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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프로세스 급물살… 韓, 비핵화 촉진자 돼야

입력 2019. 07. 02   15:50
업데이트 2019. 07. 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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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과 南·北·美 판문점 회동 성과와 과제





북·미 협상 ‘불씨’ 살리고 한미동맹 재확인 계기도
실질적인 성과 도출 위해 우리 정부 역할 고민해야

 

지난달 30일 이뤄진 한미 정상의 역사상 최초 비무장지대(DMZ) 및 공동경비구역(JSA) 공동 방문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JSA 오울렛 초소에서 북쪽을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이뤄진 한미 정상의 역사상 최초 비무장지대(DMZ) 및 공동경비구역(JSA) 공동 방문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JSA 오울렛 초소에서 북쪽을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방한이자 한미 정부 출범 이후 여덟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안보 정세와 동맹의 주요 현안에 대한 협력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무엇보다도 한미 정상회담을 매개로 성사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과 남·북·미 정상의 만남으로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과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 이뤄진 것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무장지대는 평화의 상징’ 메시지

역사상 최초로 이뤄진 한미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및 공동경비구역(JSA) 공동 방문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비무장지대 방문은 강력한 대북 군사적 억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가 대결과 분단, 적대적 관계의 상징이 아닌 화해와 통합,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비무장지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잔존하고 있는 한반도의 냉전 체제를 해체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미 간 대화 동력 유지 기대


정전 이후 66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그 상징적 중요성과 더불어 하노이 회담 이후 꺼져가던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한 깜짝 제안으로 시작해 김 위원장의 수용으로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사실상의 정상회담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신뢰관계가 최소한 작동하고 있고 양국 정상이 대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따라서 향후에도 북·미 정상 간 개인적 유대관계를 토대로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주 내 실무협상 재개’ 합의 도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3주 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한다는 실질적인 합의도 도출해 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동시 병행적 접근을 언급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협상 재개에 다소 소극적이고 비판적이었던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켜 실무협상 재개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북·미 정상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도 마련됐다. 판문점에서의 북·미 간 단독 정상 회동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하노이 회담의 결렬에 대한 서로의 인식과 의견을 주고받고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목표와 접근방법 등 이견을 확인했을 것이다. 이는 북·미 간 상호 오해와 불신의 폭을 줄임으로써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 토대 마련

한편 한미 양국은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이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또 한미 교역 투자 확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 추진, 그리고 중동 정세의 안정을 위한 협조 등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동맹국으로서 적극 협력해 나갈 것에 합의했다. 당초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방위비분담금 증대 요구나 반(反)화웨이 정책 동참 압박 등이 제기되지 않음으로써 한미동맹이 약화하고 있다는 국내외 일부 의견을 불식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북·미 협상 재개·한미동맹 발전 위한 과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와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 실패 교훈 삼아 내실 있는 방안 마련

먼저, 북·미는 향후 진행될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이전 협상의 실패를 교훈 삼아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 실무 협상의 성과를 토대로 공식적인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북·미는 여전히 비핵화 개념,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의 등가성, 영변 핵 폐기의 가치와 범위, 비핵화 로드맵 등에 대해 상이한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는 이러한 이견을 좁힘으로써 실질적인 비핵화 실행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한다.

2. 비핵화 협상에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고민하고 우리의 국가이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향후 재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은 경제제재 완화와 더불어 체제안전보장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은 정치·외교·경제·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한미동맹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촉진자 역할을 찾아 수행해야 한다.

3. 아세안 국가 해양안보 역량 증대 협력

또한 우리는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접점을 모색하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분야도 식별해 추진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한 분야는 역내 국가들의 해양안보역량 증대를 위한 협력 강화다. 따라서 한국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대상국인 아세안 국가들의 해양안보 역량을 증대시키는 데 협력함으로써 안정적인 해양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비핵화 진전의 역사적 이정표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진전시키는 역사적 이정표다.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적 전환을 위한 세기사적 이벤트는 이제 종료됐다. 이제 차분히 포스트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준비하되 ‘역사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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