 씨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을 때 노후 경유차 운행이 금지되는 것과 관련해 “노후 경유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로, 운행을 금지하면 생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장기간 침체하고 경쟁국인 중국의 부상으로 시장에 어려움이 많은데, 국내 노동·환경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규제로 다가오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날 전문가 패널들은 국민 의견을 경청한 뒤 각자 조언을 보탰다. 직접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해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기문 위원장은 “국민들의 참여에 감사하면서 아주 담대하고 과감한 정책을 내놓겠다. 열심히 노력하면 미세먼지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러스트=반윤미
일러스트=반윤미

●TIPS
미세먼지 최고 대책은 중국과의 공조

국민대토론회에서는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국민 2602명을 대상으로 KBS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응답자의 87.1%는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하다고, 75.1%는 건강 피해를 본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 발생지와 관련해서는 80.3%가 ‘중국 등 국외’, 19.7%가 ‘국내’라고 응답했다.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는 ‘중국과의 외교적 공조를 통한 해결’이라는 답변이 54.4%로 가장 많았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률 조정’(19.2%), ‘인공강우 등 신기술을 통한 해결’(10.2%),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7.7%) 등이 뒤를 이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전기료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반대 의견이 약간 더 많았고, 차량 2부제는 찬성 의견이 약간 더 많았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