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23세 절친, 4개월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

입력 2019. 07. 03   16:27
업데이트 2019. 07. 03   16:39
0 댓글

<49> 스타트업 법인카드 ‘브렉스(BREX)’


개인카드로 경비 지불하는 창업자에 5분내 법인카드

브라질 출신 프란체스키·두부그라스
트위터서 토론하다 만나 의기투합
창업 과정 경험에 결제 시스템 결합
스탠퍼드대 중퇴하고 사업에 집중
2년 차에 기업가치 3조 원 ‘훌쩍’ 

 

브렉스의 공동 창업자인 페드로 프란체스키(왼쪽)와 헨리크 두부그라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사용에 재능을 보였고 중·고등학교 시절 두 차례 사업을 진행한 뒤 스탠퍼드 대학에 나란히 입학했다. 이후 브렉스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브렉스 제공
브렉스의 공동 창업자인 페드로 프란체스키(왼쪽)와 헨리크 두부그라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사용에 재능을 보였고 중·고등학교 시절 두 차례 사업을 진행한 뒤 스탠퍼드 대학에 나란히 입학했다. 이후 브렉스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브렉스 제공
하버드대학교에서 주최한 지급혁신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헨리크 두부그라스(왼쪽 둘째)와 페드로 프란체스키. 이들은 ‘Pagar.me’의 성공을 뒤로하고 과감히 실리콘밸리에 와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브렉스(BREX)를 탄생시켰다. Pagar.me 제공
하버드대학교에서 주최한 지급혁신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헨리크 두부그라스(왼쪽 둘째)와 페드로 프란체스키. 이들은 ‘Pagar.me’의 성공을 뒤로하고 과감히 실리콘밸리에 와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브렉스(BREX)를 탄생시켰다. Pagar.me 제공

회사에 법인카드는 필수품이지만, 창업 초창기 회사에는 발급이 쉽지 않다. 창업자들은 신용등급 강등을 각오하고 개인카드를 사용해 회사의 경비를 충당해야만 했다. 브렉스는 이 점을 노려 탄생했다. 세상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회사는 사업 시작 4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이 된 뒤 현재 기업가치 3조 원을 넘겼다. 이 서비스를 생각한 청년들은 이제 겨우 스물셋이다.

브렉스의 탄생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사업 감각과 재능을 가진 두 사람의 결과물이었다. 창업자 중 한 명인 페드로 프란체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페이스북의 성공을 동경해 왔다. 자신 역시 컴퓨터 재능이 출중해 이미 13세에 애플 운영체제의 보안을 피해 온라인 게임을 등록한 뒤 돈을 벌었고, 애플의 음성명령어인 ‘시리’를 포르투갈어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곧바로 애플의 특허권 침해 경고를 받고 그만둔 그는 트위터에서 토론하다 만난 동갑내기 친구 헨리크 두부그라스를 만나며 다시 사업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브라질 출신인 이들은 실리콘밸리에 가기로 마음먹고 가장 빠른 방법으로 스탠퍼드대학교 입학을 꿈꾼다. 하지만 당장 원서 제출과 비자 등 미국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알아야 할 필수 정보들이 브라질에는 전무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를 무기로 그들은 곧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 사이트인 ‘Study in USA’를 개설한 것. 순식간에 8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멈춰야만 했다. 15세짜리 중학생들이 하는 회사에 아무도 투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사업’을 다시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마침 프란체스키는 결제 서비스에 관심이 높았다. 미국에서 이미 유명한 ‘스트라이프(Stripe)’라는 결제 서비스를 그대로 본떠 브라질에 만들기로 두부그라스와 의기투합한다. 그렇게 탄생한 브라질의 결제 서비스 스타트업 ‘Pagar.me’는 무려 3000만 달러(약 349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대성공을 거둔다. 100여 명의 직원까지 거느리게 된 이들은 본격적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탠퍼드대학교 합격증을 받아 들고 캘리포니아로 건너간다. 2016년이었다.

이후 곧바로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창업 교육코스인 ‘Y콤비네이터’에 입학한다. 가상현실(VR) 스타트업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지만 투자금은 모이지 않았고, 본인들도 얼마 뒤 ‘원치 않는 일’이란 걸 깨닫는다. 다시 브라질에서 자신들에게 첫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핀테크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브렉스를 완성했다. 자신들이 겪었던 모든 어려움과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결합하니 저절로 사업 아이템이 탄생했다.

브렉스는 말 그대로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카드 스타트업’이다. 이익을 못 내고 아직 검증이 안 된, 그런 회사들을 위해 법인카드를 발급해주는 서비스다. 투자유치 상황과 현금흐름 등을 고려해 카드를 발급해준다. 나이가 어려서, 외국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수많은 벽에 부딪혔던 창업자들의 경험을 녹였다. 그래서 이들은 10만 달러의 잔액이 확인되면 법인카드를 발급해줬고, 회사의 사업 성격에 맞춰 세 가지 버전으로 카드를 나눠 출시했다. 카드 발급은 불과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체 회계 서비스도 오픈했다. 이미 있던 서비스였지만, 목표를 달리한 덕에 실리콘밸리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18년 6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이들은 2년 차인 지금 기업가치 26억 달러(약 3조238억 원)를 넘겼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전설의 스타트업이 돼 세계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의 어린 시절 우상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마크 저커버그였다. 이들 역시 현재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타고난 사업적 감각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겪은 실패와 성공이 세상의 필요를 더욱 빨리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인 듯하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