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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훈 종교와삶] 세모와 동그라미

기사입력 2019. 06. 18   15:48 최종수정 2019. 06. 18   15:57

박기훈 공군5공중기동비행단 군종신부·대위

한 신부님께서 새로운 부임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곳에는 먼저 일을 하고 있던 다른 신부님이 계셨다. 처음에는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사제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어 기쁘고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성격이 다르고, 업무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계속해서 부딪치게 됐다. 동료 사제와 자꾸 부딪치게 되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신부님은 고민을 털어놓을 선배 신부님을 만나 이야기했다. 그러자 선배 신부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신부님은 함께 일하고 있는 신부님과 서로 협력하며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신부님이 생각하는 공동체는 동그라미예요. 그리고 신부님과 함께 일하는 분은 세모이고요. 동그라미 안에 있는 세모가 동그라미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모이기 때문에 동그라미가 될 수 없는 부분들을 채워야겠죠? 신부님이 원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세모인 신부님의 부족한 부분을 우리 신부님이 동그라미가 될 수 있도록 채워주면 되는 거예요.”

이후 신부님은 함께 일하는 신부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신부님과 잘 지낼 수 있었음은 물론 이해와 배려가 넘치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군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일하고 곳의 부서원들이 모두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누군가는 밉상일 것이며, 누군가는 내 마음에 쏙 들 것이다. 누군가는 일을 잘할 것이며, 누군가는 몇 번을 말해도 계속 까먹을 것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실수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번 누군가의 실수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어떠한 공동체도 완벽할 수는 없다.

커다란 동그라미 안에 세모·네모·별 등 그 어떠한 모양도 다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 각자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것은 서로 돕고 참고 견디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서로 이해하면서 살면 될 것 같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좋은 성품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 만나도 그 관계 안에서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구성원들끼리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곳의 목표를 바라보며 일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 자신의 존재만을 부각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 아니라 세모, 네모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큰 동그라미 안에서 사랑의 공동체로 변화해 갈 것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폭언과 욕설, 시기와 질투가 없는, 웃음과 사랑이 끊이지 않는 공동체. 바로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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