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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철중 독자마당] 긴 휴가를 떠나며 마지막 동원훈련을 마치고

입력 2019. 06. 28   16:02
업데이트 2019. 06.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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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철 중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감사실 계장·(예)육군중위
용 철 중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감사실 계장·(예)육군중위


2013년 6월 전역 이후, 지난 6년 동안 예비역으로서의 훈련을 여느 예비군들과 같이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해 왔다. 그중에 3년은 비상근예비역으로 근무하며 현역 시절의 추억을 되새겼다. 시간이 흘러 최근 나는 전역한 부대로 마지막 동원훈련을 다녀왔다.

전역한 부대에서 마지막 동원훈련을 하고 싶어 병무청에 전역부대로 동원훈련을 갈 수 있는 ‘현역복무부대 희망 동원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그 간절한(?) 바람을 알고 병무청에서 노력해주신 덕분에 전역한 12사단의 모 부대로 동원지정을 받을 수 있었다.

병역을 마친 사람이라면 현역으로 복무했던 부대가 여러 의미로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때론 그리운 곳, 각박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함께했던 전우들이 생각나는 멀고도 가까운 곳이라고 할까? 나에게도 역시 내가 근무했던 부대는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애정이 있었고 24시간을 함께했던 전우들이 그리운 소중한 곳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내가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값진 추억이 가득한 따스한 곳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복무했을 당시의 편제들이 바뀌고 또 그에 발맞춰 부대도 새로운 단장을 앞두고 있었다.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그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현역 장병들이 고맙고 또 대견했다. 함께 근무했던 간부들 중 일부는 아직 부대에 남아 있었다. 그때보다 한 계급씩 진급해 더욱 멋진 모습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시간이 그만큼 흘렀음을 새삼 체감하기도 했다.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동기생활관, 주중 평일 외출 및 주말 외박 제도 변화 등등 내가 복무하던 시대에는 생각으로만 가능했던 것들이 지금은 군의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었다. 사실, 예비역들이라면 누구나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 역시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동원훈련을 통해 잠시나마 그 문화 속에서 생활해 보니 장점도 많고 생각했던 우려들도 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때의 문화는 그때의 추억으로 남기고 지금 변화를 겪는 군을 묵묵히 응원하는 것이 예비역 선배인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군의 존재 이유는 ‘국방’에 있다.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숭고한 사명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퇴역 신분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긴 휴가를 떠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동원훈련의 소회를 마치고자 한다. 긴 휴가를 떠났지만, 언제든 부름이 있으면 다시 돌아와 내 소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우리 예비군이 선배로서 지켜야 할 사명이지 않을까?

끝으로 불철주야 험한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긴 휴가를 떠난’ 이들이 언제나 당신들을 응원하고 있음을 잊지 말고 건강히 또 성실히 복무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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