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시즌2

20년 전 게임 폐인 양산한 ‘디아블로2’...스타일은 달라도 그 느낌 아니까

입력 2019. 06. 20   15:38
업데이트 2019. 06. 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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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패스 오브 엑자일


판타지 기반 액션 롤프레잉 게임
성장·전투 두 축으로 몰입감 선사
레벨 올리며 다양한 성장방식 선택
아이템도 방대한 경우의 수 제공
제작진 ‘디아블로2 모티브’ 천명
전설의 게임 계보 잇는 후속작 평가  

 2000년대 초반을 뒤흔든 ‘디아블로 2’의 명성은 후속작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지만, ‘디아블로 3’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주며 실망감을 낳았다.  필자 제공
2000년대 초반을 뒤흔든 ‘디아블로 2’의 명성은 후속작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지만, ‘디아블로 3’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주며 실망감을 낳았다. 필자 제공

 

대략 20여 년 전께 ‘디아블로2’라는 게임이 한반도를 휩쓴 적이 있었다.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다채로운 스킬과 아이템이 만들어낸 조화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기준을 제시하며 ‘스타크래프트’가 지배하던 PC방 게임의 아성에 도전했다. 


단판 승부가 존재하는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기나긴 레벨업과 아이템 파밍이 중심이 되는 ‘디아블로2’는 수많은 ‘디아 폐인’을 양산하며 전설의 게임이 됐다. 오죽하면 친구한테 ‘디아블로2’ CD를 선물받아 PC에 넣고 정신을 차려보니 군대에 와 있었다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로 이 게임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2019년에 20대 병사들과 ‘디아블로2’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일이다. ‘디아블로2’는 2000년에 출시됐고 그 전성기를 대략 2000년대 중반까지로 보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병사라면 ‘디아블로2’의 전성기 때 대개는 어린이집 해님반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그릴 나이지 무기를 들고 악마를 처단하러 떠날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2’의 명성은 워낙 쟁쟁해서 모를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하다. 2019년 6월에는 마침 그 ‘디아블로2’의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를 꽤나 그럴듯하게 다시 가져온 게임이 공식 한글화를 거쳐 한국에 출시됐다. ‘패스 오브 엑자일’이다.

   


액션 롤플레잉의 정석에 충실한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은 판타지 기반의 세계 속에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겪는 모험을 다루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꽤나 두터운 세계관과 이야기 설정이 있고 이를 따라가는 흐름도 결코 빠지지 않는 요소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임의 덕목은 성장과 전투라는 두 축을 통해 만들어내는 몰입감이다.

일곱 명의 캐릭터는 각각 전사, 마법사, 궁수 등 여러 판타지에서 익숙한 직업 배경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레벨을 올리면서 선택해 나가는 성장 방식은 기존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방대하다. 스킬트리는 마치 불교의 만다라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채롭고 다양하며, 전사로 시작해도 지능을 올려 마법 테크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제약 없는 형식을 제공한다.

액션 롤플레잉에서 성장을 담당하는 또 하나의 축인 아이템 또한 방대한 경우의 수를 제공한다. 모든 아이템은 각각의 스탯에 따라 고급과 저급의 개념이 크게 달라지며, 랜덤하게 옵션이 달라붙지만 동시에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 고정된 형식의 최단 루트 플레이가 다른 액션 롤플레잉 게임에 비해 더 많은 방식들로 나타난다.

물론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초반 시기가 지나고 본격적인 파밍의 단계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어느 정도 효율이 입증되는 몇 개의 루트로 성장의 방향이 모이게 되지만, 그 안에서도 100% 똑같은 루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패스 오브 엑자일’의 장점이다. 『수학의 정석』을 푸는 것마냥 준비된 공략을 따라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패스 오브 엑자일’은 액션 롤플레잉이 본래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 알 수 없는 적들을 향한 전투와 모험이라는 가치에 좀 더 충실하게 다가간다. 액션 롤플레잉이라는 게임 장르가 무엇을 해야 재미를 만들어내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 지점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패스 오브 엑자일’의 스킬 트리. 방대하면서도 각각의 흐름이 서로 이어지도록 구성돼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한다.
‘패스 오브 엑자일’의 스킬 트리. 방대하면서도 각각의 흐름이 서로 이어지도록 구성돼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흐름

그렇기에 ‘패스 오브 엑자일’에 따라붙는 ‘디아블로2 같다’는 수식어는 일종의 찬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디아블로2’가 만들어낸 게임 공간이 20년 전 그토록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액션 롤플레잉의 재미를 만들어낸 게임 규칙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2’에서 가장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요소는 아이템이었다. 같은 이름의 아이템일지라도 처음 몹을 잡고 떨어질 때 어떤 스탯을 얼마나 받고 떨어지느냐에 따라 그 성능이 천차만별이 되곤 했다. 사람들은 한 발이라도 더 좋은 스탯을 얻기 위해 끝없이 아이템 사냥에 나섰고, 훌륭하게 만들어진 던전 구조와 전투 액션은 그 과정을 지루한 ‘노가다’가 아닌 모험의 과정으로 연출해낼 수 있었다.

‘디아블로2’의 후속작인 3편이 전작의 흥행 요소를 잘못 판단해 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한 것과 대비한다면 ‘패스 오브 엑자일’이 오히려 ‘디아블로2’의 계보를 잇는 후속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작진이 아예 ‘디아블로2’를 주요 모티프로 삼아 만들었다고 천명할 정도로 이 게임은 ‘디아블로2’의 핵심 가치가 그대로 살아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적어도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범주 안에서라면, 아직까지 ‘디아블로2’가 만들어낸 세계 이상의 것이 없다는 가정 아래 ‘패스 오브 엑자일’에 내려지는 ‘디아블로2’ 이야기는 헌사이며 칭찬일 것이다.  


‘디아블로’를 연상케 하지만 그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패스 오브 엑자일’은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다른 게임이 나올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디아블로’를 연상케 하지만 그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패스 오브 엑자일’은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다른 게임이 나올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고 한국 PC방의 또 다른 맹주로 자리했던 20여 년 전의 ‘디아블로2’ 이야기는 그대로 역사 속 추억담으로 남지 않고 새로운 게임에 새로운 스타일로, 그러나 과거의 그 느낌을 제대로 담아내면서 다시 일어났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한때 ‘디아블로2’에 열광하며 인생 일부를 그 추억으로 회고할 중장년층들은 이제 20대와도 자신의 추억담을 나눌 수 있게 됐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그런 의미에서 ‘디아블로2’와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될 만한 게임이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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