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속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각 군, 효율적 통합 효과보다 각자 능력 최대화에 집중

입력 2019. 06. 28   16:43
업데이트 2019. 06. 3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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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데이비드 존슨의 『Learning Large Lessons』(David E. Johnson. 2007. Learning Large Lessons: The Evolving Roles of Ground Power and Air Power in the Post-Cold War Era. Rand Publishing.)


걸프·보스니아·이라크 등 전쟁 지상전력·항공력 역할수행 분석
육군, 항공력을 근접항공지원작전 등 지상전 지원화력으로 인식
공군, 선별적 표적 공격으로 효과중심작전 수행한 것으로 평가
군사적 승리 정치적 목표로 연결할 수 있는 국가전략 필요성 강조   
 

 

  
탈냉전 이후 전쟁 수행 시 지상전력과 항공력 간의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Learning Large Lessons』는 1990년대 이후 벌어졌던 5개의 전쟁, 걸프·보스니아·코소보·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중심으로 지상전력과 항공력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지상전력과 항공력의 합동전투력이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육군과 공군 모두 탈냉전 이후의 전쟁에 대해 자군의 시각 중심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지상전력과 항공력 평가, 시각에 따라 달라

최근 전쟁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상전력과 항공력의 상대적인 전투 수행 역할에서 큰 변화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걸프전쟁(1991)과 이라크전쟁(2003)이다. 그러나 지상전력과 항공력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걸프전쟁에 대한 지상군 중심의 입장은 항공력이 이라크군을 약화시킨 이후 지상군이 결정적 작전을 통해 전쟁을 종료했다는 것이다. 항공력은 정권 전복 등의 결정적 작전을 수행할 수 없으며, 지상군이 지상작전을 통해 전쟁을 종결시켰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항공력 중심 입장은 항공력이 압도적인 성공조건을 제공했고, 전쟁의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 지상군의 입장은 신속한 지상기동을 위해 충분한 근접항공지원작전과 화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항공력을 이해했다. 이라크 자유작전 동안 수행된 약 2만 번의 소티 가운데 79%가 이라크지상군 공격에 할당됐기에 항공력을 지상전의 지원화력으로 인식했다. 이에 대해 항공력 중심의 입장은 이라크 공군의 지휘·통제체계와 항공력을 완전하게 무력화한 가운데 공중우세를 달성했기 때문에 지상군이 행동의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전역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또한, 항공력을 통해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대량의 물리적 파괴가 아닌, 정권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한 선별적 표적 공격으로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중심작전을 수행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미 육군과 미 공군은 전쟁에서 지상전력과 항공력의 상대적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합동 상호의존성(Joint Interdependence)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작전이 각 구성군 작전의 단순조합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는 각 군이 자신들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기보다는 각 군의 능력을 최대화(Optimal Employment)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육군, 종심작전 주도 위해 노력 지속

미 육군은 종심작전을 주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AH-64 공격용 헬기,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 등은 미 육군이 보유한 전력 가운데 종심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육군전술미사일체계의 가장 큰 약점은 비행하면서 표적을 재설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AH-64의 탑재체계, 속도, 생존성 등을 고려하면 종심지역작전에서 충분한 능력을 갖췄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 육군은 전방 너머 광범위한 작전지역에 상기의 전력들을 활용했으나, 종심작전에 투입되는 고정익 항공기 수준의 효과를 창출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합동전역에서 사용되는 항공력의 효율성과 대응능력(res ponsiveness)을 제한시켰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데이비드 존슨은 저서 『Learning Large Lessons』를 통해 미 육·공군이 탈냉전 이후의 전쟁을 자군 시각 중심으로 인식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기보다는 각 군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이라크 반군 공습을 위해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미 공군 FA-18 호닛 전투기의 모습.  연합뉴스
데이비드 존슨은 저서 『Learning Large Lessons』를 통해 미 육·공군이 탈냉전 이후의 전쟁을 자군 시각 중심으로 인식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기보다는 각 군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이라크 반군 공습을 위해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미 공군 FA-18 호닛 전투기의 모습. 연합뉴스


美 육군·공군의 발전 방향 제시

저자는 『The Army’s Dilemma』(John Gordon, Jerry M. Sollinger, 2004)를 인용해 미 육군이 자군을 전쟁 승리의 근본적 책임을 지닌 주도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했다. 육군이 합동작전을 중요시하지만 다른 군의 역할은 육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격하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 또한 미 육군이 스스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바꾸고 자신들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평가하고, 전술적 수준의 전쟁 수행을 조직의 유일한 존재 이유로 인식하고 군사작전을 시행한다면 육군의 효율성을 제한할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미 육군은 항공력의 전략적 효과를 잘 활용해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안정화, 보안, 전환 및 재건작전(SSTRO: Stability, Security, Transition & Reconstruction Operations) 등의 작전개념을 발전시키고 여기에 적합한 조직을 재편성하고 관련 합동전투발전요소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미 공군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저자는 항공력의 전략적·작전적 역할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적의 전략적 중심을 공격하고 적의 전쟁수행능력과 의지를 제압함으로써 전쟁 승리의 기반과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상작전 지원을 위한 CAS, ISR, 공수 등 효율적인 지원개념 발전도 필요하다.



전쟁 이외 군사작전의 중요성 고려해야

저자는 미국의 모든 군이 전투작전에 집중하며, 국가안보목표 달성에 중요한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을 경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육군과 공군 모두 군사작전의 범주를 주로 전쟁으로 한정해 관심을 기울였는데,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걸프전쟁을 제외한 4개 전쟁에서 안정된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된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전쟁이 종결(End State)됐다고 평가했다. 2005년 11월 미 국방부는 안정화 작전을 전쟁 수행과 동등한 수준의 핵심 군사임무로 격상시키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저자는 군사적인 승리를 정치적 목표로 연결할 수 있도록 군사작전을 아우르는 일관적이고 포괄적인 국가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 방안’ 합동성 증진에 필요

5개 전쟁을 분석하면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육군은 전술적 임무와 안정화 작전 등에 효과적이며, 공군은 전략·작전적 임무에 적합한 전력이라는 것이다. 남은 것은 각 군이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각 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합동성을 고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즉, 교리 개발과 전력발전 등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현재 우리 군도 국방개혁을 통해 합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래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군의 독자적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합동성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각 군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떻게 역할을 배분하고 협력해야 해야 할지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조 관 행 
공군사관학교 조교수
조 관 행 공군사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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