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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진단] 反화웨이 대응 '원칙 지키고 이익 구하는 묘수 찾아라'

기사입력 2019. 06. 14   14:59 최종수정 2019. 06. 16   10:44

[국제 이슈 전문가 진단] 미국의 반화웨이 캠페인과 한국 안보

안보 우려에 제기되고 경제적 동기에 힘 받아 

외교문제 파생결과 낳은…기술패권 경쟁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에 있는 애플 스토어 앞에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 P30 시리즈 광고물이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2018년 하반기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에 대한 수출 통제조치를 발동시켜왔다. 미국은 국방수권법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정부 및 기업과 화웨이 간 거래 금지, 화웨이로의 핵심부품 및 기술 이전 금지를 법제화한 데 이어 동맹국 및 우방국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및 5G 통신망 구축 시 화웨이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자국 기업의 권리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화웨이 사태는 미·중 무역분쟁 중에 불거진 까닭에 미국의 협상전술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기술패권 경쟁’이며, 화웨이 사태는 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 관세부과 품목, 통상협상 사안의 성격,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5G 분야에서 화웨이의 세계시장 점유율(31%·세계 1위) 등이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화웨이 사태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면, 미국의 의도와 의사결정과정, 의사결정의 시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중의 선택과 상호작용의 향방을 예측하고, 한국의 대응방향을 정립하는 데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웨이 사태의 전개는 안보, 경제, 외교라는 세 축으로 설명된다. 안보 우려에 의해 제기되고 경제적 동기에 의해 추동됐으며, 외교 문제라는 파생 결과를 낳았다. 2012년 미국 하원정보위원회는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회사와 중국공산당 간 밀접한 관계를 지적하며,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창립자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중국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다.


워싱턴의 대중 경계심을 자극한 계기는 2017년 6월 중국이 국가안보와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국가정보법’을 시행하면서부터이다. 이 법은 중국 정보기관들의 국내외 정보수집활동 권한을 명문화하고, 모든 조직과 시민에 국가의 정보활동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논의과정에서 특별히 적성국의 통신기술·장비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미국 정부 및 기업과 중국 통신업체 간 거래 금지, 상무부 소관 수출통제대상 확대, 외국자본기업의 중대 기술 산업 투자 시 재무부에 의무 보고 등의 신규조항은 사실상 중국(‘peer adversary’)을 겨냥한 조치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2019 미 국방수권법은 2018년 8월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가결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가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상대로 미국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은 화웨이와 공산당 간 유착관계, 화웨이의 보안취약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 시내 한 화웨이 영업장 모습.                                                        연합뉴스


미국 의회의 화웨이 제재 결정이 안보 우려에서 비롯됐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동기는 반(反)화웨이 캠페인을 추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AI 분야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 유지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미래 첨단기술산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을 공언했다.


미국의 경제적 동기는 2019년 들어 더욱 험난해진 미·중관계를 설명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5G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준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 국제표준을 선점한다는 것은 비단 게임의 규칙을 설정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 패권과 시장지배력을 의미한다. 전기통신 분야 양대 국제기구는 2020년까지 5G 표준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고, 중국이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기존의 기술패권국으로서 화웨이를 대체할 만한 공공재(통신망)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 사태의 결과, 외교적 파장은 상당하다. 중국 정부는 세계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반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근거 없는 혐의로 재판도 없이 화웨이를 배제한 것은 미국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권박탈법(Bill of Attainder)’ 위반”이라며 미국 주장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공교롭게도 세계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력(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일본), 중국 주도의 비자유주의 세력(러시아·브라질), 5G 미래시장과 안보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가들로 분열됐다.


한국도 미국으로부터의 제재 동참 요구와 중국의 보복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다음의 사안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선 당면 과제인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해 미·중의 협력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대미/대중 양자관계에 있어서는 이슈를 연계한 압박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안보 전략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정보공유 제한’이라는 부정적 유인도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한국의 높은 중국 경제의존도를 꼬집는 바, ‘제2의 사드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은 당장 입장을 내놓기보다 우선, 지켜야 할 원칙과 이익을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외교와 협상의 공간도 열려 있다.


첫째, 미국 내외에서 반화웨이 캠페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앞둔 상황에서 제재 시행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취약성을 극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 중국은 통상마찰을 관리하는 한편, 당분간 5G 자체 표준 설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넷째, 유럽과 중동의 많은 국가들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원칙에 기반한 국제적 연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최상의 대안(BATNA)을 제시하고, 중국의 저항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화웨이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사이버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군 통신장비의 보안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5G 초연결 시대에 어느 국가도 해킹과 교란의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수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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