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어려운 포토샵 없이도 누구나 온라인 ‘금손’ 되게…

입력 2019. 06. 26   16:06
업데이트 2019. 06. 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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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그래픽 이미지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


22세 여대생, 꿈을 현실로 ‘디자인’
호주 출신 창업자 멜라니 퍼킨스
친구와 온라인 디자인회사 성공에도
더 큰 꿈 위해 대학 중퇴 실리콘밸리로
수백 번 거절 끝 투자 유치로 플랫폼 선봬
190개국서 47개 언어로 1500만 명 이용
기업가치 2조9000억 원 ‘훌쩍’

 

창업자 멜라니 퍼킨스. 그녀는 수백 번이 넘는 거절을 딛고 투자금을 유치해 누구나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캔바’ 플랫폼을 완성해냈다.   캔바 제공
창업자 멜라니 퍼킨스. 그녀는 수백 번이 넘는 거절을 딛고 투자금을 유치해 누구나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캔바’ 플랫폼을 완성해냈다. 캔바 제공


  

캔바 로고
캔바 로고


‘모두가 쉽게 디자인할 수 있는 사이트’. 번뜩이는 아이디어라 여기고 실리콘밸리의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다. 호주에서 날아온 22세 어린 학생의 사업제안서는 계속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사업제안서를 고치고 또 가다듬었다. 그렇게 3년을 버틴 끝에 투자자금을 손에 쥔다. 그렇게 탄생한 기업은 2013년 창업해 기업가치 2조 원을 넘긴, 전 세계를 사로잡은 그래픽 이미지 디자인 스타트업인 ‘캔바’다. 수백 번이 넘는 거절 속에서 꽃핀 결실이었다.


대학생이던 멜라니 퍼킨스는 용돈벌이로 디자인 프로그램 사용법을 다른 대학생들에게 가르쳤다. 포토샵을 비롯한 유명 디자인 프로그램은 그 기능과 사용법이 너무 복잡해 사람들이 반년을 배워도 따라오지 못했다.

옆에서 하나하나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퍼킨스는 그들을 상대로 과외를 해가며 생활비를 조금씩 벌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대학 바깥에 더 큰 수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대학 친구와 함께 우선 ‘퓨전 북스(Fusion Books)’라는 온라인 디자인회사를 차렸다. 고등학교들이 온라인을 통해 앨범을 디자인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였다. 집 다락방에 사무실을 차리고 친척들에게서 돈을 빌려 개발자들을 채용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신들이 상상하던 사이트를 의뢰했다. 불과 3년 만에 퓨전 북스는 호주 최대의 졸업앨범 디자인 회사로 성장해 이후 프랑스와 뉴질랜드에 진출하게 된다. 퍼킨스는 그 순간 더 큰 꿈을 위해 대학까지 그만두고 미국 실리콘밸리행 비행기를 탄다.


캔바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 디자인 초보자는 처음부터 작업할 필요 없이, 이미 올라와 있는 예쁜 디자인 파일들을 불러와 손쉽게 수정해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력서, 포스터, 페이스북 이미지 등 다양한 규격의 이미지가 구비돼 있다.  캔바 홈페이지 캡처
캔바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 디자인 초보자는 처음부터 작업할 필요 없이, 이미 올라와 있는 예쁜 디자인 파일들을 불러와 손쉽게 수정해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력서, 포스터, 페이스북 이미지 등 다양한 규격의 이미지가 구비돼 있다. 캔바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미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라고 여겼던 그녀에게 실리콘밸리는 좌절만 가져다줬다. 그런데도 그녀는 실리콘밸리에 온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전 세계 누구나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그 취지에 공감해줄 사람이 반드시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었다. 투자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가슴에 꽂혔지만, 사업 방향을 조금씩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 그렇게 3년을 버틴 끝에 2013년 첫 투자를 유치해냈다. 구글 맵의 공동개발자인 라스 라스무센이 첫 투자자로 나섰고, 구글에 있던 선임 디자이너를 회사에 추천해 주기도 했다. 퍼킨스는 300만 달러(약 32억 원)를 종잣돈 삼아 ‘캔바(Canva)’라는 다운로드가 필요 없는 온라인 기반 디자인 플랫폼을 세상에 내놨다. 2013년 8월이었다.


캔바의 다양한 이미지 작업 화면.  캔바 홈페이지 캡처
캔바의 다양한 이미지 작업 화면. 캔바 홈페이지 캡처


캔바는 대중과 디자이너 모두가 수익자이자 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결혼식과 행사, 회사 업무 등 생각보다 많은 순간에 디자인이 필요하다. 캔바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많은 이들을 디자인 세상으로 안내한다. 포스터와 SNS용 이미지 등을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이고 심화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결제를 해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저작물을 올리고 저작권료를 받고, 일반인들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이용해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해나간다. 가입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간단히 하면 되고 따로 가입할 필요도 없다. 디자인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많은 일반인을 온라인 ‘금손(손재주꾼)’으로 변신시켜주자 창업 1년 만에 8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몰려들었다. 현재는 190개국에서 47개 언어로 서비스 중인 캔바는 기업가치 또한 25억 달러(약 2조9000억 원)를 넘어섰다. 전 세계에서 15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매월 캔바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 감각을 뽐내고 있다. 캔바에 따르면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80% 이상이 캔바를 이용해 디자인 작업을 한다고 한다.

사실 지금껏 모두 기존의 복잡한 디자인 프로그램에 지쳐 있었지만, 그 불편함에 멈춰 서기만 했다. 하지만 퍼킨스는 이를 모두의 불편함으로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녀는 2018년 2월 CNN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상상하는 것들을 디자인으로 쉽게 풀어낼 수 있게, 이를 위한 ‘능력’을 꼭 선물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캔바를 설립한 목적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모든 이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디자인이란 초능력을 선물해준 캔바는 오늘도 지금보다 더 쉬운 디자인 플랫폼을 위해 정진 중이다.

<송지영 IT.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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