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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추모.외교.문화.교육... 기념관 이상의 도심복합공간으로 '우뚝'

조아미

입력 2019. 06. 12   17:24
업데이트 2019. 06.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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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공간, 외경을 넘어 국민 곁으로 <2> 전쟁기념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경. 조용학 기자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전경. 조용학 기자

전쟁기념관이 해마다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수많은 외국인이 즐겨 찾는 ‘대한민국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순국선열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으로, 호국·안보 의식을 함양하는 ‘국민교육의 도장’으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필리프 벨기에 국왕 등 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귀빈의 필수 코스인 ‘외교의 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특화된 전시해설과 교육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내·외국인에게 친숙한 공간으로서 자연스럽게 호국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추모
박물관을 넘어 추모·교육까지

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 5000년 전쟁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전쟁사 종합박물관이다. 1994년 문을 열었으며 지난 10일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전쟁기념사업회법 제1조 ‘…전쟁의 교훈을 통해 전쟁을 예방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설립 목적에서 알 수 있듯 명칭이 ‘박물관’이 아닌 ‘기념관’으로 정해진 이유 또한 박물관의 기능 외에, 추모와 교육의 기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은 장병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조용학 기자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찾은 장병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조용학 기자


안보
호국의식 함양…현대사의 산 교육장

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의 대외 항전 역사와 6·25전쟁 등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대한민국 현대사의 산 교육장이기도 하다. 전시실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1·2·3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기증실, 대형장비실 등 9개의 옥내 전시실과 각종 대형 무기·장비가 전시된 옥외 전시장, 어린이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11만5700여㎡(3만5000평)의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구성돼 있고 소장품 3만5000여 점 중 80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전시실에서는 옛날 대륙을 석권했던 선조들의 웅혼한 기상, 전 국민이 단결해 침략자를 응징했던 승전의 역사, 국력이 쇠잔해져 나라를 빼앗긴 후 이를 되찾기 위해 벌였던 피맺힌 투쟁, 강군으로 성장한 우리 군의 발자취 등을 각종 유물과 영상, 3D·4D 체험관 등을 통해 실감 나게 재현하고 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전쟁기념관은 서로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어린이집 어린이를 비롯해 중·고교생들, 부모님과 함께 온 가족,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6·25전쟁실 1관에서 만난 육군3사단 장병들도 김해자 도슨트의 6·25전쟁사를 집중해 들으며 우리의 지난 역사를 생각했다.

3사단 포병연대 진태언 이병은 “서울에 살면서도 전쟁기념관에 가 볼 기회가 없었다”면서 “내가 왜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 그 이유가 더욱 와 닿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6·25전쟁실 3관에서는 외국인 몇 명이 전시실을 둘러보며 영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미 하원 의료자문위원회(MedPAC) 구성원 캐시 부토 씨는 세 번째 한국에 왔지만 전쟁기념관은 처음 방문했다.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한 부토 씨는 “여기 오니 아버지의 공훈이 깊이 느껴진다. 오빠 또한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장병들이 전시실에서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용학 기자
장병들이 전시실에서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용학 기자


교육
전시해설·교육 강화…전문인력 확충


기념관은 개관 이래 전시 콘텐츠 확보와 관람서비스 개선, 교육프로그램 강화 등 대국민 안보교육 도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기념관의 본질적 사명과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전시해설’과 ‘교육’ 분야를 강화했다.

‘전시해설’은 전시 내용에 대한 정확한 사실 이외에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생각해 보게 하는 기념관만의 차별화된 기능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사·군인·항공사승무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전문해설사를 채용해 더욱 전문적인 맞춤형 전시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해설과는 차원이 다른 대면 서비스로서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고자 앞으로도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6월 한 달간 운영되는 ‘6·25 특별해설 프로그램’은 기존 상설 해설 프로그램에다 특화된 16가지 주제를 더해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금요일은 하루 6회, 주말은 하루 7회로 횟수를 대폭 늘려 운영하고 있다. ‘6·25 특별해설 프로그램’은 관람객이 더 관심 있는 내용을 직접 골라서 들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정선(46) 전문해설사는 전쟁기념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전문해설사가 되고 싶어 시험을 치렀다. 이 해설사는 “제 해설을 듣고 수의사가 꿈인 한 초등학생이 역사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면서 “우리나라 어느 박물관을 가도 고대에서 현대까지 호국·안보에 대한 이야기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곳은 전쟁기념관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시해설 스탬프 투어’의 경우 특별해설을 들은 다음 고객센터에서 발급하는 패스포트(전쟁기념관 여권)에 스탬프를 받고, 일정 스탬프 개수를 채우면 만년필, 휴대용 선풍기 등 기념품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전쟁기념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이 기념관 내 회랑을 걷고 있다. 조용학 기자
전쟁기념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이 기념관 내 회랑을 걷고 있다. 조용학 기자


역사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국가관 고취

전쟁기념관은 교육부가 인정한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으로, 유아·어린이·청소년·성인·외국인·군인·다문화 가정 가족 등 연령·계층별로 세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개관 초기 2~3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것이 이제는 ‘박물관학교’ ‘특명! 전쟁 역사 속 숨은 영웅을 찾아라!’ 등 56개 프로그램으로 확대돼 연간 600여 회 운영하고 있다. 매년 교육 참가자만도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자유학년제 시행에 따라 중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12개로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무관의 길’이 있다.

올해 9월 새롭게 운영될 ‘전쟁기념관 청소년 평화탐험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소년들이 전쟁기념관에서 전쟁 역사를 배운 뒤 전방 부대에서 병영체험을 하고 GOP 철책선을 방문해 분단의 현실과 안보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평화사랑체험교육 프로그램이다.

또한, 학군후보생(ROTC)을 위한 특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13일 육군학생군사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후보생들에게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협약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연세대학교 학군단 등 17개 학교에서 900여 명이 ‘호국안보문화교실’에 참가했다. 후보생들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만족도가 매우 높다.

용인대 ROTC 58기 최민규 씨는 “2020년 3월 임관 예정”이라면서 “하계입영훈련을 앞두고 전쟁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국가관이 더욱 고취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관련 앱을 개발, 모바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 따라 전시실을 관람하며 스스로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스마트한 교육 프로그램 ‘역사 잡고(Go) 선물 받고(Go)’ 등도 만날 수 있다.


박삼득(맨 오른쪽) 전쟁기념관장이 관람객들에게 해설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박삼득(맨 오른쪽) 전쟁기념관장이 관람객들에게 해설을 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문화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 역할 수행

전쟁기념관에는 전시해설과 교육뿐만 아니라 ‘문화’도 있다. 특히 6월 한 달간 토요일에는 서울시·용산구·세종문화회관 등과 협업해 다양한 고품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서울시와 함께하는 거리 예술 존 ‘버스킹 공연’, 22일에는 서울시소년소녀어린이합창단의 ‘통일을 향한 어린이들의 합창 공연’, 29일에는 아리수문화예술단과 서울 유니버설청소년오케스트라의 ‘나라사랑 평화사랑 음악회’ 등이 열려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22~23일, 25일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참전용사에게 감사편지 쓰기’가 전쟁기념관 2층 중앙홀에서 열린다.

박삼득 전쟁기념관장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전쟁의 교훈을 전하는 매개자이자 선열들의 호국 위훈을 추모하고 계승하는 기념관을 넘어, 누구나 즐겨 찾는 도심 속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숫자로 보는 전쟁기념관


세계 여행객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 명소 2위

전쟁기념관은 글로벌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가 최근 발표한 ‘트래블러스초이스 어워즈 2018’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소 2위에 선정됐다. 1위는 경복궁, 3위는 창덕궁이었다.

25 

전쟁기념관 개관 25주년

1994년 6월 10일 문을 열어 어느덧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전쟁기념관은 우리 민족 5000년 전쟁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종합군사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0 

해설사 수

전시된 유물과 그 안에 담긴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는 전시 해설사 150명이 활동 중이다. 전문해설사 30명, 도슨트 46명, 문화해설사 32명, 청소년해설사 42명 등이 내·외국인 관람객에게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51
유물 기증자


후대와 역사를 공유하기 위해 소중한 보물을 아낌없이 기증한 분들. 개관 이래 1081명이 총 1만3011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전쟁기념관 전체 소장 유물 3만5357점의 38%에 달한다. 이들 유물 중 4122점이 상설 전시실에 전시 중이다.

29,499,936 

누적 관람객 (6월 11일 기준)

2010년 관람료를 무료로 전환한 이후 전쟁기념관 관람객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133만, 2011년 154만, 2012년 179만 명, 2013년 연간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매년 기념관을 다녀갔다.


글=조아미/사진=조용학 기자


조아미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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